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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수술 합병증, 언제까지 설명의무로 배상해야 하나

마상혁 대한병원의사협의회 고문2026.10.27 10:22
ⓒ의협신문
ⓒ의협신문

증상이 없던 한 환자가 가족력 때문에 뇌 검진을 받다가 지름 8.56mm인 터지지 않은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그는 2023년 3월 머리를 열고 동맥류의 목을 클립으로 묶는 결찰술을 받았다. 동맥류가 크고 깊은 데다 유착까지 겹쳐 수술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술은 12시간 동안 이어졌다. 수술 다음 날 새벽 뇌경색이 확인됐다. 그는 지금 편마비와 인지 저하로 휠체어에 의지해 산다.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5억 9505만 원을 청구했다. 창원지방법원은 최근 수술 과정과 수술 뒤 대응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해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든 근거는 두 가지다. 동의서에는 터진 동맥류의 사망률이 적혀 있었지만, 터지지 않은 동맥류를 그대로 둘 때의 파열 가능성과 수술 합병증의 종류와 확률은 충분히 적혀 있지 않았다. 재판부는 동의서에 밑줄이나 동그라미가 전혀 없어 의료진이 항목별로 설명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들었다.

일본에서 터지지 않은 동맥류 6697개를 추적한 UCAS Japan 연구에서 연간 파열률은 0.95%였다. 1990~2011년에 발표된 연구 60편을 모은 메타분석에서 결찰술의 사망률은 1.7%, 사망을 포함한 불량 예후는 6.7%였다.

연 1% 안팎인 파열 위험과 7% 가까운 합병증 위험을 견주는 일이 이 수술 설명의 중심이다. 터진 동맥류의 사망률을 앞세운 동의서의 기재 방식에는 고칠 점이 있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중대한 위해가 생길 수 있는 수술을 할 때 진단명, 수술의 필요성과 방법, 전형적인 부작용을 설명하고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정한다. 대법원은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증명 책임을 의사에게 지운다. 재판부는 응급 환자가 아니었던 이 환자가 충실한 설명을 들었다면 시간을 두고 수술 여부와 병원을 고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수술 전에 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의 장단점을 설명했고, 환자 측은 동의서에 서명한 뒤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둘째 판단이다. 환자와 가족은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이해했기에 수술에 동의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수술 뒤 합병증이 생기자 법원은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다. 결과를 알고 난 뒤 과거의 설명을 재면 어떤 설명도 충분할 수 없다. 응급하지 않은 환자에게 숙고할 시간은 권리다. 그 권리를 의사 한 사람의 설명과 동의서 한 장에 맡겨 둔 구조가 문제다.

이런 판결은 고위험 수술을 맡는 의료진에게 부담을 지운다. 그 부담이 고위험 진료를 얼마나 위축시키는지는 아직 확립된 근거가 없다. 그러나 부담을 피하는 가장 쉬운 길은 위험한 수술을 맡지 않는 것이다. 그 피해는 수술이 필요한 국민에게 돌아간다.

헌법 제106조는 법관을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 선고 없이는 파면하지 못하게 한다. 재판의 독립을 지키기 위한 장치다. 전국지방변호사회는 2008년부터, 대한변호사협회는 2015년부터 법관을 평가해 법원에 전달해 왔다. 이 평가는 법원의 공식 근무평정에 반영되지 않는다.

그러나 재판의 독립이 판단의 질을 평가받지 않을 권리는 아니다. 진료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을 내린 법관이 아무 평가도 받지 않고 같은 자리를 지키는 모순은 없어져야 한다.

해외에는 과실과 관계없이 합병증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가 있다. 뉴질랜드는 1970년대 중반부터 사고보상공사(ACC)를 운영하며 치료 중 생긴 상해를 과실 증명 없이 보상하고, 그 대신 해당 상해의 손해배상 소송을 막았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과실 대신 피할 수 있었던 상해인지를 기준으로 보상한다. 프랑스는 2002년 법으로 국가 보상 기구(ONIAM)를 두었다.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고라도 결과가 환자의 상태에 비추어 비정상적이고 영구 장애율이 24% 이상이면 국가가 보상한다.

한국은 그동안 분만 중 불가항력 사고를 중심으로 국가가 보상해 왔다. 2027년 5월 시행되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보상 대상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로 넓혔다. 어떤 수술이 여기에 들어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들 나라는 과실 없이 중대한 장애가 남은 환자를 보상의 문제로 다룬다. 한국은 같은 환자를 법정에서 동의서의 밑줄로 다룬다. 과실 없는 합병증의 피해는 의사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져야 한다. 위자료 3,000만 원은 평생 휠체어에 의지할 환자에게 보상이 되지 못한다.

법원은 설명의무를 판단할 때 동의서의 표시가 아니라 설명의 내용과 환자가 숙고한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회와 대법원은 의료 사건의 판결이 진료 현장에 남긴 결과를 평가해 법관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신경외과학회와 보건복지부는 자연경과와 합병증 확률을 담은 표준 설명서를 만들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하위 법령에서 뇌혈관 수술 같은 고위험 수술을 불가항력 보상 대상에 넣어야 한다. 국회는 프랑스처럼 장애의 정도를 기준으로 과실 없는 합병증을 보상하는 제도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야 한다.

뇌 검진에서 터지지 않은 동맥류를 발견한 환자는 앞으로도 같은 선택 앞에 선다. 그 수술 뒤에 합병증이 생길 때마다 법원은 동의서의 밑줄을 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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