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피부과·소아청소년과 의사 6년 만에 형사 '무죄' 확정
피부질환 치료제를 복용한 10대 환자가 급성 약물 부작용으로 전격성 간부전에 빠져 간이식 수술을 받은 사건과 관련,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피부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최근 열린 파기환송심(2026노1470)에서 피부과 전문의 A씨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에게 유죄 판결을 깨고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 의사의 과실 및 과실과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엄격하게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원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 환송(2023도3217)했다.
피부발진 치료 약물 부작용간이식 수술로 이어져
사건은 13년 전인 2013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등 부위 피부발진 치료를 위해 7월 12일 내원한 C양(당시 12세)에게 박트로반에스로반데스오웬을 도포했으나 호전되지 않자 답손(Dapsone)을 처방했다. 7월 20일 재내원 당시 피부 상태는 호전돼 병변이 거의 소실되자 17일분의 답손을 추가 처방했다. 그러나 C양은 투약 20여 일 뒤인 7월 31일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다. 8월 4일 응급실 내원 당시 C양은 고열전신 발진간수치 상승빈혈 소견으로 감염성 질환 의심 하에 소아청소년과에 입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B씨는 약물 과민반응을 의심해 답손 투약을 중단하고, 스테로이드를 투여했으나 고열저혈압호흡곤란전신 발진 등이 발생했다. 약물과민반응증후군(DIHs) 및 패혈성 쇼크 진단 하에 소아중환자실로 옮겨 광범위 항생제승압제(도파민에피네프린)면역글로불린(IVIG)이뇨제(라식스)산소 공급수혈 등 집중 치료를 시행했다. 하지만 발열이 재발하고 총 빌리루빈 및 간효소 수치가 급상승하자 8월 21일 D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로 전원했다. C양은 결국 전격성 간부전 진단 하에 간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간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C양의 가족은 의료진이 오프라벨 처방사전 및 사후 모니터링 부실교차 위험 약물 투여설명 및 지도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2016년 병원을 상대로 민사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 소송은 2심까지 진행한 끝에 2019년 2억 7295만원(병원 책임 70% 인정) 배상 판결이 확정됐다.
민사 판결이 확정된자 검찰은 2020년 A씨가 독성간염 부작용 위험이 큰 답손을 처방하면서 사전사후 혈액간기능 검사를 계획하지 않았고, 부작용 발생 시 투약 중단 등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또 B씨가 피부과 협진을 통해 약물과민반응증후군(DRESS 증후군) 의심 소견을 전달받았음에도 표준 치료법인 스테로이드를 즉시 투여하지 않았고, 단기 투여 후 중단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지연해 상해에 이르게 했다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12심 엇갈린 판결과 민사 배상 대법원 전격 파기환송
1심(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피부과 의사 A씨에게만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는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의정부지법)은 두 의사 모두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각각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사고 형사재판의 엄격한 증명책임과 의사의 진료재량권을 강조하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소아청소년과 의사 A씨에 대해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당시 의료수준, 자신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한 진료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고 전제했다. 이어 C양이 입원한 동안 DRESS 증후군의 핵심 지표인 호산구 수치가 정상 범위를 유지했고, 백혈구와 염증수치(CRP)가 폭증해 중증 감염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던 점에 주목했다.
대법원은 감염증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 시 패혈성 쇼크를 유발할 위험이 있었고, 보호자의 스테로이드 거부 의사 및 협진 권고를 반영해 면역글로불린(IVIG)으로 대체 치료를 시도한 조치가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부과 의사 B씨에 대해서도 인과관계 입증 부족을 짚었다. 대법원은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주의의무 위반뿐 아니라 그 과실로 인해 상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면서 DRESS 증후군은 발병 기전상 조기에 검사를 시행하거나 스테로이드를 조기 투여하더라도 간이식이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사전에 간기능 검사를 하거나 복약지도를 철저히 했더라도 중증 간부전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완전히 회피할 수 있었는지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민사상 과실 인정돼도 형사상 합리적 의심 없는 증명 별개
특히 대법원은 동일한 사건에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었더라도 형사재판의 결론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민사소송은 당사자 간 입증의 우세(우월한 증거)로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지만, 형사재판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검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준의 엄격한 증명을 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 했다.
환송 후 재판을 맡은 의정부 지방법원(2026노1470)은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전면 수용해 피부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에게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겪은 중대한 신체적 상해는 매우 안타까운 결과이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당시 임상의학 준칙을 현저히 위반했다거나 피고인들의 과실로 인해 상해 결과가 발생했음이 법관의 확신에 이를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형사 무죄 확정 판결은 의료사고 형사사건에서 임상의학의 불확실성과 진료 현장에서 의사가 행사하는 임상적 판단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한 선례로 남게 됐다. 나아가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과 형사상 범죄 성립 요건을 엄격히 분리 적용함으로써, 중증 희귀 부작용이나 복합 질환에 직면한 의료진의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준 판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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