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뇌수술 결과 안 좋다고 1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뇌수막종 제거 수술을 받은 뒤 급성 뇌경색이 발생해 좌안 실명우측 편마비 등 중증 영구장애를 입은 환자가 의료재단을 상대로 1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법원은 의료진이 수술 과정에서 종양 완전 절제를 시도한 것은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고, 수술 후 혈류 개선을 위한 조치와 사전 설명의무 역시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8민사부는 최근 A씨와 성년후견인이 B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10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교통사고 후 우연히 뇌종양을 발견하자 여러 대형병원에서 추적 관찰을 받았다. 2019년 8월경 좌측 시야 장애가 급격히 악화되자 B의료법인 병원에 내원했다. 병원 의료진은 뇌수막종이 내경동맥과 시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상태를 확인하고 같은 해 11월 28일 개두술을 통한 종양 절제술을 시행했다. 약 7시간에 걸친 수술 과정에서 내경동맥과 유착된 3.5㎝ 크기의 종양을 분할 절제하던 중 출혈이 발생했다. 전기소작 지혈 후 형광 혈관조영술 결과 내경동맥 폐색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전교통동맥을 통한 뇌 혈류 측부순환(결순환)이 양호한 것을 확인하고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A씨는 수술 후 급성 뇌경색이 발생했고, 뇌출혈과 추가 뇌경색이 이어지면서 좌안 실명, 언어인지 장애, 우측 편마비 등 영구장애 판정을 받았다.
민사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A씨 측은 의료진이 방사선 치료나 부분 절제술 대신 무리하게 완전 절제술을 감행했고, 혈관 손상에 대한 사전 대비가 미흡했으며, 과도한 전기소작으로 혈관 폐색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혈관 폐색 확인 즉시 혈전용해술이나 혈관 우회술을 하지 않고 혈관확장제 투여를 지연하는 등 처치를 방치했으며, 수술 전 뇌경색 등 중대한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네 차례에 걸친 진료기록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종양 크기가 3.5㎝ 이상이었고 환자의 시야 결손 증상이 점차 악화되는 상태여서 방사선 치료가 우선시되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부분 절제 시 종양 재발률과 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아지는 점, 수술 전 영상만으로는 혈관과 종양의 미세한 유착 정도를 알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할 때 의료진이 완전 절제를 목표로 수술을 시도한 것은 합리적 재량 범위 내의 정당한 판단이라고 판시했다.
수술 중 혈관 손상에 대해서도 전상돌기 부위 뇌수막종은 주요 신경과 혈관이 밀집해 외과의사들에게 극히 위험한 도전 과제로 꼽힌다면서 신경 모니터링 장치와 형광 혈관조영술을 활용해 조심스럽게 분할 절제를 진행했고, 출혈 후 적절히 지혈한 점 등에 비추어 결과적으로 혈관이 폐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술기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처치 의무 위반 주장 역시 배척했다. 재판부는 뇌수술 직후 출혈 위험이 있는 상태에서 혈전용해제 투여는 의학적으로 금기라면서 이미 장시간 수술로 뇌 조직이 지친 상태에서 위험도가 높은 혈관 우회술을 추가하지 않은 판단은 타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진은 측부순환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중환자실 입실 즉시 승압제를 투여해 목표 혈압을 높게 유지하고 뇌압 강하제를 썼으며, 혈압 강하 부작용이 있는 혈관확장제(니모디핀)를 단계적으로 투여하는 등 임상의학적 기준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수술동의서에 뇌출혈, 뇌부종, 뇌신경 손상 등이 자필로 기재돼 있고, 경과기록지에도 불완전 제거, 혈관 유착에 따른 혈관 파열 및 연축, 반신마비 등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 가능성을 설명한 내용이 확인된다면서 환자가 전문의처럼 모든 치료법을 속속들이 파악해 선택할 수는 없는 데다, 중대한 합병증 위험을 충분히 듣고 수술을 결정했다면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판결에 원고측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최근 판결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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