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밑줄·동그라미 없는 동의서 설명 불인정…위자료 3천만원 배상
비파열성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은 환자가 급성 뇌경색으로 중증 반신마비와 인지기능 저하 후유증이 발생한 사건에서 법원은의료진의 수술상 과실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수술동의서에 밑줄이나 동그라미 표시가 전혀 없다면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은데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수술하지 않았을 때의 위험은 상세히 설명한 반면 수술했을 때 합병증 발생 위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판단이다.
창원지방법원은 최근 비파열성 뇌동맥류 결찰술 후 장애가 발생했다며 환자 A씨가 B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5억 9505만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위자료 3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가족력으로 뇌 건강검진을 받던 중 우측 중대뇌동맥 분지부에서 6.11mm8.56mm7.57mm 크기의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발견했다. B 의료법인 신경외과 전문의 C씨는 동맥류의 모양과 혈관 구조상 코일색전술보다는 개두술을 통한 뇌동맥류 결찰술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A씨에게 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의 장단점을 설명했고, 2023년 3월 14일 입원해 3월 15일 뇌동맥류 결찰술을 받았다. 뇌동맥류 결찰술은 통상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수술이었으나, 동맥류 크기가 크고 위치가 깊은 데다 뇌척수액 누출 및 유착 등 기술적 난관이 겹치면서 다른 신경외과 전문의 D씨까지 참여해 12시간(오전 9시 30분오후 9시 30분)에 걸쳐 진행했다.
수술 직후 중환자실로 옮긴 A씨는 다음 날 자정 무렵부터 정신이 몽롱해지고 좌측 상하지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반신마비 증세를 보였다. 의료진은 3월 16일 오전 5시 11분경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RI)에서 소뇌동맥 및 선조체낭 부위의 급성 뇌경색을 확인했다. A씨의 의식수준은 명료했으나 혼자서 걸을 수 없고, 자기를 돌볼 수 없는 중경증 장애 증상을 보였다. A씨는 의사소통 시 지남력(사람시간장소) 혼란 상태로 인지능력이 저하하고, 구음장애경미한 좌측 안면마비좌측 편마비가 발생하는 등 상태가 악화되자 3월 21일 퇴원,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다.
심한 뇌병변장애 판정을 받은 A씨는 현재 좌측 편마비와 인지 저하로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로 이동해야 하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다.
A씨 측은 소송에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부적절하게 강행하고 유발전위검사를 하지 않은 수술상 과실 ▲반신마비 증상 발현 후 5시간 이상 MRI 검사를 지체하고 지혈제(트라넥삼산)를 투약해 증상을 악화시킨 경과관찰 및 조치상의 과실 ▲수술 부작용과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설명의무 위반을 저질렀다며 총 5억 9505만 원(적극적 손해 5억 1311만원, 소극적 손해 3194만원, 위자료 5000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원고의 동맥류는 주요 가지혈관이 직접 뻗어나오는 구조여서 코일색전술이 부적합했고, 기대여명이 10년 이상이며 크기가 5mm 이상이었으므로 뇌동맥류 결찰술을 선택한 것은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진 점에 대해서도 동맥류 형태상 수술 난이도가 높아 발생한 현상일 뿐 의료진의 과실로 볼 수 없으며, 수술 중 경두개 도플러 검사 등을 통해 혈류 흐름을 확인했으므로 유발전위검사 미시행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술 후 뇌경색 조치 지연 및 약물 투여 논란에 대해서도 원고에게 발생한 급성 뇌경색은 주 혈관의 혈전이 아닌 내경이 매우 작은 미세 천공동맥(렌즈핵 선조체 동맥) 손상으로 인한 것이라며 측부순환 혈관이 없어 막힌 즉시 뇌경색이 진행되었기에 MRI 검사를 조기에 시행했더라도 수술 직후 출혈 위험 때문에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없었고 예후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지혈제 투약 역시 뇌경색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반면 법원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술 전 작성한 뇌동맥류 결찰술 설명 및 동의서에는 파열성 뇌동맥류를 수술하지 않고 방치 시 뇌동맥류 파열 후 3분의 1은 현장 사망재출혈 시 사망률 50% 이상 등을 기술한 반면 A씨와 같은 비파열성 뇌동맥류를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 경우 파열 가능성뇌동맥류 결찰술 후 예상되는 합병증의 종류 및 확률 등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보는 수도 있으나 파열 시 돌이킬 수 없는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수준으로 간략히 기재하는 데 그쳤다면서 수술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과 후유증에 관한 설명을 충분하고 균형 있게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수술 시행을 전제로 하고 파열되었을 경우의 결과, 비파열성 뇌동맥류 치료 방법으로서 뇌동맥류 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의 장단점 위주로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술을 받지 않음으로 인하여 예상되는 위험 및 발생가능성에 관한 설명을 들었더라면, 응급환자가 아니었던 원고로서는 시간을 두고 이 사건 수술을 받을지 여부, 수술을 피고 병원에서 받을지 여부, 타병원에서 추가 정밀 검사를 받고 결정할지 여부 등을 숙고하여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설명을 충실하게 하지 않음으로써 원고 측은 그와 같은 기회를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수술동의서에는 밑줄이나 동그라미 등과 같은 표시가 전혀 없어 의료진이 항목별로 구체적인 설명을 했는지 알 수 없다며 수술의 필요성이나 합병증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수술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음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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