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재택의료 '안착'하려면 지역의사회·지자체 협력해야
초고령사회에서 국민의 건강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역의사회를 중심으로 의료돌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재택의료의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노원구도봉구강북구중랑구의사회는 지난 17일 대한의사협회 소회의실에서 일차의료 교류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건강권과 재택의료의 관계, 의원급 방문진료 운영 경험, 구로구와 성남시의 민관 협력 사례, 지역의사회 주도 일차의료 플랫폼 구상 등이 논의됐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시설 밖 의료의 안전성, 비도시 지역의 운영 한계, 의뢰체계 개선 방안을 짚었다.
김해은 도봉구의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합돌봄에 대비해 회원 교육과 참여기관 준비를 진행했으나, 실제 의료기관 의뢰와 주민 인지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찾기 어려운 고령자에게 방문진료는 필수적인 만큼, 제도 개선과 충분한 재정 확보를 통해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인 의원의 방문진료 현장진료 외 행정 부담 덜어야
진원종 노원구의사회 총무이사(서울연합의원)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재조명을 주제로 원장 1인과 간호사,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로 구성된 의원급 의료기관의 실제 운영 경험을 공유했다. 진 원장은 방문진료 장비와 이동수단 준비부터 환자 동의, 가정 내 진찰처치, 복약 점검, 진료 후 기록과 청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소개했다.
진 총무이사는 방문진료 의사의 본래 업무인 진찰과 처치 외에도 동의서 징구, 사업별 진료기록부 작성, 건강보험 전산 입력 및 청구 등 행정 절차 과정에서 적잖은 시간과 인력이 소모된다며 1인 의원이 홀로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무거운 짐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환자의 자택 임종 시 검안 및 사망 관련 서류 발급, 장기요양 의사소견서 발급 방문 시 평가 기준과 세부 기록 방식 등 진료 외적인 지침과 행정 지원체계가 명확해져야 동네의원의 지속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고 제언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실무적 쟁점으로는 ▲의료기관 외부에서의 전산차트 원격 접속 보안 기준 ▲처방전의 약국 팩스 전송 절차 ▲장애인 건강주치의 사업 내 전화상담 및 처방 허용 범위 ▲수면제 및 마약성 진통제 처방 시 대면 원칙 적용 문제 등을 꼽았다.
구로구 공동 대응팀성남시 교육센터민관 협력 모델 눈길
민간 의원의 현장 부담을 덜기 위한 지자체보건소 협업 사례도 소개했다.
한동우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구로구의사회 명예회장)은 협력의원 의사 2명과 보건소 인력 6명(방문보건팀장사업 담당자방문간호사 2명사회복지사운동치료사)이 뭉친 구로구 8인 공동 대응팀 모델을 발표했다.
의사는 전문적인 의학 진찰과 치료를 전담하고, 보건소는 행정 지원, 간호, 생활복지 자원 연계를 분담하는 구조다. 특히 보건소가 관용 차량을 지원해 의료진의 기동성을 확보하고, 와상 환자 관리에 필수적인 욕창 드레싱 제재, 멸균 거즈, 소독약품, 이동식 검진 장비 등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의원의 물적 부담을 대폭 낮췄다.
김경태 성남시의사회장은 성남시의사회와 관내 의료기관, 성남시 및 3개 구 보건소, 성남시의료원을 연결하는 협력망을 발표했다. 성남시의사회가 자체 개설한 재택의료 교육센터를 통해 지역 의사들의 진료 역량을 강화하고, 지자체와 연계한 생애말기 케어 모델을 구축해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임종기 돌봄 체계를 다져가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권 보장, 의료돌봄 넘어 주거환경 연계 법체계 정비해야
김시완 대한공공의학회장은 국민 건강권과 재택의료 발제에서 국민의 건강권은 단순한 의료 이용을 넘어 주거와 생활환경, 사회적 지원까지 포괄하는 관점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거동불편 환자는 의료기관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더라도 거리, 교통, 비용, 정보 비대칭 등으로 인해 필요한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재택의료의 핵심 과제로 의료행위와 인력의 업무 범위, 건강보험 수가, 장기요양 및 지역 돌봄 제도의 분절을 꼽은 김 회장은 제도가 파편화돼 환자 중심의 연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며 대상자 발굴부터 필요도 평가,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서비스 연계, 지속적인 사례관리를 아우르는 지역 중심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는 ▲방문진료 시범사업의 본사업 전환 ▲진료 난도와 투입 자원을 반영한 수가 현실화 ▲방문간호 등 전문인력 확충 ▲재택의료 정보 공유체계 구축 ▲공급 부족 농어촌에 대한 공공 지원을 제시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의료돌봄복지뿐 아니라 주거와 환경 관련 법률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리도록 법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회 플랫폼으로 상담의뢰사후관리 원스톱 연결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은 지역의사회 주도 일차의료 플랫폼 발제에서 단절된 지역사회 의료돌봄 자원을 연결하는 관계망 구축을 제안했다.
오 회장은 돌봄의 난도가 높아지는 초고령사회에서 취약계층의 고립 문제는 기존 제도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는 제도와 재정 등 인프라를 마련하고, 지역 전문가는 의학적 판단과 기관 연계, 현장 실행을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회 재택의료 콜센터와 지역 일차의료센터를 구심점 삼아 주민 상담부터 의뢰, 회신,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설 밖 의료 안전성 검증해야비도시 지역 진료 공백 보상까지
패널 토론에서는 현장 안착을 위한 구체적 보완 과제가 쏟아졌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방문재활과 한방 방문진료 등 시설 밖 서비스의 업무 범위와 안전성을 짚었다. 이 정책이사는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과 면허 범위, 의료적 지도감독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며 지자체 예산이나 바우처로 운영되는 사업 역시 안전성과 적법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의심 사례에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도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안나 강릉의료원장은 이동거리가 긴 지방은 같은 시간에 방문할 수 있는 환자가 적어 운영상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민간 의원이 외래진료 공백을 감수하고 참여하려면 이동시간과 기회비용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수가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간 참여가 저조한 지역은 공공병원이 완충 역할을 하면서 협력 기반을 다지고, 진료 전후 코디네이션 업무에 대한 행정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김영재 강북구의사회장은 신청 절차가 복잡하면 주민과 의료기관 모두에게 장벽이 된다며 보건소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이 기관을 선택하면 의료기관에 알림이 전달돼 직접 연결되는 강북구의 간소화 모델을 소개했다. 김 회장은 이해하기 쉬운 신청 절차 마련과 함께, 기본 방문 보상 외에 처치의 난도와 업무량을 반영한 수가 설계가 뒤따라야 참여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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