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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쌓이는 건강 데이터 어떻게 활용할까…"답은 정해졌다" 

이영재 기자2026.10.20 15:15
박혼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 부문장(부사장)은 20일 제49차 국제병원연맹(IHF) 세계병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박혼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 부문장(부사장)은 20일 제49차 국제병원연맹(IHF) 세계병원대회에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고장 난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면 더 빠르지만 더 나쁜, 맞지 않는 프로세스가 될 뿐이다.

박혼 삼성전자 디지털 헬스 부문장(부사장)은 20일 제49차 국제병원연맹(IHF) 세계병원대회 기조강연에서 인공지능(AI)과 연계형 건강관리(connected care) 기술이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담론을 풀어놓았다. 병원 업무 자동화에 치중할 게 아니라 웰니스와 세계 의료 전반의 데이터를 활용해 진료 흐름(care flow)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의 고민은 정보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데이터는 늘었지만 전체적인 의료비용은 줄지 않는 데 있다.

내 비전은 기존 의료 시스템의 첫 번째 단계와 마지막 단계를 연결해 수십억 인구의 건강을 개선 데 있다.

그는 미군에서 근무하며 보스니아 전쟁 당시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67년 전 삼성전자에 합류했다.

삼성전자에 합류한 뒤 그가 처음 몰두한 분야는 수면이다. 수면 중 혈압의 야간 저하, 깊은 수면 단계에서의 변화, 수면이 뇌에서 독소를 제거하는 현상 등이 일어난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최근 6만 5000명 데이터로 학습한 연구에서 야간 수면다원검사(PSG)의 특정 신호가 원인 사망률 및 만성질환 예측과 상관관계를 보여줬다. 추가적인 검증과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우리 몸에는 이미 신호가 존재하며 우리는 이를 발견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데이터가 아무리 늘어도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데이터 사일로(silos)를 지목했다.

웨어러블 데이터, 환자 생성 데이터, 임상 데이터, 외래재택 데이터가 아직 하나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 연결성 격차가 해소되면 경이로운 성과가 나올 것이다.

예방의료의 효과는 이미 입증됐다.

운동 부족이나 높은 나트륨 섭취 같은 생활 습관은 비만 등 대사 변화의 원인이 되며, 이로 인해 연간 약 3조 달러의 비용이 발생한다. 미국 당뇨병 예방 프로그램(DPP)은 당뇨병 신규 발생을 58%까지 낮췄고, 핀란드의 포괄적 지역사회 접근 방식은 관상동맥 질환 사망률을 84%까지 감소시켰으며, WHO 심장 프로그램도 32개 이상 저중소득국가에서 1200만 명 이상을 치료하며 혈압 조절 성과를 냈다. 우리가 집중할 때 예방의료는 실제로 효과가 있다. 문제는 예방의료에 충분한 예산을 지출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건강 영역에서 환자의 신뢰와 판단의 무게를 간과할 수 없다.

미국에서 가입자가 민간보험에 머무는 기간이 평균 4년 정도에 그친다. 예방의료 분야의 투자 혜택이 다음 보험자에게 넘어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의사로서 겸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의사의 조언을 따를지는 환자가 결정한다는데 있다. 성과의 상당 부분은 환자의 신뢰와 판단에 달려 있다. 예방은 팀 스포츠인데 지금까지 개인 스포츠처럼 다뤄졌다. 예방의료는 환자나 병원, 보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공을 위해서는 진정한 양방향 참여가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그들은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고, 의료진은 이를 검토하고 있다.

재택 의료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가정이 예방의 현장이 되고 있다.

재택 의료로의 진료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가상 진료와 원격 모니터링도 함께 확대되며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세계적 추세다. 호주는 30년 넘게 병원 가정 내 서비스(Hospital at Home)를 시범 운영하면서, 현재 공공병원의 25%가 재택 병상 서비스를 제공하며, 23개국 이상의 장기 요양 대상자가 자택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새로운 디지털 관문이 열리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의 대다수는 일주일에 5일 이상 기기를 착용해 지속적 건강 모니터링이 가능해졌고, 웨어러블 데이터를 들고 의사를 찾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는 단편적 측정을 넘어 개인의 건강 패턴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계형 건강관리 전략은 4 더하기 1은 5로 요약된다. 웰빙의 네 가지 기둥인 수면영양활동정신건강에 바이탈(활력징후)을 더해 심장대사 건강, 뇌 건강, 근골격계 건강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행동 과학이 내재되어 있어, 사용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조정하며, 프로그램에서 이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까지 한다. 생활 습관과 만성 질환의 실제 위험도 간 상관관계를 보여줌으로써 한 걸음씩 작은 변화를 유도한다.

현재 TV와 가전제품, 이를 연결하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생태계를 보유한 만큼 가정에서의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가정에서 삶과 건강이 이뤄지며, 예방 또한 그곳에서 실현될 수 있다. 올바른 음식을 함께 요리하고, 함께 운동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 같은 요소들은 아직 완전히 최적화하지 못한 흥미로운 영역이다. 내가 그리는 미래는 가정 내 게이트웨이를 통한 휴대전화가전제품 간 상호작용이다. 타이핑 속도나 청력 저하 같은 요소들이 신호로 작용하기 시작하면, 증상이 나타나기 훨씬 전에 환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해 조기 발견과 조기 개입이 가능해진다. 삼성은 웨어러블로 심박수, 심박변이도(HRV), 혈중 산소포화도, 심전도, 수면 점수에 더해 항산화 지수와 피부 최종당화산물(AGEs) 지수까지 측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데이터를 생성하기 위해 기기를 연결하고, 의사간병인가족을 포함한 사람들을 연결하며, 혁신을 거듭하는 파트너 생태계 내에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연계형 건강관리를 구현한다.

그렇다면 어디에 무게를 실어야 할까. 마지막 단계(last mile)가 관건이다.

2주간 혈압 모니터링이 필요한 환자가 시계로 혈압을 재면 결과가 자동으로 의사에게 전송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블라인드가 닫히고 에어컨이 적정 온도로 설정되는 미래를 상상해 보라. 음식 추천과 레시피가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기반으로 하고 그 재료가 배달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사소해 보이는 마찰점들이 올바른 일을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면, 바로 그 마지막 단계에서 기여하고 싶다.

전자의무기록(EMR) 초기 도입 당시 최고정보책임자(CIO)로서의 경험은 교훈으로 새겨졌다.

진료 프로세스나 진료 흐름 재설계를 고려하지 못했다. 설계 단계부터 네이티브 AI를 내재화해 환자가 진료를 받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당뇨병, 고혈압,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개별 만성질환의 임상 진료 지침과 표준은 이미 존재하지만, 다질환 및 복합 만성질환 환자의 치료를 웰니스와 의료 전반에 걸쳐 어떻게 통합하고 지도할지도 과제다. 단일 질환만이 아니라 사회적 건강 결정 요인까지 동반하는 이들 환자에게 올바른 유형의 참여와 행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젤스(Xealth)를 인수했다. 젤스는 의료진이 전자건강기록 안에서 디지털 건강 프로그램을 처방하고, 환자.의료진.파트너 간 진료와 데이터를 연결하도록 돕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다.

Xealth가 병원 간 가교 역할을 해 디지털 케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워크플로를 조율하며, 환자 데이터를 EMR 흐름으로 피드백하는 게 해답의 시작이다. 여러분 각 기관과 협력해 가정에서 수집한 데이터가 실제 일상 진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입증하는 연구를 함께 수행하고 싶다. 가정에서 수집된 데이터가 단순한 측정을 넘어 의료진의 판단, 환자의 행동 변화, 다시 진료체계로 이어지는 피드백 순환을 완성하는 게 남은 과제다. 결국 데이터가 병원 안에 머무는 게 아니라 환자의 일상 속에서 측정되고 해석되며 다시 진료로 이어지는 길을 여는 게 기술이 의료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꾸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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