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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필수의료행위·12대 중과실' 모호성 해소 관건

이영재 기자2026.10.30 19:09

대한의학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2027년 5월 27일)을 앞두고 하위법령에 담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 선정, 중대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도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회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관련 연구용역 과제의 중간 결과를 공유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 선정(이용주 의료위원장)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법적 해석과 시행령(박형욱 법률위원장) ▲중대한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제정(김지홍 연구책임자)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도 확대 방안(이순민 의료위원장) 등이 발표됐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의료분쟁 조정법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인 목적은 매우 분명하다. 의료인이 의료 소송과 형사 처벌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 없이 환자를 위해 최선을 최선의 진료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국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특히 생명이 위급한 순간에 최선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결코 의료인에게 특혜를 주거나 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의료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한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법적 보호가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그러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이런 근본적인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여전히 우려가 있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12대 중과실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공유하고,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연구 결과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2027년 5월 27일)을 앞두고 하위법령에 담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 선정, 중대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도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의학회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2027년 5월 27일)을 앞두고 하위법령에 담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 선정, 중대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보상제도 확대 방안 등에 대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전체를 다루는 게 아니라,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와 중대한 과실, 불가항력 보상과 직접 연결되는 핵심 쟁점을 다뤘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구성운영이나 설명의무 등은 별도 연구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주 의료위원장은 의료분쟁조정법 제2조 제9호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지체 없이 의료적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도가 높은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행위는 형의 임의적 감면, 공소제기 제한 등 형사 특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법이 정한 12개 유형의 중대한 과실에 해당하면 특례가 배제된다.

연구진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을 만들기 위해 한국질병분류 표준질병군(KCDRG),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책자, 표준질병분류(KCD) 9차,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기준(KTAS) 등 국내 신뢰 가능한 자료를 기반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KTAS 12등급은 긴급성 확보가 필요한 응급질환으로 보는 방식을 기본 기준으로 삼았다.

목록 수집은 9개 주요 학회에서 시작했고, 이후 26개 학회로 확대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각 학회에서 제출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후보는 총 1926건(10월 30일 기준)이었으며, 중복 항목을 통합한 결과 약 1440건으로 정리됐다. 현재도 코드질병군명칭중복 여부를 확인하는 통합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며, 11월 중순 목록을 최종 확정하고 11월 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전문질환군과 KTAS 12등급에 모두 해당하는 행위가 약 34%, 전문질환군에만 해당하는 행위가 12.6%, KTAS 1등급에만 해당하는 행위가 42.2%라고 밝혔다. 두 기준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항목은 약 157건, 10% 수준으로, 이 경우 학회가 항목별 의학적 근거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연구진은 이런 항목에 대해 합병증사망률이 높거나, 다수 의료인의 협진과 고도의 자원이 필요하거나, 고령층소아 등 환자 특성으로 인해 불가피한 위험이 큰 경우를 추가 선정 근거로 검토하고 있다. 향후에는 학계 내부 검토와 델파이 방식 등 외부 전문가 검증을 거쳐 최종 목록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연구진은 의료 행위별로 보험 청구 체계가 구축돼 있어 질환상병에 따른 위험도가 목록에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질환명이 필요한 행위는 상병명을 함께 기재하고, 기관내삽관처럼 질환과 무관하게 광범위하게 시행되는 행위는 대표 진단군을 별도로 정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박형욱 법률위원장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법적 해석과 시행령'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형욱 법률위원장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법적 해석과 시행령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박형욱 법률위원장은 개정법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해 형의 감면, 기소 제한 특례, 조정 자동 개시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형사 특례를 받으려면 12개 유형의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하고, 의료사고 설명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이 전제된다. 기소 제한 특례는 여기에 손해배상금 전액 지급까지 요구한다.

박형욱 위원장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의료사고는 환자 상태와 무관하게 강제 조정 대상에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복잡한 요건과 의무 가중이 결합하면서, 개정법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보호하는 것인지 오히려 의료 현장의 부담을 키우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행령안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제시됐다. 1안은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을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로 정하고, 2년마다 재검토개정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의료기술 변화와 현장 여건을 반영하기 쉽고, 환자의사학계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안은 구체적 행위 목록을 대통령령에 직접 규정하는 방식이다. 형사 특례와 연관된 사항인 만큼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행령 개정이 쉽지 않아 의료기술 발전과 현장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고 이해관계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도 제한적일 수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1안의 시행령안은 중증 소아, 분만, 외상 등을 포괄하는 범주 아래 기도관리심폐소생술생명유지시술, 심장혈관 수술, 뇌혈관 수술중재시술, 두개내 병변 감압배액, 복강내흉강내 수술, 항암방사선치료, 장기이식, 조혈모세포이식, 중증감염면역질환 치료, 패혈증 치료, 중환자 치료, 소화기 내시경 치료, 태아수술, 응급의료, 고위험 분만산과 처치, 다발성 중증외상 등을 나열하는 구조다.

박 위원장은 목록을 지나치게 넓히면 규제 대상이 방대해지고, 좁히면 법 취지가 실현되지 않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은 완성된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완돼야 하므로, 이해관계인 절차와 현장 변화 반영이 가능한 1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지홍 연구책임자는 중대한 과실이 형사 특례 적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건이지만, 법이 12개 유형으로 고정열거한 방식이 실제 의료 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충분히 포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79호는 환자 사망 또는 중대한 신체손상이 발생한 경우에만 중대한 과실로 보도록 하고 있으나, 중대한 신체손상의 범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점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외국 입법례에서 중대한 과실을 법률에 세부 유형으로 나열하기보다 개념적 범주를 두고 판례와 전문가 심의를 통해 사례별로 판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위험의 명백한 인지, 최소한의 주의 결여, 무관심, 회피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 원칙을 정리했다.

연구진은 지침 이탈이 있더라도 긴급성불가피성, 의학적 정당성, 의사의 재량, 구조적제도적 요인, 근로환경 등이 고려되면 중대한 과실 미해당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반대로 예측 가능한 위험을 명백히 무시했거나, 구조적 한계가 아닌 개인의 명백한 실책이 입증되는 경우는 해당 사례로 구분했다.

사례 수집은 26개 학회에서 모두 777건이 제출됐으며, 중대한 과실 해당 사례는 123건, 미해당 사례는 654건이었다. 해당 사례가 16%, 미해당 사례가 84%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중대한 과실 판단의 공통 요소로 ▲주의의무 위반 ▲예견 가능성 ▲회피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 진료지침은 이상적인 최고 수준의 진료가 아니라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최소한의 기초 진료 수준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하며, 의료기관 간 인력시설전원 여건 차이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물은 중대한 과실 사례집과 심의 가이드라인이다. 사례집은 777건을 학회진료과별로 분류해 엑셀 형태로 정리했으며, 가이드라인은 법적 배경, 중대한 과실의 정의와 성립요건, 12개 유형의 한계, 표준 심사 절차, 조문별 심의 기준, 해당미해당 사례, 실무 유의사항과 체크리스트를 담았다.

연구진은 표준 심사 절차를 처음 8단계로 구성했다가 실무 편의를 위해 6단계 수준으로 압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응급의료는 진단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 중심으로 선조치가 이뤄지는 특성이 있어 별도의 고려사항을 두기로 했다.

김지홍 연구책임자는 중대한 과실 유형이 법에 고정돼 있어 하위법령에서 범위를 조정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유형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기보다 추상적 개념을 법조문에 두고 전문가 판단에 맡기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지홍 대한의학회 필수의료정책이사가 '중대한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김지홍 대한의학회 필수의료정책이사가 중대한 과실 심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순민 의료위원장은 2026년 4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이 불가항력 조정 배제 대상을 기존 분만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행위와 사고 유형결과를 보상할지, 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하위법령에 위임돼 있다.

연구진은 불가항력 판단 기준을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으로 정리했다. 사고 당시 확보 가능한 정보로 위험을 합리적으로 알 수 없었거나, 알았더라도 합리적 조치로 결과를 피하거나 줄일 수 없었다면 불가항력으로 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판단 시점도 결과가 나온 뒤가 아니라 사고 당시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분만 관련 무과실 보상은 2013년 4월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누적 청구 204건 중 88%가 인용됐고, 총 집행액은 62억원, 평균 지급액은 3700여만원이었다. 2025년 7월 보상 한도가 상향된 뒤 월평균 청구가 2.4배 늘었고, 신생아 뇌성마비 청구는 약 5.3배 증가했다.

보상심의위원회는 현재 위원장 포함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분만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소아응급 등 다양한 진료과 사건을 심의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2025년에는 회당 1.8건이던 심의 안건이 올해는 회당 6건으로 늘어 심의 부담이 3배 이상 커졌다.

연구진은 해외 사례를 통해 보상과 예방을 분리하면서도 연계하고, 과실 판단과 보상 판단을 분리하며, 예견 가능성과 회피 가능성을 구분하고, 중증도불균형성을 진입 문턱으로 삼고, 원질환의 자연경과와 치료로 인한 추가 손해를 구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상 대상 행위는 질환이 아니라 실제 의료행위를 기준으로 선별했다. 행위 자체의 긴급성, 난이도, 결과의 중대성을 축으로 삼고, 필수성환자 중증도시간적 긴급성예후 예측 가능성회피 가능성과실과의 구별 가능성 등을 델파이 분석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9개 주요 학회에서 86개, 유관 학회에서 28개 등 총 114개의 후보 행위를 제시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심폐소생술, 기도관리, 경피적 관련 중재술, 내시경 역행성 담도조영술, 뇌졸중 재관류 치료, 고난도 복부수술, 뇌심장 수술, 고위험 산부인과 수술 등이 포함됐다.

보상 수준은 결과의 중대성에 따라 차등을 두되 현행 분만사고 보상체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설계했다. 사망은 최대 1억원의 일시금을 중심으로, 중증장애는 5000만3억원 수준의 일시금 또는 분할지급을 검토한다. 다만 구체적 금액은 원질환 기여도와 예방감별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해 확정해야 한다.

심의위원회 구성안은 진료과별 독립위원회를 만드는 대신 분야별 전문위원회와 상시위원풀위원을 결합하는 구조다. 공통위원 6명과 분야별 의료위원 5명, 총 11명으로 구성하고, 분만은 현행 체계를 승계하되 소아와 응급 분야는 해당 행위 전문의가 사안별로 참여하도록 했다.

이 의료위원장은 보상 확대의 목표가 과실 책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위험을 사회가 함께 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에게는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보상을, 의료 현장에는 고위험 진료 회피를 줄이고 안전한 진료에 집중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중간 결과가 확정안이 아니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중대한 과실 가이드라인, 불가항력 보상 대상은 모두 추가 검증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재정행정 여건 검토를 거쳐 최종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연구진은 11월 중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을 최종 확정하고, 11월 말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2027년 5월 시행되기 전까지 시행령고시심의체계가 어떻게 정비되느냐가 의료 현장의 부담과 환자 피해 구제의 실질적 효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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