닥플 플러스
"영장 있다고 아무 때나 들어가나" 법조계도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비판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를 넘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영장 발부만으로 수사기관의 현장 집행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며,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한 압수수색은 수사 비례성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의료진의 심리적 위축과 의료기기에 대한 전파 간섭이 또 다른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응급실 강제수사에 대한 법적 통제와 구체적인 현장 대응 원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목을 끈다.
심성훈 변호사(법무법인 가우)는 2일 의협신문과 인터뷰에서 영장은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아무 때나 어느 장소에나 무작정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응급실에 들어가 압수수색을 강행하면 다른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심성훈 변호사는 지난 10월 31일 법률신문 기고 생명권 위협하는 영장 집행에서도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압수수색을 사례로 들어 영장 집행 단계의 실질적 적법성과 수사 비례성 원칙을 강조하기도 했다.
생후 4개월 영아의 사망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무지만, 처치가 끝나지 않은 소생실에 과학수사대가 진입하고 다른 영아 환자가 경련을 일으켜 기도삽관을 준비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상당 시간 압수수색을 강행한 것은 수사 비례성을 준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과거 서울시청과 성남시청 소속 변호사로 근무하며 공공기관의 수사 대응과 의료기관 관련 수사행정처분 업무를 경험한 것도 이번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 관행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고도 했다.
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처음이 아니라고 본다. 현장에서 보면 실제 의료기관에 경찰뿐 아니라 복지부 쪽에서 혐의 조사를 할 때도 다소 고압적인 경우가 많다라며 의사 대부분이 공권력과 다투는 데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점을 수사기관이나 행정기관도 알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아주대병원 압수수색에 대해 우려되는 점으로는 의료기기에 대한 전자파 간섭과 의료진의 심리적 동요를 꼽았다. 두 가지 모두 압수수색 대상이 아닌 다른 환자들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응급실에는 환자감시장치와 자동 약물 주입기(Infusion Pump),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의료기기가 다수 작동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사용하는 무전기나 카메라 등 전자기기가 의료기기에 전파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심 변호사는 인퓨전 펌프와 모니터, 벤틸레이터 등 온갖 의료기기가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전자기기에 의한 전파 간섭이 발생하면 다른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의 심리적 안정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응급실 의료진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처치해야 하는 만큼, 외부의 강제수사로 심리적 동요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진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심 변호사는 의사가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의술을 시행할 수 있는데, 강제수사로 의료진을 동요시키면 이 역시 다른 환자들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료기기에 대한 전파 간섭과 의료진의 심리적 동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다른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는데 과연 이렇게까지 강하게 집행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영장 발부와 실제 집행의 적법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더라도 집행 과정에서 장소와 시간, 방법의 적정성까지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장에 집행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응급환자의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 해당 시점에 반드시 압수수색을 진행해야 했는지, 집행 시점을 조정할 여지는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은 응급진료가 진행 중인 현장을 집행 장소로 선택한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는지, 진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심 변호사는 응급실이 수사의 성역은 아니지만,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이유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제수사는 필요할 수 있지만, 영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의 특수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기관이 응급의료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영장을 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의료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지난 10월 30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응급실은 24시간 진료가 이뤄지는 공간인 만큼 전산기록과 CCTV 등 객관적인 자료를 우선 활용하고, 의료진의 진료를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도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만나 필수의료 분야 수사와 관련한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학회는 응급실 등 필수의료시설에 대한 압수수색 자제와 자발적 자료 우선 제출 등 수사 원칙, 환자 안전과 진료 연속성을 보호할 수 있는 절차 마련을 제안했다.
이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안에 공감하며 경찰청과 협의해 필수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경찰청의 제안에 따라 장관과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11월 첫째 주 중 만나 가이드라인 마련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의협 대의원회도 10월 31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번 압수수색을 공권력 남용이자 환자 안전을 위협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수사당국의 사과와 의료현장을 고려한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했다.
심 변호사 역시 응급실 등 생명권과 직결된 공간에서 강제수사를 진행할 때 준수해야 할 성문법상 통제 규정과 구체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영장을 기계적으로 집행하는 관행이 아니라, 수사 비례성의 원칙을 준수하고 타인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절차와 집행의 실질적 적법성을 복원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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