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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효기간 하루 지난 백신 사용 행정처분 제동 판결
유효기한이 하루 지난 백신을 영아에게 접종했더라도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고, 과실을 보호자에게 알리는 등 성실히 사후 조치를 취했다면 의사면허를 정지할 정도로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행정규칙상 비도덕적 진료행위 유형에 해당하더라도 기계적으로 자격정지 처분을 부과할 것이 아니라, 고의성 여부피해 규모사후 대처 등을 종합해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소아청소년과의원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2026두30919)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0월 29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1월 10일 내원한 영아에게 유효기간(2023년 1월 9일)이 하루 지난 B형간염 백신(헤파규모)을 접종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A씨에게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보건복지부가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3개월 면허정지 처분을 한 것은 평등 원칙과 비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감경 사유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처분은 재량권 일탈남용이라며 행정처분을 취소했고, 서울고등법원도 보건복지부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1차 판결이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1차 판결이 확정되자 행정처분을 절반으로 감경해 A씨에게 2차로 1개월 15일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A씨는 2차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며 재차 소송을 제기했다.
1심(서울행정법원 제5부)과 2심(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은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급심은 유효기간이 36개월로 길었음에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은 고의가 아니더라도 중과실이라며 행정제재는 객관적 사실만으로 부과될 수 있고, 처분이 2분의 1 감경된 만큼 지나치게 가혹하지 않다고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 비도덕적 진료행위와 면허정지 사유 엄격히 구별해야
대법원은 구 의료법(2023년 5월 개정 전) 제66조 제1항 제1호가 정한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의 법리적 기준을 구체화하며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구 의료법시행령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은 유효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분류해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국민 건강을 보호증진하려는 의료법의 입법목적과 사회통념상 신뢰에 어긋나 면허정지라는 중대한 불이익을 정당화할 정도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진료행위를 의미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비도덕적 진료행위의 개념이 포괄적추상적인 만큼, 곧바로 자격정지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법령상 면허자격정지 대상은 비도덕적 진료행위 중에서도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경우에 한정된다면서 광의의 비도덕적 진료행위 모두가 곧바로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경우에 이르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으로 ▲문제된 진료행위의 내용과 행위자의 인식개입 정도 ▲행위의 반복성 ▲공중보건 내지 환자 안전에 미친 영향 ▲부적절성이 밝혀진 경위 ▲사후 태도 및 조치 등을 제시하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 건강 보호라는 입법 목적과 사회통념상 기대신뢰에 상당히 어긋나는 수준에 이르러야만 행정처분이 정당화된다고 설명했다.
유효기간 하루 경과부작용 전무당일 자진 통보심한 품위 손상 아냐
대법원은 이 사건 백신의 유효기한으로부터 만 하루가 지나기 전 시점에 접종이 이뤄졌고, 접종 후 생후 6개월 영아에게 건강상 문제나 이상 부작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원고는 접종 당일 스스로 착오를 인지하고 영아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해 경위를 설명했으며, 이후 보건소 사실조사에도 성실히 임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동종 위반 경력이 없고, 고의 없이 소속 직원의 실수가 개입된 점 등을 살펴보면, 의료법의 입법목적과 국민적 신뢰에 상당히 어긋날 만큼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킨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볼 때 A씨의 행위가 품위 손상에는 해당할지언정, 면허자격을 정지할 만큼 심하게 품위를 훼손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품위 손상 행위와 심각한 손상 행위를 엄격히 가려야 한다며 하급심을 전면 파기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행정처분 규칙상 기준에 부합하더라도 상위 법률상 중대한 비난 가능성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실질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행정소송에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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