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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솜방망이 처벌…폭행·협박에 떠는 의료 현장

송성철 기자2026.10.23 16:18
2018년  7월 1일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본지 단독보도)을 계기로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특례 적용을 배제했다. ⓒ의협신문
2018년 7월 1일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본지 단독보도)을 계기로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특례 적용을 배제했다. ⓒ의협신문

진료실과 응급실 폭력 시 법정형을 상향했으나, 실제 사법 현장에서는 여전히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어 의료진의 안전과 환자의 진료권 보호라는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폭행 현장 일선에 나서야 하는 병원 보안요원과 원무과 직원은 법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추가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정형 높인 의료법응급의료법법원선 솜방망이 처벌
2018년 12월 31일 발생한 고 임세원 교수 진료실 피살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의료법(제12조 제3항, 제87조의2)을 개정해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인간호조무사의료기사를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다. 상해중상해사망 발생 시 가중처벌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같은 해 7월 1일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본지 단독보도)을 계기로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종사자 폭행 처벌을 강화하고, 음주로 인한 심신장애 감경 특례 적용을 배제했다.

2025년 1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김진주 교수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응급의료법을 개정(2026년 6월 24일 시행), 법률 적용 범위를 응급실뿐 아니라 권역외상센터지역외상센터구급차 내부사고 현장 등 응급실 밖에서 응급의료를 실시하는 장소까지 확대했다. 응급의료 방해 행위에 기존 구조이송응급처치진료에 더해 상담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더욱 강화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는 상해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응급의료 방해 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 아울러 응급의료기관의 장이나 개설자는 응급의료종사자가 폭력으로 피해를 입으면 가해자 즉각 분리추가 피해 방지수사기관 고발법적 대응 지원 등의 보호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법원이 선고한 하급심 판결들은 진료실과 응급실 폭력 시 처벌을 강화한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진료 대기 환자 향해 커터칼 휘둘러벌금 300만원(광주지법 목포지원 2026고단5302)
A씨는 한 안과 병원에서 15cm 길이의 커터칼을 꺼내 진료 대기 환자와 간호사를 향해 휘둘렀다.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이나 특수협박죄가 아닌 형법상 공공장소 흉기 소지죄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초범인 점, 피해 간호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입원실서 직원 폭행벌금 50만원, 집행유예(대구지법 서부지원 2026고정1193)
대구의 한 병원 병실에서 피고인은 자신을 강박 조치하던 직원의 안면을 주먹으로 때려 폭행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앓고 있던 양극성 정동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이 범행에 영향을 미친 점과 초범인 점을 들어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응급의료법 개정을 통해 주취 감경(음주 감경) 배제 특례를 신설했으나, 법원은 여전히 일반 진료실 및 병동에서의 폭력 사건이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은 형법 제10조에 따라 재판부 감경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원무과 선반 걷어차고 집기 던져벌금 80만원(수원지법 여주지원 2026고단10062)
병원 접수처에서 볼펜을 집어 던지고 원무과 내부 선반을 발로 걷어차 환자 접수 및 수납 업무를 방해하고 직원을 폭행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경합범 가중을 거쳐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병원서 난동 부리고 폭행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수원지법 안산지원 2025고단645 등)
피고인은 병원 로비에서 사람 죽이는 곳이라며 소란을 피우고 직원을 발로 차며 내가 갑이고 너는 을이라고 협박했다. 이 피고인은 2건의 다른 사건으로 특수재물 손괴 미수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를 병합했음에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형에 그쳤다.

응급실 보안요원 폭행반의사불벌죄, 공소기각(수원지법 안산지원 2026고단11176)
2026년 2월 안산시 한 병원 응급실에서 만취한 채 난동을 부리던 피고인은 이를 제지하던 병원 보안요원의 다리를 걷어차고, 멱살을 잡은 뒤 머리로 들이받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근 피고인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약식명령 청구 이후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는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를, 응급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보호하는 법규를 강화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먼저 앞장서는 보안요원이나 원무과 행정인력은 정작 개정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안요원과 원무과 직원은 폭행 피해를 당하더라도 적용 죄명에 따라 일반 형법의 규율을 받는다. 형법상 단순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반의사불벌죄로 공소 제기를 제한할 수 있다.

응급의료법과 달리 의료법은 상해가 발생하지 않은 단순 폭행협박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를 유지하고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 시 처벌이 불가하다.

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입법을 통해 법정형은 높아졌으나 법원의 관대한 양형 관행, 단순 폭행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 현장 질서를 전담하는 보안행정 인력의 법적 배제라는 삼중고로 인해 법 개정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며 진료 현장의 온전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처벌 기준의 실질적 강화와 함께 지원 인력까지 포괄하는 법률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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