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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사에 안구 적출 허용? 의사도·환자도 "어불성설"

홍완기 기자2026.10.22 10:16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이미지=freepik] ⓒ의협신문

국내 안구 기증 활성화를 위해 사망자의 안구 적출을 의사만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가운데,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나란히 우려를 표명했다.

기증 확대와 수입 각막 의존도 완화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기증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안구 적출의 전문성을 낮추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안과의사회와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21일 각각 성명을 내고 안구 적출을 비의료행위로 간주해 비의사에게 허용하려는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단체는 기증 희망등록부터 유족 동의, 적출, 보존과 이송에 이르는 과정을 점검해 실제 기증이 무산되는 원인부터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논란은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국내 안구 기증 희망등록자가 매년 6만~8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0.1~0.2%에 그치고, 각막이식의 80~90%를 수입 각막에 의존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행 안구 적출 규정의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망자의 안구 적출은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안과의사회는 안구 적출을 단순한 조직 분리 작업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적출 과정에서 조직이 손상되거나 오염되면 이식편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이식 결과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망자에게 시행하는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적출에서 이식까지 이어지는 이식의료의 연속성을 간과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안구와 안와 구조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 무균적 조작,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수술적 숙련, 적출 후 적절한 보존 등은 이식 가능한 조직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기증자의 병력과 감염 위험을 평가하고 적출 과정에서 발견되는 이상 소견을 판단하는 과정 역시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다는 게 안과의사회의 설명이다.

기증자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유족에게 예우를 다하는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안과의사회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진료지원인력 등 비의사에게 직접 조직을 절개하고 안구를 적출하는 행위를 맡겨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기증 관련 연락과 절차, 적출 준비를 지원하는 업무와 실제 적출 행위는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의사 역시 안구 적출을 행정적기술적 작업으로만 바라보는 접근에 선을 그었다.

적출된 안구가 실제 이식에 사용되려면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보존과 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기증 건수 자체만으로 정책의 성공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환의사는 적출 과정에서 조직 손상이나 부적절한 처치로 이식 적합성이 훼손되면 기증자의 뜻은 물론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기대까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적출 인력 확대를 논의하려면 이식 가능한 안구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객관적인 근거로 검증하고, 교육자격감독 체계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특히 국내 기증 실적이 저조하다는 통계만으로 의사의 적출 의무가 기증 부진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증 희망자 관리, 의료기관 의뢰, 유족 상담과 동의, 적출팀 출동, 조직 보존과 이송 등 여러 단계에서 기증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전 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근거로 비의사 적출 허용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과의사회는 일부 국가에서 전문교육을 받은 비의사 인력이 안구나 각막 조직을 채취하는 사례가 있지만, 별도의 교육과 자격 인증, 역량평가, 표준절차 및 품질관리 체계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반을 갖추지 않은 채 해외 사례만을 근거로 국내에서도 비의사 적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안으로는 적출 인력의 업무 범위를 먼저 완화하기보다 기증과 이식을 연결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안과의사회는 안과의사가 참여하는 권역별 적출 협력체계와 야간휴일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인력과 비용을 지원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호스피스임종기 진료기관과 장기구득기관, 안은행, 이식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 기증이 중단되는 원인을 단계별로 점검해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환의사도 기증 희망자 정보를 적법하게 관리하고 임종이 예상되는 환자와 의료기관을 연결하는 사전 연계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적출 인력 확대가 실제 기증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이식 적합성과 안전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검증 없이 규제부터 완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두 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안구 적출 인력과 업무 범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안과계의 전문적 검토를 반영하고, 환자 안전과 기증자 존엄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과의사회는 기증자의 숭고한 뜻은 안전한 적출과 성공적인 이식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안구 기증 활성화에는 적극 협력하되 적출의 전문성과 의사의 책임을 약화시키는 정책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환의사 역시 기증 실적을 높이기 위해 이식 가능한 조직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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