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오스트리아 의사회
오스트리아 의사회는 직역을 대표하는 법정단체와 이익단체로서의 전문직 자율규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은 통상 이익단체와 자율규제 역할을 각각 별도로 분리해 운영한다.
오스트리아는 하나의 단체가 두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우리나라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과 공적 책임을 위한 제도적인 시사점을 암시한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의사의 경제적인 부분, 그리고 신분상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지, 아니면 의사의 전문적 행위를 관리와 규제를 통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공적인 기관인가?라는 질문은 의료 전문직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을 논의할 때 반드시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이다.
오스트리아 의사회(Osterreichische Arztekammer, OAK) 역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법상 전문직 자치단체다. 오스트리아의 의사는 소재 지역의 의사회 체계에 포함하도록 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따른다.
의사회는 의사의 직업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동시에 의사 등록, 전문의 수련, 계속 전문직 교육, 의료의 질 관리, 전문직 윤리 및 징계 등 다양한 공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구조는 의사의 이익대표와 전문직 규제가 반드시 서로 다른 기관에 의해 수행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두 기능이 한 기관 안에 존재한다고 해서 이해 상충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스트리아의 특징은 법률에 의해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고, 의사들의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조직과 전문 행정조직을 결합해 두 기능이 제도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는 데 있다.
오스트리아 의사회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의사의 직업적 이익을 대표하는 기능이며, 둘째는 전문직 자율규제와 국가가 위임한 공적 행정기능이다.
이 두 기능의 결합이 오스트리아 의료 전문직 자치제도의 핵심이다. 첫 번째 기능으로 오스트리아 의사회는 의사의 경제적사회적직업적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법정 직역 단체 역할을 수행한다. 일반적인 이익단체와 다른 점은 이러한 대표 기능이 법률에 의해 제도화돼 있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에는 총 9개 주 의사회(Landesarztekammer)가 존재하며, 각 주 의사회는 지역 의사들의 직업적 이해관계를 대표한다. 연방 차원의 OAK는 주 의사회의 대표성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중앙의사회가 각 지역 의사회를 일방적으로 지휘하는 구조라기보다는 지역의 전문직 자치 조직들이 연방 차원의 대표기관을 구성하는 방식에 가깝다.
■ OAK, 자율규제 기능 의사 윤리강령 준수 이상 법률상 위반행위 조사제재 작동 설계
여기서 주목할 제도는 의사들의 근무 형태에 따라 조직된 두 개의 직역 분과(Bundeskurien) 운영 방식인데, 병원 등 봉직 의사를 대표하는 연방봉직의사회(Bundeskurie angestellte Arzte)와 개원의를 대표하는 연방개원의사회(Bundeskurie niedergelassene Arzte)가 존재한다.
이들 직역분과는 단순한 자문위원회가 아니다. 각자의 직업적 이해관계에 관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며, 분과의 대표자는 연방 의사회 부회장으로 참여한다. 병원의사와 개원의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특정 직역이 중앙 지도부를 독점하기보다는 제도화된 협의와 조정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러한 구조는 의사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현대 의료체계에서 의사들은 단일한 이해관계를 가진 단체가 아니다. 개원의와 병원의사, 일반의와 전문의, 수련의와 기성 전문의의 직업적 조건과 정책적 요구는 서로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 대표성만을 강조하면 의사단체 내부의 갈등은 오히려 커질 수 있고, 더 악화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직역별 대표 체계는 이러한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수용한다. 이익대표의 정당성은 모든 의사의 의견이 동일하다는 가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표되고 조정된다는 데서 확보된다.
오스트리아 의사회의 대표 기능은 단순한 소득 보호에 한정하지 않는다. 근무 환경,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 의사의 직업적 독립성, 의료서비스 제공 조건, 전문직 교육과 관련된 정책 협의도 중요한 활동 영역이다. 다만 개별 고용관계에서 노동조합의 교섭과 법정 의사회의 직역 대표 기능은 구별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스트리아 의사회는 단순한 압력단체가 아니라 의료 전문직 내부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공적인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대표기관이라고 정리하고 평가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능으로는 전문직 자율규제와 공적 행정(Professional Self-Regulation)의 국가 위임 기능인데, 이 기능은 일반적인 민간 직능단체와 오스트리아 의사회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의사 전문직의 자율규제란 의사들이 스스로 전문직의 기준을 설정하고, 교육과 역량을 관리하며, 윤리적 의무와 직업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규제는 단순히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윤리강령을 준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문직 기준의 설정, 적절한 감독,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러한 자율규제 기능이 법률에 의해 뒷받침된다.
OAK는 의사 수련과 전문의 자격 관련 업무, 보수교육을 포함한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 의료의 질 관리, 전문직 윤리 및 징계 체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 BMA/GMC 영국식 vs 오스트리아 모델 장단점 존재 KMA 자율 역량 확대에 시사점
오스트리아 제도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은 의사회의 두 가지 업무를 고유 자치사무(Eigener Wirkungsbereich)와 국가 위임사무(Ubertragener Wirkungsbereich)로 구분한다는 점이다.
고유의 자치사무는 의사회가 법률에 따라 자율적 책임으로 수행하는 업무다. 의사들의 직업적 이해 대표, 전문직 관련 규범, 보수교육, 질 관리 및 징계 등은 이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 영역에서 의사회는 법률상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국가의 일반적인 행정명령에 종속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다만 법률 준수에 대한 공적 감독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반면 국가 위임사무는 본래 국가의 공적 행정영역에 속하지만, 법률에 의해 의사회가 수행하도록 위임한 업무다. 전국 의사 등록부 관리, 의사 직업 자격 관련 행정, 외국 의사 자격 인정, 수련 관련 행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업무에서는 국가의 감독과 법정 지시권이 적용될 수 있다.
이 구분은 전문직 자율성과 국가의 책임을 동시에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모든 의사 관련 업무를 정부가 직접 수행해야 한다는 관료주의적 접근도 아니고, 모든 규제와 권한을 전문직에 무조건 위임해야 한다는 일방적인 접근도 아니다. 전문직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는 자치권을 인정하되, 공적인 행정권한의 행사에는 법률적 근거와 책임성을 명확히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 전문직의 자율규제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환자와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의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이 동시에 의사의 비윤리적 행위나 부적절한 진료를 규제한다면 이해 상충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징계기구의 절차적 독립성, 공정한 심사, 법적인 불복절차 등 투명한 책임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오스트리아 의사회에는 전문직 징계 체계가 마련돼 있으며, 징계 관련 절차는 법률과 별도의 규정에 의해 운영된다. 또한 자율규제의 행정적 기반도 중요하다.
OAK에는 선출직 의사 지도부가 정책적 방향을 결정하더라도 전문 행정조직은 지속성과 전문성을 유지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전문직 자율규제는 이를 실행할 법적 권한, 전문 인력, 재정, 정보체계 및 책임구조가 함께 갖추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오스트리아 모델이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의사의 이익대표와 국민을 위한 전문직 규제가 하나의 기관에서 양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국은 전문직 대표단체와 규제기관을 제도적으로 분리해 발전시켜 왔다. 영국의사회(BMA)는 의사의 직업적 이익을 대표하고, 영국의학협회(GMC)는 의료 전문직의 등록과 규제를 담당한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두 기능을 하나의 법정 의사회 체계 안에 결합하는 독특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어느 한 모델이 모든 국가에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관을 분리하면 규제 기능의 독립성을 명확히 할 수 있지만, 전문직의 현장 지식과 규제 사이의 거리가 커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두 기능을 결합하면 전문직의 지식과 책임을 통합하기 쉽지만, 동료 보호주의나 이해 상충의 위험을 충분히 잘 관리해야 하는 숙제가 따른다.
이 두 기능은 때로 긴장 관계에 놓일 수 있지만, 반드시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직종의 규모가 작은 보건 의료직에서도 이미 나타나는 사례다. 중요한 것은 이익대표와 공적 규제 사이의 경계를 법률과 조직의 구조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규제 권한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문직 자율성의 확대는 단순히 정부 규제의 축소나 의사단체의 징계권 이양의 문제를 넘어선다. 전문직 집단이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역량을 관리하며, 속칭 부적절하고 잘못된 의료에 대한 개입이 가능하도록 법적인 근거와 자체적 자율 역량을 반드시 동반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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