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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분업 재평가론 재점화 "항생제 직접 겨냥 정책도 효과 미미"
정부가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각종 정책이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거나 시행 2년 안에 효과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와 처방률 공개, 가감지급제도 등 항생제 처방을 직접 겨냥한 정책조차 지속적인 처방 감소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의약분업의 정책 효과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김진숙 전문연구원과 문석균 부원장이 수행한 한국의 국가 항생제 내성 정책이 항생제 처방률에 미친 영향: 단절적 시계열 분석 논문이 지난 7월 16일 국제학술지 Antimicrobial Resistance Infection Control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0년 1분기부터 2023년 4분기까지 24년간의 전국 단위 자료를 활용해 정부가 시행한 주요 항생제 처방 관리 정책 4개의 효과를 분석했다. 정책 시행 직후의 단기 효과뿐 아니라 8분기, 즉 2년이 지난 시점의 장기 효과까지 비교해 정책의 지속성을 살폈다. 급성 상기도감염 외래 내원과 의사 수, 독감 유행 강도, 계절적 요인, 코로나19 유행 등의 영향도 통제했다.
분석 대상은 2001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도입, 2006년 항생제 처방률 평가결과 공개, 2013년 가감지급제도 도입, 2017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의 전환이다.
분석 결과, 4개 정책의 의료기관 종별 단기장기 효과 32개 가운데 24개에서 항생제 처방률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중 22개에서는 오히려 처방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정책 시행 직후 처방률이 감소했더라도 장기적으로 효과가 유지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2001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도입 직후에는 상급종합병원 2.21%p, 종합병원 3.65%p, 병원 1.60%p, 의원 3.21%p 등 모든 의료기관 종별에서 처방률이 감소했다. 그러나 2년 뒤까지 감소 효과가 유지된 곳은 종합병원뿐이었다. 나머지 종별에서는 초기 감소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다.
2006년 항생제 처방률 평가결과 공개 직후에는 모든 종별에서 오히려 처방률이 증가했다. 장기적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는 각각 2.94%p, 2.61%p 감소했지만, 다른 종별에서는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정책수단이라도 의료기관 종별에 따라 효과가 엇갈린 것이다.
경제적 유인책의 한계도 드러났다. 2013년 가감지급제도 도입 이후에는 모든 종별에서 단기장기 모두 처방률 감소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인센티브 규모가 작아 의료기관의 처방행태를 바꿀 만큼 충분한 정책 신호로 작용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2017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정책 시행 직후 모든 종별에서 처방률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장기적으로도 대부분의 종별에서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가 규제나 평가결과 공개, 경제적 인센티브 등 개별 정책수단만으로 의료인의 항생제 처방행태를 장기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의료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정책 설계와 지속적인 모니터링피드백, 항생제 적정사용 관리, 환자 참여 등을 결합한 다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외래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항생제 요구와 바이러스세균 감염을 신속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진단 여건, 의료분쟁 부담 등이 처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속진단검사(POCT) 급여 확대와 의료분쟁 부담 완화 등 실제 진료환경을 개선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는 의정연이 앞서 수행한 의약분업 재평가 연구: 정책 효과 분석의 후속연구다. 앞선 연구에서 의정연은 의약분업이 당초 목표로 내세운 의약품 오남용 억제 효과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체 항생제 사용량은 의약분업 시행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증가해 2023년에는 분업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으며, 매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 것으로 분석됐다. 의료기관 종별 처방률에서도 의약분업 이후 지속적인 감소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후속연구는 처방과 조제를 분리하는 간접적인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항생제 처방 자체를 직접 겨냥한 정책들의 효과를 검증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처방행태에 직접 개입한 정책조차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장기간 유지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약분업만으로 의약품 오남용을 지속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2001년 약제급여 적정성 평가 도입 직후 나타난 처방률 감소에는 전년도인 2000년 7월 시행된 의약분업의 영향도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시기의 감소 효과마저 종합병원을 제외한 의료기관에서는 2년 안에 지속되지 않았다.
의정연은 두 연구 결과를 종합해 의약품 오남용 억제라는 당초 정책목표가 지속적으로 달성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 강제완전분업을 당연한 전제로 유지하기보다 제도의 정책적 타당성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택분업을 포함한 제도 개선 논의도 본격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신저자인 문석균 부원장은 의약분업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고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수단이라며 시행 26년이 지난 지금, 제도 유지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 실제 정책효과와 국민 편익을 중심에 두고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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