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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검사없이 내린 한의사 진단서, 교통사고 상해 증거 불인정"

송성철 기자2026.10.30 17:07
차량 파손이 거의 없는 경미한 접촉사고에서 엑스레이(X-ray) 등 객관적 검사 없이 환자의 주관적 호소만으로 발급한 한의사의 상해 진단서는 법적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차량 파손이 거의 없는 경미한 접촉사고에서 엑스레이(X-ray) 등 객관적 검사 없이 환자의 주관적 호소만으로 발급한 한의사의 상해 진단서는 법적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차량 파손이 거의 없는 경미한 접촉사고에서 엑스레이(X-ray) 등 객관적검사 없이 환자의 주관적 호소만으로 발급한 한의사의 상해 진단서는 법적 증거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교통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져 보험사의 무리한 구상금 청구를 기각하거나 진료비 환수 판결을 통해 소위 나이롱 환자 치료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8-1부는 최근 A화재가 B연합회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2024년 3월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 부근에서 서행 후진하던 B연합회 공제 화물차가 일시 정차 중이던 승용차(A화재 보험 가입자)의 조수석을 충격하면서 시작됐다. 피해 승용차에 탑승한 4명은 사고 이틀 뒤 C한방병원을 찾았다. C한방병원 한의사는 경요추 염좌 및 긴장 등으로 2주간 가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서를 발급했다. A화재는 4명의 탑승자에게 합의금과 치료비로 총 408만원을 선지급한 뒤 B연합회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A화재는 B연합회가 구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피해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에서 충격음이나 차량 흔들림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사진상으로도 경미한 접촉 이상의 변형이나 파손 흔적이 없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재판부는 C한방병원 한의사가 발급한 진단서의 증명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한의사가 작성한 진단서는 방사선 촬영 등 객관적 검사 없이 주관적 호소에 따라 임상적 추정으로 발급했다면서 경추요추 염좌 및 긴장, 경계증 등은 부위와 정도가 추상적이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진료 기록이나 치료 내역 자료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기록 역시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해 작성한 것에 불과하다며 상해 발생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통사고 이후 기존 질환(기왕증)이 악화됐다며 장기 입원통원 치료를 받은 뒤 합의금을 타낸 다른 사건에서도 법원은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1부는 최근 D보험사가 E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935만원 상당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이 사건은 2022년 12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OO요금소 인근에서 차로를 변경하던 화물차와 승용차가 접촉하면서 시작됐다. 피해 운전자는 F한의원에 11일간 입원한 뒤 3개월 넘게 통원 치료를 받았다. F한의원 한의사는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추간판장애 진단을 내렸다. D보험사는 이를 근거로 노동능력상실률 11.5%를 적용, 피해 운전자에게 합의금 등으로 1169만원을 지급한 뒤 80% 과실에 해당하는 구상금을 G공제조합에 요구했다. G공제조합이 구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D보험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사실조회 등을 통해 피해 운전자가 사고 전부터 요추 및 경추 부위 질환으로 수차례 치료를 받은 퇴행성 기왕증 환자라는 점을 밝혀냈다.

재판부는 흔들림조차 거의 없던 경미한 사고였고, 설령 손상이 발생했더라도 통상 12주 내 통원치료로 충분한 단순 염좌에 불과하다면서 피해자가 11일간 입원하고 3개월 이상 통원한 것은 사고와 무관한 과잉진료이며, 진단서 기재 병명은 기왕증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가해차량 공제조합이 이미 부담한 치료비 357만원만으로도 실제 피해 회복에 충분하므로, 추가 치료비와 합의금에 대한 구상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를 입원시키고, 판독할 능력이 없음에도 고가의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한 한의사에게 치료비를 반환하라는 판결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H화재가 I한의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H화재에서 지급받은 입원치료비 중 183만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외상의 흔적이 없음에도 교통사고 후유증을 주장하며 입원을 희망한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요청대로 입원치료를 감행하는 것은 의료전문가로서의 합당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교통사고를 빌미로 자기 기왕증을 치료하고자 하는 환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보험처리를 해줄 경우,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부담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MRI 검사를 실시하고자 할 경우 환자의 증상이 사고로 인한 것인지 기왕증의 발현인지 의료전문가 본인의 전문적 식견으로 확인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실시해야 한다면서 기왕증으로 확인된다면 마땅히 입원을 거부하고 MRI 검사비 및 입원비의 보험처리를 거부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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