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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간 ERCP 시술 사망 사건…유족 상소 기각

송성철 기자2026.11.03 16:56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후 급성 췌장염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4억 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 없음. ⓒ의협신문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후 급성 췌장염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4억 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사진은 본문 기사와 관련 없음. ⓒ의협신문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 후 급성 췌장염과 패혈성 쇼크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하자,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4억 7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법원은 의료진의 시술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합병증 치료 과정에서 항생제 선택과 전원 조치 등이 합리적 임상 재량 범위 내에서 적절히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최근 ERCP 시술 후 사망한 A씨의 유족과 국민연금공단(승계참가인)이 B병원을 운영하는 C학교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이유가 심리속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주의의무를 다한 의료진에게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은 202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상복부 통증으로 1차 병원을 거쳐 B병원 응급실 진료를 거쳐 총담관 담석 진단을 받았다. B병원 의료진은 7월 22일 담석 제거를 위해 ERCP와 함께 내시경적 췌관괄약근절개술(EPST)내시경적 유두괄약근절개술(EST)을 시행했다.

그러나 A씨는 시술 당일 오후부터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고, 혈액검사에서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수치가 급상승했다. 의료진은 시술 후 급성 췌장염으로 진단하고 금식단백분해효소 억제제대량 수액 요법을 시작했다. A씨는 다발성 액체 저류췌장 거짓낭 형성대장균 감염 등으로 악화됐다. 의료진은 8월 17일 경피적배액술(PCD)을 시행해 농양 배출을 시도하고, 배액관을 교체추가 삽입했다.

8월 25일 배액관 액체 배양검사 결과, 대장균과 함께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RE)이 검출되자 의료진은 항생제를 이미페넴으로 변경했다. 9월 6일 A씨에게 고열과 함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패혈성 쇼크 증상이 나타나자 의료진은 중환자실로 옮겨 기관삽관과 승압제 투여 등 집중치료를 시행했다. 이튿날 가족의 요청으로 A씨는 서울에 있는 D병원으로 전원했다. A씨는 D병원에서 투병 했지만 괴사성 췌장염에 따른 패혈증과 폐렴이 악화해 12월 18일 숨졌다.

유족은 B병원 의료진이 무리한 시술과 췌관 손상으로 췌장염을 유발했고, 진단과 배액술개복술을 지연했다면서 병원 내 감염관리 소홀과 부적절한 항생제 처방으로 환자를 숨지게 했다며 C학교법인을 상대로 총 4억 7632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급성 췌장염은 ERCP 시술 과정에서 최선의 조치를 다하더라도 510% 빈도로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라며 시술이 20분 만에 통상적인 방식으로 끝났고, 반복 삽관 횟수도 23회에 불과해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기 개복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최신 췌장염 진료지침에 따르면 괴사성 췌장염은 4주가량 경과해 피막(격벽)이 형성될 때까지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고, 배액술을 거치는 단계적 접근(step-up approach)이 원칙이라며 피고 병원이 괴사 부위가 국소화되기 전 무리하게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상태 변화에 맞춰 PCD 배액술을 시행한 것은 정당한 치료 재량 범위라고 판시하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 측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1심에서 주장한 ERCP 시술상 과실과 급성 췌장염 진단 지연 주장을 철회했다. 대신 복강 내 VRE 감염 확인 후 리네졸리드가 아닌 이미페넴을 투여한 점, 패혈성 쇼크 발생 당시 상급병원 응급 수술을 위한 전원을 지체한 점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항생제 선택과 관련해 B병원 의료진이 8월 25일경 VRE 배양을 확인한 뒤 감수성이 확인된 이미페넴으로 항생제를 변경 투여했고, 이후 시행된 직장 면봉 배양검사와 복강액 검사에서 VRE가 더 이상 배양되지 않았다면서 환자가 전원한 D병원 역시 복강액에서 VRE가 나오지 않자 리네졸리드 투여를 중단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미페넴 투여는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의 적절한 조치였다고 판시했다.

전원 지연 주장에 대해서도 9월 6일 쇼크 징후가 나타났을 당시 의료진이 중환자실 이송, 승압제 투여, 산소 공급 등 응급처치를 신속히 시행해 밤사이 활력징후를 안정화했다면서 C병원 의료진이 전원을 위법하게 지체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며 심리불속행 기각, 법정 공방을 마무리했다. 국민연금공단은 C학교법인을 상대로 A씨(망인의 배우자)에게 지급한 유족연금을 받아내겠다며 승계참가했으나 대법원 기각 판결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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