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숨, 지지 않고 쉴 수 있게 하려면?
신종 감염병 팬데믹이 다시 닥쳐온다면 이미 때는 늦습니다.
중증 호흡기질환 치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호흡기내과를 관련 법령에 필수의료로 명시하고, 전문인력 양성, 국가 감염병 필수인력 지정, 지역 호흡기 필수의료 인력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진단이다. 또 일년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며 고통받고 있는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대한 산정특례 지정, 질환 인식 개선 및 흡입제 사용 관련 교육.상담 수가 신설도 이뤄져야 한다. 특발성폐섬유증 난치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신약 승인과 급여화도 미룰 수 없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이 좌절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14일 폐의 날 정책토론회를 열고, 필수의료로서의 호흡기내과 역할, 중증 COPD 산정 특례 필요성, 교육상담 수가 신설, 난치질환 치료제 신약 신속 승인급여화 등 현안을 중심으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유광하 이사장(건국의대), 박성호 홍보이사(순천향의대), 이상민 부총무(서울의대), 이진국 간행이사(건국의대), 이재하 간질성폐질환(ILD)연구회 총무(인제의대) 등이 참석했다.
유광하 이사장은 우리 학회는 폐의 날 캠페인을 2003년부터 시작했다. 세계 폐의 날 제정보다 14년 앞섰다. 특히 올해부터 국가건강검진에 56세, 66세를 대상으로 폐기능검사가 포함돼 더욱 뜻깊다라며 평생 호흡곤란을 안고 사는 중증 호흡기 질환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편히 숨 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호흡기내과가 필수의료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이상민 부총무) ▲중증 COPD 산정특례와 교육 및 상담수가 신설(이진국 간행이사) ▲난치질환 치료제의 빠른 신약승인과 급여화(이재하 ILD연구회 총무) 등의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호흡기내과 역할을 짚었다. 이미 필수의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정책에서도 명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근 제정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 제2조는 필수의료를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된 의료 분야로서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국가의 정책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이 법은 올해 3월 10일 공포돼 2027년 3월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단,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 관련 조항은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
이 정의에 비추면 호흡기내과는 이미 필수의료를 수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폐렴, COPD, 간질성폐질환, 폐암, 결핵, 폐출혈, 신종 호흡기 감염병 등 중증 환자를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염병 대응 경험에서도 호흡기내과의 역할은 컸다. 사스(2003년)에 이어, 메르스(2015년), 코로나 팬데믹(2020년) 당시에도 감염관리와 방역 못지않게 중증 호흡부전 치료가 실제 환자 치료의 관건이었다.
팬데믹 상황이 아니어도 호흡기내과의 부담은 크다. 폐렴은 국내 사망 원인 3위(인구 10만 명당 60.8명)이며, 65세 이상 고령자로 한정하면 사망 원인 2위까지 올라간다. 폐암은 암 사망 원인 1위이며, 결핵도 2025년 약 1만 7000명이 발생해 OECD 국가 중 발생률 2위, 사망률은 상위권이다. 게다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상황에서 호흡기 질환 유병률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를 담당할 전문인력 파이프라인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2024년 말 전국 40개 대학병원 대상 설문조사에서 호흡기내과 전임의 수는 2023년 88명에서 2024년 49명, 2025년 25명으로 급감했다. 25명이라는 수치조차 지역별 편차가 커 강원도, 전라도, 제주도 등 지역에서는 전임의가 아예 없다. 분과전문의 시험 응시자도 2025년까지 연 40~50명대를 유지하다 2026년 27명으로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 전문의 시험 감독 교수가 응시자보다 더 많은 시대가 곧 오겠다는 푸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상민 부총무는 지금의 전임의는 5년, 10년 뒤 대한민국 호흡기 필수의료를 책임질 자원인데, 한 번 무너진 인력 파이프라인은 복원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영역에 호흡기내과를 명시하고, 전임의와 전공의에 대한 국가적 지원 및 수가 보상, 감염병 상시 대응 체계 구축,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 호흡기 필수의료 인력 양성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 COPD에 대한 산정특례 적용과 COPD 교육.상담 수가 신설도 더 미룰 수 없다.
COPD는 한 번 발생하면 좋아질 수 없는 비가역적 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200만~300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 중 중증 환자는 폐기능이 정상의 50% 미만인 경우가 대다수다. 중증 환자는 급성 악화를 반복하면서 삶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바이러스.세균 감염이나 대기오염 등에 노출되면 평소 염증이 가득한 기관지가 폭발적으로 악화되면서 숨 쉬는 길이 좁아져 응급실중환자실로 실려 오는 일이 반복된다.
최근 추적연구에 따르면 급성 악화로 반복 입원한 중증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20%에 그친다. 위암 등 주요 암보다도 나쁜 예후다. 중증 호흡기 환자는 산소 치료나 가정용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 어렵고, 보호자가 돌봄을 제공하느라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중증 COPD 환자는 외래 진료 외에도 응급실 내원 시 건당 100만 원 이상, 입원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산정특례 적용을 통해 진료비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한 이유다.
교육.상담 수가 신설도 시급하다.
COPD는 비가역적으로 진행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나빠지기 전에 치료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과정의 핵심은 환자 교육이다. 환자에게 질환의 중증성과 흡입기 사용법, 지속치료의 필요성, 급성 악화 대처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면 증상이 가벼운 초기 환자가 치료를 게을리하고, 결국 응급실에 실려간 뒤에야 질환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에 따르면 폐기능검사상 COPD 유병률이 전체 14%, 남성 19%였지만, 해당 환자 중 본인이 COPD로 진단받았다고 인지한 비율은 2.4%, COPD로 치료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1%에 불과했다. 국내 COPD 환자 대부분이 진단도 받지 못하고 치료에서도 벗어나 있는 셈이다.
흡입제의 효용성에 대한 낮은 인식도는 환자 교육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흡입제를 80% 이상 사용한 환자군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환자군보다 2배 이상 낮다. 환자 교육을 통한 순응도 제고가 국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중증 COPD 환자의 흡입제 사용 순응도는 30% 수준이다. 흡입제를 연간 12개 사용해야 하는 환자가 34개만 쓰는 실정이다. 국내 사례에서도 반복 교육을 받은 후 COPD 인지도가 약 2배 증가하고 급성 악화 대비 능력과 흡입제 지속 사용률도 개선됐다.
이진국 간행이사는 이같은 환자 교육을 진행할 진료 여건이 국내 1차 의료기관과 대학병원 모두 마련돼 있지 않다라면서 수가나 보상이 절대적 조건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실질 도움이 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수가 신설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발성폐섬유증 난치 호흡기 질환 치료에 대한 치료제의 신속한 허가와 합리적 급여도 관건이다.
특발성폐섬유증(IPF) 치료제의 접근성 문제를 노정했다. IPF는 간질성폐질환 중 원인 불명이며 가장 흔하지만 예후가 나쁜 대표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희귀난치성질환 산정특례 대상이며, 2018년 국가관리 대상 희귀질환으로 재지정됐다.
IPF는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국내에서 해마다 5000명 이상 발생하는 질환으로 환자 규모가 적지 않다. 10년 전과 비교해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약 16명으로 3배,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36명으로 7배 이상 증가했으며, 증가 속도는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 6070대 이상에서 환자가 집중 발생하는 특성도 고령화와 맞물려 우려되고 있다.
예후도 매우 나쁘다. 항섬유화제가 도입되기 전인 2010년대에는 IPF의 5년 생존율이 약 20%로 대부분의 암보다 나쁜 예후를 보였다. 치료제가 등장한 뒤에도 예후가 불량한 만큼, 기존 약제를 견디지 못하거나 치료 반응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를 위한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IPF는 희귀질환 중에서도 질병 부담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한다. 진찰료 기준 희귀질환 중 1위, 처치수술검사료 2위, 입원료 3위 수준이며, 관련 통계에 핵심 치료제인 항섬유화제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부담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기존 IPF 치료의 중심은 두 가지 항섬유화제,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다. 두 약은 기전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10년 넘게 피르페니돈 한 가지 밖에 쓸 수 없다. 주요 국가들은 두 약제를 모두 급여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치료제를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 급여기준상 닌테다닙은 IPF를 제외한 진행성 폐섬유증 등 다른 간질성폐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두 약제는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별개의 약이다. 피르페니돈은 부작용이 비교적 많아 약 80% 이상 환자가 복용 중 부작용을 경험하고 45분의 1은 치료를 중단하며, 일부 환자는 부작용으로 권장 용량의 치료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 현실은 기존 약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이 다른 치료를 받을 기회 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기대되는 변수는 새로운 신약이다. 세계적으로 항섬유화제 개발 노력이 잇따라 실패한 가운데 10여 년 만에 PDE4B 억제제 계열 신약 nerandomilast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FDA는 2025년 10월 이 약제를 IPF 치료제로 허가했다.
새 약제는 기존 항섬유화제와 유사하게 폐기능 감소를 절반 정도 늦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존 약제를 복용하지 못하거나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추가적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국내 급여 적용에는 걸림돌도 있다. 국내 닌테다닙 약가는 전 세계 주요 국가보다 절반 이하로 책정돼 있는데, 재정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되는 약제에 적용되는 급여 확대재정영향성 평가 기준이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약제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환자 예후 개선과 사망률 감소, 입원 감소로 이어지는 장기 의료비 절감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재하 총무는 IPF의 불량한 예후와 환자의 치료 기회를 고려해, 재정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질환 특성에 맞는 신속한 신약 승인과 합리적인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라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학회, 제약회사가 함께 노력해 국내 환자들이 신약 치료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치료제가 개발됐는데 국내 환자들이 사용하지 못한다면 이는 환자들에게 또 다른 좌절을 겪게 하면 안 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은 유광하 이사장과 이진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수석부회장이 좌장을 맡고 정기석 용산구보건소장(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구도은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 황용일 보험이사(한림의대) 등이 참석해 호흡기 필수의료 지원 방안과 중증 COPD 산정특례, 교육상담 수가 신설,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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