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소방도, 응급실도 '재정 빨대'가 아닙니다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 예산을 두고 재정 빨대, 쭉쭉 빨아먹는다는 거친 표현이 오가며 큰 논란과 상처를 남겼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크다는 취지였다고는 하나, 밤낮없이 현장을 지키는 공직자들과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생기스를 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는 필자는 이 논란을 보며 씁쓸함과 함께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응급실과 수술실, 소아 야간진료 등 이른바 필수의료 영역 역시 지방재정과 민간 의료기관의 적자에 의존해 겨우 버티고 있는 대표적인 공공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정치권은 종종 소방과 응급의료에 들어가는 예산을 재정 소모나 부담으로 바라본다. 인구 110만의 특례시인 용인시만 하더라도, 최근 경기 남부 거점인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실마저 진료 차질을 겪으면서 밤중에 아이가 아프면 타 지역 응급실을 찾아 헤매고, 중증 응급환자가 골든타임을 허비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상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필수적인 인프라는 늘 재정난과 인력난에 허덕이는가?
문제는 소방관이나 의료진이 재정을 축내서가 아니다. 생명 안전망을 유지해야 할 국가(중앙정부)가 국비 지원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그 부담을 지자체와 민간에 멍에처럼 씌워두었기 때문이다. 국가직으로 전환됐음에도 지방비에 의존하는 소방이나, 지원 부족으로 지자체 보조금과 병원 적자에 의존하는 응급의료나 그 구조적 모순은 완벽히 닮아있다.
그러나 이 위기를 응급실 예산만 쏟아붓는 방식으로 풀 수는 없다. 동네 1차 의료기관이 튼튼하게 뿌리내려 야간휴일 경증 및 소아 환자를 적기에 케어해 줄 때 비로소 응급실 과밀화가 해소되고, 진짜 중증응급 환자가 골든타임을 지키는 정상적인 의료 전달체계가 작동할 수 있다. 1차 의료 강화야말로 시민의 생명을 지키고, 불필요한 지방재정 낭비를 막는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극적인 언사로 현장의 헌신을 비하하거나 지방 재정난을 탓하는 불평이 아니다. 실질적인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우선 용인시와 용인시의회는 관내 1차 의료 육성과 소아응급 의료체계의 선순환을 지원할 「용인시 지역의료 발전 조례」 제정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 아울러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지역 의료를 살릴 수 있도록 상위법을 정비하고, 「응급의료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에 전가된 응급필수의료 국비 보조율을 최소 70% 이상 법정 의무화하는 입법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소방관의 사이렌 소리와 응급실의 불빛은 재정을 축내는 경고등이 아니라, 110만 용인시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구원의 신호다. 이제 정치권과 지자체는 재정 타령을 그만두고, 1차 의료와 응급의료가 함께 상생하는 책임 있는 조례 제정과 제도 개선으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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