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성형수술 직전 서명한 수술동의서 무효 "설명의무 위반"
성형수술에 따른 부작용 위험을 설명하고 자필 동의서를 받았더라도 수술 1~2시간을 앞두고 한 것이라면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환자가 수술을 받을지 여부를 차분히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것은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천지방법원 민사단독 재판부는 최근 A씨가 성형외과 의사 B씨와 C씨를 상대로 낸 5000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3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A씨는 지난 2024년 6월 15일 해당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진행한 뒤 복부와 옆구리 지방흡입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A씨는 6월 2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양측 옆구리와 상하복부에서 총 3700cc 규모의 지방을 흡입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활력징후는 정상이었다. 회복 중이던 A씨는 오후 2시 8분경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었고, 오후 3시경 혈압이 89/58mmHg로 떨어졌다. 의료진은 수액 등을 투여하며 경과를 관찰했으며 오후 4시 25분경 혈압이 52/33mmHg까지 떨어지자 응급 투약 조치 후 D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D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도착 당시 A씨의 혈색소(Hb) 수치는 6.7g/dL까지 떨어졌으며,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우측 복벽에 거대 혈종과 활동성 출혈 소견이 확인됐다. A씨는 수혈 등 입원 치료를 받은 뒤 6월 28일 퇴원했다.
A씨는 해당 성형외과 의료진이 수술 후 출혈 감시와 전원 조치를 지체하는 등 진료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수술 전 대량 출혈이나 저혈압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5000만원 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인천지방법원은 수술과 사후 조치 과정에서 진료상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혈압이 급격히 저하된 16시 25분 직후 10분 내에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취하고 즉시 상급병원 전원을 결정했다면서 진료기록 감정 결과 당시 의료진의 조치가 적절했다는 의학적 소견이 제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출혈 진단이나 상급병원 전원을 지체한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에 관해서는 엄격한 법리를 적용했다.
의료진이 수술에 따르는 위험을 고지할 때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가 이를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 의사의 설명의무는 수술 등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되어야 한다면서 환자에게 의사를 결정함에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설명을 한 뒤 곧바로 의료행위로 나아간다면 환자가 의료행위에 응할 것인지 선택할 기회를 침해한 것이어서 설명의무가 이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의료진은 수술 5일 전 상담 시 성형수술로 인한 위험이나 합병증을 설명했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록이나 자료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수술 닷새 전 상담을 받을 당시 생명신체의 위험이나 합병증 등에 관한 구체적 설명이 이뤄졌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면서 수술 당일 베트남어 수술동의서와 마취동의서에 서명하게 했으나, 수술 시작 시각을 감안하면 이 설명은 수술 불과 12시간 전에야 이뤄져 수술 여부를 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설명 내용도 부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베트남어 동의서에 혈종저혈압 등의 단어를 기재했더라도, 그것만으로 대량 출혈과 급격한 혈압 저하의 위험성에 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면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과 A씨에게 발생한 신체적 피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고, 위자료 액수를 300만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설명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모든 손해를 청구하려면 그 위반이 치료 과정에서의 진료상 과실과 동일시할 정도여야 한다면서 원고가 미용 목적으로 병원을 스스로 내원했고, 침습적 수술에서 출혈 가능성은 일반인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30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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