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병원 승계 막히면 지역의료 무너진다" 가업상속공제 공은 국회로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병원을 제외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병원계는 물론 국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커지고 있다.
정책 추진 당사자인 재정경제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선정은 각 부처의 의견을 받아서 정한 것으로 이제 해당 문제의 공은 국회에 넘어갔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은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그는 앞서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병원을 포함토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안 의원 외에도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유사한 내용의 법률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정부는 지난 9월 기업상속공제 개편 내용 등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동시에 2026년 세제 개편안도 공개하고 제도 추진을 예고했다. 이중 가업상속 공제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727개로 재편하면서, 병원을 마트주차장업창고업과 함께 목록에서 빼는 내용이 의료계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는 거주자인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가업상속 재산가액의 100%를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재 의료법상 의료기관 운영 사업을 공제 가능 업종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국회는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을 다루는 법률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안상훈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김태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각각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에 기존대로 병원을 포함토록 하는 등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이기도 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애국자라고 응원한다라며 제대로 된 국가라면 기업이 가업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현 정부에서는 방해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 개편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지역에 있는 병원이 상속세 관련 제도에서 배제가 돼 사실상 운영되지 못하면 지역의료는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어떤 생각으로 (병원을) 뺐는지 이해할 수 없다. 반드시 이런 개악은 힘을 합쳐서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세무사도 의료야말로 대대로 발전해야 하는 업종
안만식 세무사(세무법인 센트릭 대표)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의료야말로 대대로 발전해야 하는 업종이라며 면허는 진료의 요건이지 사업체 운영 요건이 아니다라고 정부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정부안은 가업을 전문 기술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의료는 고도의 전문 기술과 숙련이 집약되고 장비 시설 인력에 장기 투자하는 업종이다. 의료기관은 정부가 새로 정의한 가업에 가장 부합한다라며 지역 중소병원 의원의 승계가 끊기면 지역 의료 공백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비중이 우려라면 정부안의 토지한도겸업 안분으로 관리할 일이지 업종 자체를 배제할 이유가 아니다. 특혜가 아니라 필수 공공 서비스의 지속이라고 덧붙였다.
안 세무사는 보건업은 면허가 아니라 전문 기술과 공익성으로 보고, 의료기관과 약국을 현행대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둬야 한다고 했다. 대신 부동산 승계에 대한 우려는 토지 한도와 가업용 자산 판정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제안했다. 동시에 부동산 비중은 토지 한도사업무관자산 제외로 통제할 수 있고, 필수의료지방 의료기관은 우선 포함토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책 추진 당사자 재경부 관련 부처 의견 수렴했다
재정경제부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추릴 때 관련 부처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김만수 재산세제과장은 각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업종을 넣고 빼야 할지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라며 기본적으로는 산업계와 밀접한 산업부, 중기부와 TF를 구성해 3개월간 논의를 했다. 이외 국토부, 보건복지부 등 전부처 건의를 받아서 업종을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처 건의를 받아서 정부안을 만들다 보니 형평이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병원은 보건복지부의 건의가 따로 없었다. 결국 법률 개정 사안이라서 최종 결정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의료기관이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들어가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을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은 조세특례제한법상 투자세액공제 대상 업종을 차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는 회계사와 변호사는 별도의 투자를 하지 않으니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대상에 빠져 있다라며 의료업은 의료장비 구입 등의 문제로 투자세액공제 대상에 들어가 있다. 이를 가업상속공제 대상에도 차용하다보니 계속 들어가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자격사와 달리 투자세액을 공제해주는데 가업상속공제까지 해야 하는지 형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필수의료에 대한 개념도 명확하지 않아 반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 과장은 필수의료의 개념이 법상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유동적이라서 고민을 했지만 반영이 안 됐다고 했다.
병원계 호소 무조건적 특혜 요구 아니라 심사 기회라도 달라
정부의 제도 추진 방향과 직접 관계 있는 병원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필수의료 기피 현상과 맞물려 사실상 소아분만병원 신규 개설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음 세대로의 승계 통로마저 막아버리면 장기적으로 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도 직접 토론회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홍준석 대림성모병원장은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료기관일수록 응급실과 분만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상시 가동해야 하는 시설과 고가 장비를 갖추고 있어 상속재산 평가액은 크지만 현금 창출력은 낮다라며 공제 없이 최고 50%의 상속세를 내려면 시설과 장비를 처분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필수의료 기능의 중단을 의미한다. 필수의료를 많이 할수록 상속세 부담이 커지는, 정책 목표와 거꾸로 가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문술 의협 대외협력이사(부평세림병원장)는 단순 부동산, 재산의 이전으로만 가업 승계를 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승계 대상은 건물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다. 의료기관은 의사 면허증 하나로만 유지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직 자격 자체와 사업조직 승계 문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라며 단독 전문직 사무소 인적 서비스와 다수 면허인력, 병상, 수술응급 기능 및 고액의 설비를 갖춘 의료기관은 자본 고용 구조가 다르다. 특정 전문직을 우대하자는 게 아니라 동일하게 사업 지속성, 고용유지, 실제 사업용 자산, 편법 승계 방지라는 요건을 적용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이사는 의료기관을 원칙적으로 공제 대상 업종에 포함토록 하는 것을 가장 먼저 제안하면서도 업종 열거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면 비열거 업종이 전문기술, 조직적 노하우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 심사위원회 개별심사를 받을 수 있는 보충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동시에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반영한 후계자 자격과 실제 운영요건을 마련하고, 기존 의료기관 개설자료, 요양기관 인력 신고자료, 요양급여 청구실적 등을 활용한 사후관리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의료기관을 무조건 공제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엄격하게 심사하되 심사받을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지역 의료기관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인력과 진료기능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업종에 의한 일률적 배제보다 검증 가능한 요건과 책임 있는 사후관리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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