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병원 납품 사칭 '신종 보이스피싱' 주의보
병원 구매부서 직원을 사칭해 의료용품 납품을 미끼로 거액을 가로채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 주의보가 나왔다. 의료용품 출고대금으로 수천만원을 송금한 유통업체는 대포통장 명의자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민사재판부는 A주식회사가 ▲▲은행 통장 개설자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계좌로 입금된 피해금이 범죄 조직에 의해 즉시 인출된 이상 통장 명의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귀속되지 않았고, 통장 명의자가 해당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될 것을 사전에 알았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지난 2026년 2월 6일 의료용품 중간 유통납품 업체인 A주식회사에 걸려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OOO병원 구매과 직원이라고 밝힌 성명불상자 C씨는 특정 의료용품을 구매해 자신의 병원에 납품해 달라고 의뢰했다.
A주식회사는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또 다른 사칭범인 D씨(의료용품 공급업체 직원 사칭)와 통화했다. A주식회사는 물품 출고를 위해 즉시 대금을 결제해야 한다는 D씨의 안내에 따라 피고 B씨 명의의 은행 계좌로 345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송금 직후 사칭범들은 B씨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3450만원을 인출해 잠적했다.
사기 범행임을 깨달은 A주식회사는 B씨가 법률상 원인 없이 3450만원을 얻었으므로 부당이득반환 의무가 있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부당이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원고가 송금한 금원이 피고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되어야 한다는 민법상 부당이득 성립에 관한 법리를 제시하며 사건 송금액은 피고의 ▲▲은행 계좌로 입금되자마자 곧바로 사기 범행을 저지른 성명불상자에 의해 출금돼 부당이득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A주식회사는 B씨가 범죄 조직에 은행계좌 비밀번호와 OTP 카드 등 전자금융거래 접근매체를 건네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방조했다며 민법 제760조 제3항의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범죄를 방조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15다234985 판결)를 인용,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 행위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과실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대한 예견가능성과 함께,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통장 명의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려면 접근매체 양도 당시의 목적과 경위, 실현 가능성, 대가나 이익의 유무, 양수인의 신원, 불법행위의 내용과 접근매체의 기여도, 이용 상황 확인 여부 등을 따져 명의자가 구체적인 불법행위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면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번 보이스피싱 범행에 공모하거나 가담했다거나, 자신의 계좌가 범죄에 쓰일 것을 예견하면서도 성명불상자에게 접근매체를 제공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병원 구매과나 원무과 직원을 사칭한 유사 사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선이나 메신저로 급박하게 납품 대행을 요구하거나 특정 업체 계좌로 선입금 유도 시 병원 공식 유선 번호와 전자조달 시스템 등을 통해 진위 여부를 교차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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