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아무리 고된 삶 이어져도 학문적 진전 멈출 수 없다"
소아과학 연구는 결국 지식을 만들어 치료로 연결하는 일이다. 소아청소년과는 진료 부담이 크고, 특히 지방 의대와 병원에서는 연구교육 여건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연구를 멈출 수 없다. 아이디어와 인프라를 갖춘 젊은 연구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소아과학의 학술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아무리 고된 삶 이어져도 학문적 진전을 멈출 수 없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학술연구 중심 가치 구현에 나선다. 제19차 아시아소아청소년과학연구학회 학술대회(ASPR 2026/2123일롯데호텔 월드) 및 제76차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갈수록 어려운 여건에 직면하며, 진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이지만 연구 네트워크 재건과 미래 전략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시간을 갖는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ASPR 2026 주요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아시아 지역 공동연구 필요성,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 성장도표 개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한석 이사장(서울의대), 박경배 회장(순천향의대), 최창원 학술이사(서울의대), 문진수 기획정책이사(서울의대), 송대진 대외협력홍보이사(고려의대), 임병찬 총무이사(서울의대) 등이 참석했다.
김한석 이사장은 14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과학의 연구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 학술 협력을 한층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아시아미국유럽의 주요 학술단체가 함께하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지속적인 국제 공동연구와 차세대 연구자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경배 회장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건강한 성장과 생활환경을 뒷받침하는 사회적 노력도 중요하다라면서 이번 학술대회에서 논의되는 설탕부담금과 성장도표 개정 등의 주제가 어린이 건강을 위한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어린이 건강 증진, 과학과 사회를 잇다(Advancing Child Health, Bridging Science and Society)를 주제로 34개국 약 1300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연구자가 참가한다.
초록은 32개국에서 총 627편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4개국 529편(구연 133편포스터 396편)이 발표된다.
ASPR은 지난 2005년 일본 도쿄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아청소년과학 연구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 왔다. 2008년 미국 하와이, 2011년 미국 덴버에서는 미국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SPR)와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국제 협력을 확대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제8차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으며,14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조강연은 Joyce Rivera Javier 미국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SPR) 회장, Willem-Pieter de Boode 유럽소아청소년과학연구회(ESPR) 회장, Junko Takita 일본소아과학회(JPS) 회장 등이 나서, 국제 공동연구와 학술 네트워크 구축, 차세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및 의사과학자 양성 등을 주제로 아시아-미국-유럽을 잇는 국제 연구 협력의 발전 방향을 탐색한다.
아시아권 공동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실제로 전 세계 신생아의 약 60%가 아시아에서 태어나는 만큼 아시아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지적이다. 미국소아과학회와 유럽소아과학회에서도 아시아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김한석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 연구자와 발표자가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연구가 여전히 상당한 역량을 유지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그러나 연구 여건 개선은 시급하다. 소아청소년과는 진료 부담이 크고, 특히 지방 의대와 병원에서는 연구교육 여건 확보가 어렵다라면서 연구 재원이 전혀 없던 과거와 달리 일부 지원은 가능해졌지만, 진료 부담 때문에 연구에 투입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이디어와 인프라를 갖춘 젊은 연구자에게 기회를 더 넓혀줘야 한다고 짚었다.
소아희귀질환에 대한 연구 네트워크의 중요성도 되새긴다.
소아 희귀질환은 개별 질환의 환자 수가 적고 임상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단일 국가의 연구만으로는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국가 간 환자 정보와 연구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제 협력체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메인 세션인 소아 희귀질환 연구: 아시아태평양 네트워크 구축을 넘어 세계로(Rare Disease Research in Pediatrics: Building an Asia-Pacific Network, Reaching the World)세션에서는 호주, 일본, 대만, 한국의 전문가들이 소아 희귀질환 연구 프로그램 운영 경험, 희귀질환 관련 유전자 발굴과 임상 적용, 미진단질환 진단체계 및 국가별 희귀질환 연구 네트워크 구축 사례 등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희귀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받고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국제 공동연구의 기반을 다진다.
ASPR 2026은 단순한 지식 교류를 넘어,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전 세계 소아청소년과학 연구자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진단과 치료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가당음료 부담금(Sugar Duty) 관련 특별 심포지엄도 진행했다. 이와 함께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어린이 비만과 대사질환 예방을 위한 공중보건 정책으로 주목받는 설탕부담금(Sugar Duty) 관련 아시아 지역의 설탕부담금 정책 현황과 말레이시아의 도입운영 경험, 국내 논의 현황 등을 공유한다.
가당음료의 과도한 섭취는 소아 비만과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2018년 음료 설탕부담금을 도입한 영국에서는 정책 시행 이후 1011세 여아의 비만 유병률이 약 8%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서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PLOS Medicine, 2023).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각국의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설탕부담금의 역할과 국내 적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어린이의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을 위한 사회적 노력의 중요성을 논의한다.
가당음료에 포함된 단순당의 과다 섭취가 소아청소년 비만과 만성질환, 심뇌혈관질환, 암 위험을 높인다는 진단이다.
문진수 기획정책이사는 가당음료 부담금은 단순한 증세가 아니라 소비를 줄이고 업계가 제품 내 당 함량을 낮추도록 유도하는 건강정책이다. 학회 회원 설문에서도 90% 이상이 도입에 찬성했다라면서 가당음료와 가당제품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아청소년이다. 조성 재원은 소아청소년 건강과 복지에 집중적으로 쓰여야 한다. 건강한 대체음료 개발 연구에도 일부 재원이 투입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당음료 과세는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도입됐거나 논의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입법 초안이 준비됐으나 증세 논쟁과 정치적 여건 등을 이유로 발의가 보류된 상태다.
소아청소년과학회가 검토한 법안 초안은 가당음료에 부과되는 부담금을 담뱃세와 유사한 기금 형태로 운영하고, 연간 약 9000억원 규모의 재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재원은 소아 비만 예방치료, 소아청소년 건강증진과 만성질환 예방, 복지 분야에 우선 활용토록 했다.
10년주기로 발표되는 성장도표 개정작업도 진행된다.
소아청소년과학회와 질병관리청은 내년도 성장도표 개정을 위한 공청회을 통해 성장도표 개정 계획과 통계적 산출 방법을 소개하고, 교육보건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패널토론을 통해 개정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와 질병청이 진행하는 202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 개정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성장도표는 저신장저체중비만 등을 평가하는 기본 지표로, 1967년 이후 약 10년 주기로 제정발표돼 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기존 도표에서 나타나던 36개월 시점의 절단점을 없애는 데 있다. 영유아가 누운 자세에서 서서 측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24개월 절단점은 국제적으로 공통이지만, 국내 도표는 과거 코호트 자료 부족으로 36개월에도 절단점이 존재했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의 참여로 절단점을 해소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또 국내 비만 판정 기준이 국제 기준보다 높아 비만 유병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맞게 조정키로 했다. 새 성장도표가 적용되면 비만 유병률이 다소 상승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을 더 정확히 반영하는 결과라는 지적이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이용자 편의 도구와 해설 자료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생애 초기 알레르기 예방을 위한 아시아 연구 네트워크 구축, 환경오염과 어린이 호흡기 건강, 유전자치료, 소아암 면역치료, 신생아 집중치료,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등 소아청소년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최신 연구 성과가 발표된다.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대한소아신경학회,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대한소아내분비학회, 대한소아심장학회 등 관련 분과학회의 심포지엄도 함께 열려 국내 연구자들의 학술 교류가 이어진다.
지방 의대의 소아청소년과 교육 여건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
소아청소년과 인력 위기, 특히 지방 의대의 학문 연속성 붕괴를 가장 큰 현안으로 꼽았다. 대한의학회에 등록된 공식 분과학회가 9개인 가운데, 모든 분과의 교수진을 갖춘 의과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일부 의대는 정식 교원이 한 두 명에 불과해 자기 전공은 물론 타 전공 강의까지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소아혈액종양, 소아신장, 소아중환자, 소아심장 등 세부 전문 분야에서는 후속 세대 확보가 더욱 어렵다.
박경배 회장은 지방에서는 전문 교수 한 명이 지역 의료와 교육을 지탱하는 경우가 많고, 그마저 정년이나 이동으로 공백이 생기면 분과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 소아청소년과 교육체계에 CPR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토로했다.
전공의 부족이 단순한 인력 문제를 넘어 진료교육연구 전반을 흔들고 있다. 전공의 감소로 교수와 입원전담의가 당직과 응급 진료를 직접 감당하면서 연구와 교육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박경배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지원자를 늘리고 전문의 진입까지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회성 수당보다 진료여건연구여건법적 환경을 함께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 의료인이 많은 분야 특성을 고려한 육아출산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라면서 소아청소년과는 힘든 시기이지만,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아이들을 돌볼 전문가는 더욱 필요하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연구자와 교육자를 길러내는 학문적 명맥을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성명서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한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 논의를 촉구합니다
우리 사회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식품 환경 속에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가당음료는 많은 양의 당을 쉽게 섭취하게 하는 대표적인 식품이며, 과도한 당류 섭취는 소아청소년 비만과 대사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진료 현장에서 비만과 대사 이상이 어린 연령에서부터 나타나는 현실을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이나 가정의 선택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보다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당음료에 대한 과세 또는 부담금 정책은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가당음료 소비 감소와 제품의 당 함량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과도한 당류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식품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어린이 건강 보호를 위한 가당음료 부담금 도입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이러한 정책의 목적은 세수 확보 자체가 아니라 과도한 당류 섭취를 줄이고, 어린이와 청소년이 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두어야 합니다.
향후 제도 도입이 논의된다면 부과 기준과 적용 범위는 국내의 당류 섭취 실태와 건강영향, 소비행태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한 이른바 제로 음료에 대해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섭취 실태와 건강영향, 가당음료를 대체하는 소비 양상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성되는 재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증진과 건강한 성장환경 조성, 소아청소년 의료체계 강화 등 다음 세대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가격 정책과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관리, 학교와 지역사회에서의 건강한 식품 선택 환경 조성, 이해하기 쉬운 영양정보 제공 등 다양한 정책도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어린이는 자신이 살아갈 식품 환경을 스스로 만들 수 없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가당음료 부담금을 포함한 건강한 식품 환경 조성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되기를 촉구하며, 향후 관련 정책이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 단체로서 정책의 설계와 평가 과정에 전문적인 자문과 협력을 이어가겠습니다.
2026년 10월 21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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