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대한민국 의료 이원화 올바른 개혁의 전제조건
① 총론-국제 표준 부합하는 전문가 주도 K-의학 통합
② 국제 기준 맞춘 의학교육수련체계 확립해야
③ 한방 ICD 분리 적용과 합리적 건강보험체계 구축
④ 불법비윤리적 의료행위 엄정한 법 집행 필요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체계는 의학과 한의학으로 면허를 법적으로 엄격히 분리한 의료 이원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면허 체계와 의료 행위가 배타적으로 분리돼 있음에도, 환자의 질병을 분류하고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체계에서는 현대의학 중심의 국제질병분류(ICD)를 토대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한방 진료에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다.
[2023 건강보험 통계 연보]의 한방 요양급여 진료비 청구 실적을 분석하면 입원의 96.5%와 외래의 94.6%가 한의 고유 코드가 아닌 현대의학 주상병 코드로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의학 원리로 진단처방하면서 청구서에는 현대의학 질병코드를 기재하는 것은 보건의료 데이터 관리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왜곡은 국가 질병통계의 신뢰성을 뿌리째 뒤흔든다.
의학 vs 한의학, 학문적 패러다임 불일치질병코드 강제 통합이 낳은 파행
의학과 한의학은 질병을 정의하고 진단하는 학문적 패러다임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현대의학은 미생물학적 원인균, 해부학적 병변,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기반으로 이화학적 검사와 영상진단을 종합해 질병명을 확정한다. 반면 한방은 환자가 호소하는 전신 증상과 주관적 체질을 관찰종합하는 변증론치(辨證論治)를 통해 음양허실한열 등 기능적 불균형 상태를 진단한다.
이렇듯 학문적 근간이 다름에도 통계청은 2011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6) 시행 과정에서 한의 진단명을 의학 코드 체계로 통합하는 우를 범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KCD 코드 내 의학코드와 한방코드 통합의 문제점과 타당성 분석, 2018년)를 살펴보면, 1994년 KCD 2차 한의 분류 당시 2,434개에 달했던 한의 고유 분류코드는 2015년 KCD-7에서는 149개로 대폭 줄었다. 더욱이 KCD-7 개정 당시 한의병명코드 73개를 의학코드 58개로 일방 통합하면서, 76%에 달하는 56개 코드가 현대의학에서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징후인 R코드(39개)나 상세불명의 진단코드(17개)로 치환했다. 질병의 원인과 진단 과정에 대한 검증 없이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 증상명만을 기계적으로 매핑한 것이다.
의료정책연구원은 통합된 73개 코드 중 59개(80.8%)가 학문적으로 통합의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2006년 한국의료 QA학회지에 발표된 한방진단명의 질병분류체계 분석과 개선방안 연구(이현주 외)에서 의과한의과를 병설 운영하는 대학병원 환자 155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진단명 일치율은 44.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한의 진단명을 현대의학 질병코드로 일률 변환하는 관행이 국가 질병통계에 치명적인 편향을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2026년 동의생리병리학회지에 발표된 ICD-11 전통의학 병증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한의병증 및 사상체질병증의 매핑 연구(우연주이수진) 역시 KCD-8 한의병증 코드와 WHO ICD-11 전통의학 병증 코드를 비교했을 때 매핑 불가능 비율이 26.8%에 달하고, 정확히 일치하는 비율은 41.7%에 그쳤다고 보고했다.
한방 병증과 동떨어진 현대의학 질병코드 억지 매핑국제 질병통계 신뢰 붕괴
한의학 진단명을 현대의학 질병코드로 강제 치환하면서 발생하는 임상적 괴리는 심각하다.
한방에서 관격(關格)은 비신허쇠(脾腎虛衰)로 소변이 불통하고(不得小便) 구토가 치미는(吐逆) 위중한 병증을 뜻하지만, KCD는 이를 기타 및 상세불명의 장폐색(K56.6)으로 분류했다. 장폐색 질환에서 구토나 핍뇨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마비성 장폐색과 동일시한 것이다.
전후풍(纏喉風)은 담연(痰涎)이 목구멍에 옹성해 부종과 통증을 유발하는 풍병(風病)의 일종인데, KCD는 이를 법정감염병이자 세균 감염성 질환인 후두디프테리아(A36.2)로 코딩하도록 했다. 디프테리아 간균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한방 진료에서 세균성 감염병 코드가 버젓이 청구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하(注下)는 물을 쏟듯 설사하는 병증으로 한방에서는 비위 허나 간기울결로 설명하지만, KCD는 이를 감염성염증성 장질환인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A09.9)으로 매핑했다.
이처럼 객관적 검사 없이 한방에 부여한 현대의학 코드를 국가 통계로 집계하면서 한국의 질병통계는 가짜 상병으로 오염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ICD는 국가 간 보건 지표를 비교하는 공용어다. 한국에서 보고하는 M코드나 A코드 통계에 한방 변증 환자가 대거 섞여 들어간다면 국제 보건의료계에서 대한민국 질병 데이터의 신뢰도는 송두리째 추락할 수밖에 없다.
WHO, ICD-11 전통의학 장 신설 호도과학적 인정 허구
한의계는 WHO가 개정한 ICD-11에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 TM) 독립 장(Chapter 26)을 신설한 것을 두고, 한의학이 국제적으로 과학적 타당성을 공인받았다는 양 호도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빌미로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정당화하려 시도한다.
그러나 WHO는 제72차 세계보건총회 보고서(A72/29) 및 공식 문서를 통해 전통의학 장 신설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전 세계 인구의 상당수가 전통의학을 이용함에도 표준화된 기록과 보고가 없어 이용 실태, 빈도, 치료 결과, 안전성, 비용을 파악할 국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전무했기 때문에, 이를 체계적으로 수치화하고 모니터링하여 규제 근거를 마련하고자 코드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WHO 공식 FAQ 역시 전통의학 분류 장의 신설은 어떠한 전통의학적 의료행위의 과학적 타당성을 인정하는 것도, 치료 중재의 유효성을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명시해 선을 그었다.
아울러 WHO는 현대의학 진단(제125장)과 전통의학 진단(제26장)을 병행 기록하는 이중 코딩(Dual Coding)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해당 영역의 정규 교육과 수련을 거친 의료진이 코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교육과 면허가 엄격히 분리된 대한민국에서 현대의학 수련을 받지 않은 한의사가 임의로 현대의학 상병 코드를 주진단으로 기재하는 것은 WHO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한방 코딩 독자 분류하고 건강보험 청구 분리해야
한방 진료가 건강보험 급여와 실손보험 보상을 타내기 위해 현대의학 질병명에 억지로 매핑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행태는 한의학 스스로 학문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자가당착이다.
한의학이 독자성과 신뢰를 확보하려면 현대의학 코드를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ICD-11 전통의학 장 체계에 발맞추어 고유의 병명과 변증 체계를 독자적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주관적 진단의 한계를 벗어나 맥진, 설진, 문진 등을 객관화한 한방 변증 진단 표준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치료의 재현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더 이상 비정상적인 코드 통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통계청 고시에 얽매인 획일적 질병분류 적용을 중단하고,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한방 진료의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청구를 의과 청구 체계에서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한의사는 한의 고유 코드(독립 U코드 및 전통의학 코드)로만 진단하고 청구하도록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마땅하다. 한방 질병코드의 완전한 독립과 건강보험 청구 분리야말로 국민의 건강 증진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 그리고 국가 보건의료 통계의 국제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본질적인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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