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압수수색 사태'에 눈시울 붉힌 의사 "최소한의 안전 지켜달라"

홍완기 기자2026.10.30 10:49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 김도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회장 ⓒ의협신문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 김도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회장 ⓒ의협신문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태로 인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응급의사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무리한 현장 수사가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깊은 두려움을 남겼음을 알리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경찰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과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제도적 보호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은 최선을 다한 진료에도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소아응급의료 현장의 현실과 의료진이 감당하는 고통을 설명하며 울먹였다.

류정민 회장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며 걸어 들어왔던 아이가 순식간에 심정지 상황에 직면하는 것이 응급실의 냉혹한 현실이라며 의료진은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매 순간 온 힘을 다하지만, 최선의 진료에도 현대 의학의 한계와 질병의 급격한 진행으로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참담한 순간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에게 환자의 죽음은 그 무엇보다 큰 상처이자 고통이라며 그 슬픔 속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에게 아이의 마지막을 전해야 하는 것이 의료진의 또 다른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망한 아이를 치료한 의료진을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진료 현장에 수사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소아응급의료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우려다.

학회와 전국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수사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응급실은 결코 성역이 아니며 환자의 죽음을 누구보다 엄숙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공간이라며 진료 과정에 명확한 과실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경찰 수사에 언제나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응급실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공간으로, 진료 과정의 투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절차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모든 처방과 기록은 전산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입력되며, 기록을 수정하더라도 로그 기록이 남는다. 의사 기록뿐 아니라 간호 기록도 분 단위로 업로드되고, 응급실 곳곳에는 CCTV가 설치돼 있다. 원인 불명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법에 따라 정식 신고와 검시부검 절차도 진행된다.

학회는 굳이 수사관들이 진료 공간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CCTV와 전산 기록, 부검을 통해 그 어느 곳보다 투명하게 진료 과정과 사망 원인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리한 현장 수사가 의료진의 방어진료를 유발하고 결국 환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학회는 사망한 아이를 치료했던 의료진을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진료 구역에 들이닥쳐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은 현장 의료진을 극도의 공포와 위축으로 몰아넣는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의사도 두려움 없이 중증 소아환자를 돌볼 수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주대병원 압수수색 당시에도 의료진뿐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환자와 보호자들이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사 인력이 진료 공간에 진입하는 사실 자체가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모두에게 당혹감과 두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세 가지 원칙을 경찰 수사 가이드라인에 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생명이 위급한 필수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불가피한 경우 사전 협의와 법원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대해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관행을 차단할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응급실 내 환자 사망 시 의료법에 따른 검시와 부검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보호자의 112 신고나 경위 확인 요청만으로 진료실을 범죄 현장처럼 취급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현재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 말까지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단순히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차원을 넘어 소아응급의료 인력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시급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의협신문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 ⓒ의협신문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감소와 이번 압수수색 사태가 의료인력 수급에 미칠 영향도 주요하게 다뤄졌다.

의료진들은 올해 하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119명 정원에 단 2명만 지원한 상황에 대해 경제적 보상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이런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른 대안과 지원책을 아무리 만들어도 젊은 의사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재발한다면 저 역시 더 이상 소아응급실에서 일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11월 말까지 가이드라인 마련을 촉구한 배경에는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 지원, 인턴들의 진로 선택이 집중되는 시기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지숙 센터장은 11월 말부터 12월은 인턴들이 평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라며 현재 소아응급실에서 일하는 의료진도 내년 2~3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현장 의료진도 지칠 수밖에 없는 만큼 빠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경찰이 전자의무기록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응급실의 진료 기록은 여러 구역의 컴퓨터에서 분산해 입력되기 때문에 진료 현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병원 전산실에서 로그 기록을 확보하는 편이 정확하다는 것이다.

이지숙 센터장은 응급실은 하나의 컴퓨터에서 모든 진료가 이뤄지는 구조가 아니다. 전산 기록은 전산실에서 로그를 확인해야 언제, 몇 시에 무엇이 수정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응급실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산실에서 로그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훨씬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압수수색뿐 아니라 보호자의 112 신고 이후 경찰이 응급실에 출동해 진료 현장을 통제하는 상황 역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숙 센터장은 병원에서 환자가 사망하면 의료기관이 경찰에 신고하고 검시와 부검 절차가 진행된다면서도 보호자가 112에 아이가 사망했다거나 의료진이 아이를 죽였다는 취지로 신고하면 강력범죄 현장처럼 경찰이 출동해 의료진이 시술 중인데도 모두 내려놓고 현장을 보존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압수수색뿐 아니라 경찰이 응급실에 출동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수사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 의료계가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학회 측은 초기 단계에서 관련 의견을 전달했으며, 향후 협의체가 구성되면 현장의 특수성과 의료진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음 달 국회 토론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도 제안했다.

한편 이지숙 센터장은 최근 아주대병원을 방문한 경찰 고위 관계자들이 응급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 부족을 인정하고 의료진의 상처에 공감하며 사과했지만, 압수수색 경위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집단 사직이나 집단행동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학회와 센터장들은 수사기관과의 갈등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수사와 진실 규명은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의료 현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저희는 아이들의 곁을 지키고 싶다며 두려움 없이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국민과 언론의 공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전국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의협신문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19-서울마포-1665호사업자 정보확인
    • 고객센터: 1644-4702이메일: docple-plus@innoc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