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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의사회 "초진 비대면진료 확대, 항생제 오남용 우려"

홍완기 기자2026.10.21 13:13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의협신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의협신문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가 정부의 비대면진료 제도화 방침에 대해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특히 초진 환자의 30일 처방 예외와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건수 산정 제외 조항이 대면진료 원칙을 훼손하고, 항생제스테로이드 오남용과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고 비대면진료를 보완적으로 활용한다는 법의 취지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희귀질환자와 장애인 등을 위한 예외 규정, 이비인후질환의 화상통신 의무화, 비대면진료 비율 상한 도입 등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금지라는 4대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 조항이 적지 않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비인후과는 고막과 비강, 후두 등을 직접 관찰하고 청력평형기능을 평가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진료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화상통신만으로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과 일부 외형적 소견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 병변을 확인하거나 질환의 중증도를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귀 통증만으로는 항생제 치료가 필요한 급성 중이염과 그렇지 않은 삼출성 중이염을 구분하기 어렵고, 인후통 역시 단순 인두염과 급성 후두개염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충분한 진찰 없이 이뤄진 처방이 증상만 일시적으로 완화해 환자의 대면진료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초진 환자에게 예외적으로 최대 30일 처방을 허용하는 조항도 문제로 꼽았다. 개정안은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면 30일 처방을 허용하지만, 해당 이력이 대면진료를 통해 형성됐는지는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 1회 한정이라는 조건 역시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7일 처방 원칙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항생제와 스테로이드의 과다 처방 가능성도 제기했다. 급성 중이염과 부비동염, 인두염 등 주요 이비인후과 질환은 병변을 직접 확인해 약물 필요성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회는 대면진료를 통한 확인 없이 처방이 이뤄지면 오진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처방이 늘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남용을 부추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급성 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2002년 73.33%에서 2022년 32.36%로 감소했음에도, 개정안의 처방 제한 대상에 항생제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비대면진료 확대가 그동안의 항생제 사용 개선 성과를 되돌리고 항생제 내성 문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약물 처방으로 중증 질환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어지럼은 뇌졸중의 신호일 수 있으며, 이명은 돌발성 난청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점이액은 진균성 외이도염을 악화시킬 수 있고, 비강 분무제 처방으로 비강 종양의 초기 증상이 가려질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초진 처방 제한 약제에 전정억제제와 이명 치료 약제, 스테로이드 복합 점이액, 항생제 점이액, 비강 분무제, 전신 항생제를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전정억제제와 이명 치료 약제, 스테로이드 복합 점이액은 재진에서도 처방을 금지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제한 약제의 처방 단계 자동 차단과 우회 처방 모니터링도 제시했다.

야간휴일 비대면진료 건수를 진료 비율과 의사 1인당 월평균 건수 산정에서 제외하는 조항에도 반대했다. 개정안은 평일 오후 8시 이후, 토요일 오후 6시 이후, 휴일 진료 건수를 비대면진료 비율 상한인 30%와 의사 1인당 월평균 500건 제한의 산정에서 모두 제외한다.

의사회는 이 같은 예외가 야간휴일 비대면진료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 허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대면진료 위주로 운영되는 의료기관과 비대면진료 전담 의사가 늘고, 상업적 중개 플랫폼이 시장 확대에 나서면서 대면진료 중심의 의료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야간휴일 진료도 의사 1인당 건수 상한에 포함하고, 비대면진료 위주로 운영되는 기관에는 산정 예외를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중증 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면진료나 응급 평가로 연결하는 기준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성 난청과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한 어지럼, 호흡곤란, 멈추지 않는 코피 등이 확인되면 비대면진료를 중단하고 적절한 진료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경내시경청력검사 등 객관적 검사정보를 법에서 규정한 시각적 정보에 포함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아울러 초진 30일 예외 처방은 대면진료를 통한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된 경우로 한정하고, 1회의 기준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 기준과 고시를 마련하는 과정에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의사회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빠르게 배송되는 약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최선의 치료라며 귀와 코와 목을 직접 들여다보는 진료를 지키고 환자 안전을 중심에 둔 제도가 되도록 개정안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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