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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약 급여화부터? 산부인과의사회 "순서 틀렸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임신중지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를 정하는 법적 기준도, 투약 과정에서 여성의 안전을 담보할 의료체계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여화부터 추진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국회 일각에서 제기된 임신중지 의약품 건강보험 직권등재 요구와 정부의 급여 적용 검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불법 유통 약물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권 관리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급여 확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통해 허용 범위와 절차를 먼저 정한 뒤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사회는 급여화가 단순히 약값 부담을 줄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가가 해당 의료행위의 범위와 기준을 공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인 만큼, 사회적 합의와 법적 근거, 의학적 안전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임신중지의 허용 주수와 사유, 상담숙려 절차 등을 규정하는 법률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신중지 사유를 따지지 않고 급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국회가 입법으로 정해야 할 사안을 행정 절차로 먼저 결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의사회는 현행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른 의학적법적 사유에 해당하는 임신중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적용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존 급여를 유지하는 것과 법적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의사회가 급여 확대에 앞서 안전체계 마련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임신중지 의약품의 특성과 투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의사회는 임신중지약 투약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 내 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궁외임신을 확인하지 못한 채 약물을 투여하면 자궁외임신 파열과 대량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사항에 따르면 미국 내 임상시험에서 수술적 처치가 필요했던 경우는 2.6%로, 임신이 지속된 사례 0.7%를 포함했다. 응급실 방문 비율도 2.9~4.6%로 보고됐다.
의사회는 불완전유산이나 출혈, 감염 등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자궁소파술 등 수술적 처치와 응급의료가 신속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면 진료와 초음파 진단, 응급의료기관 연계, 사후 추적관리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적용부터 논의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처방 자격과 투약 장소, 사후 관찰 기준, 부작용 보고 체계 등 구체적인 관리 기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의료진의 법적 보호와 양심에 따른 처방 거부권 역시 행정 지침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법적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급여화가 먼저 추진되면 의료진은 명확한 기준 없이 책임만 떠안게 되고, 그 결과는 여성 환자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관리체계 구축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의약품 공급 경로와 사용량을 관리하고, 처방 의료기관 기준과 이상사례 보고추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급여 확대 논의에 앞서 이러한 체계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국회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개정해 임신중지의 허용 범위와 절차, 급여 기준을 법률로 정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에는 입법과 안전기준 마련 전까지 임신중지 사유를 묻지 않는 급여 확대 및 직권등재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면 진료와 초음파 진단, 수술적 처치 및 응급 이송이 가능한 의료기관과의 연계, 사후 추적 기준을 법적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의료진의 법적 보호와 처방 거부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전사용 기준 마련 과정에 산부인과 전문가 단체를 공식적으로 참여시킬 것도 요구사항에 포함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의사회는 임신중지약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법적 기준과 안전체계를 먼저 갖추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을 갖춘 제도가 마련되도록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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