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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권 70개→50개로 바꿨더니 의료 접근률 '98.88%'로↑

홍완기 기자2026.10.14 16:08
[제공=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협신문
[제공=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의협신문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나눈 현행 70개 중진료권을 실제 의료이용 생활권에 맞춰 50개로 재편하고, 지역 거점병원에 대한 선택적집중적 투자를 통해 의료 접근성과 진료의 질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행정구역 경계에 갇힌 진료권을 도로망과 실제 이동시간을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면, 병원을 새로 짓거나 기존 의료기관을 확장하는 방식의 중복 투자를 줄이면서도 지역 주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4일 행정구역에 갇힌 지역의료, 현행 진료권 체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고, 현행 진료권 체계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에서는 행정구역이 아닌 실제 도로망과 이동시간을 바탕으로 진료권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제안과 함께, 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의료생활권 붕괴에 대응하려면 진료권 조정뿐 아니라 필수의료 기반 유지에도 정책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행정구역 경계 허물자 접근률 81.98%98.88%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의협신문
문석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 ⓒ의협신문

의료정책연구원은 현행 70개 중진료권이 실제 주민의 의료이용 행태와 교통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진료권을 나누면서 실제로는 인접 지역 병원을 이용하는 주민이 다른 진료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의료 접근성이 낮게 평가되거나,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 추가 투자를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원 배분의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석균 의협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행 중진료권은 인구 규모와 의료이용률, 이동시간,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설정됐지만, 교통망 발달에 따른 이동 여건의 변화와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 도서산간 지역의 지리적 특성 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한계를 짚었다.

특히 실제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에서는 주민이 가까운 병원을 두고도 행정적으로 구분된 진료권 체계 안에서 의료 접근성을 평가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정부가 지정한 55개 지역책임의료기관을 거점으로 유지하면서, 500m 단위 인구 격자와 도로망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이동시간 60분 이내에 거점병원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진료권을 재설계했다.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경계를 먼저 설정하는 대신, 실제 이동 가능한 거리를 중심으로 의료생활권을 다시 구성한 것이다.

분석 결과는 뚜렷했다. 현행 70개 중진료권 체계에서는 60분 이내 지역 거점의료기관 접근률이 약 81.98%였지만, 진료권을 50개로 재편한 모형에서는 98.88%로 높아졌다.

접근이 어려운 인구는 약 935만명에서 58만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존 체계와 비교하면 약 870만명이 추가로 60분 이내 거점의료기관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진료권 구분을 두지 않고 가장 가까운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분석한 경우 접근률은 99.06%로 나타났다. 진료권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의료 접근성 평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중진료권 수를 줄이고 거점의료기관에 투자를 집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모든 지역에 의료기관을 새로 짓거나 확장하는 방식보다 기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실제 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을 선별해 보완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문 부원장은 진료권을 통합하면 일부 권역의 지리적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만큼, 의료 접근성 개선을 뒷받침할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닥터헬기와 응급이송체계를 강화하고, 넓어진 권역 안에서 의료기관 간 환자 회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회송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방안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4일 '행정구역에 갇힌 지역의료, 현행 진료권 체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14일 행정구역에 갇힌 지역의료, 현행 진료권 체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열었다. ⓒ의협신문

진료권 재편은 단순히 행정구역을 다시 나누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로 기능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보하는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고도 짚었다.

문 부원장은 지역 거점병원의 기능을 유지하려면 일정 규모의 환자 기반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의료진의 숙련도 확보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술과 같은 고난도 진료는 충분한 임상 경험이 축적돼야 역량을 유지할 수 있는데, 환자 수요가 부족한 지역에 의료기관과 병상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진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의 의사 충원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 증원 계획만 확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의료진이 실제로 근무할 수 있는 여건과 전문의 수련교육 기반을 갖추지 못한다면, 병원 규모를 키우더라도 지역의 필수의료 역량을 실질적으로 높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역 의료기관의 경영 여건도 문제로 제시됐다. 지방의료원 상당수가 적자를 겪는 상황에서 지역별 환자 수요와 의료인력 확보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시설과 병상을 확충하면, 투자한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지역 거점병원에 대한 투자를 일률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실제 의료 접근성이 부족한 지역을 선별하고, 해당 거점에서 안정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의료진을 양성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핵심은 의료기관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지역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지속해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진료권은 고정된 경계 아냐인구 변화 반영해야

이진용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 ⓒ의협신문
이진용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 ⓒ의협신문

이진용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는 의료생활권과 의료이용지도-인구변화로 인한 중소진료권 붕괴에 대비해야를 주제로 진료권 체계의 유연한 운영과 지역 의료기반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진용 교수는 진료권과 의료생활권이 비슷한 개념이지만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주민이 실제로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생활권은 행정구역과 다를 수 있으며, 같은 시군 안에서도 교통망과 지형에 따라 가까운 의료기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의 경우 지역 내에서도 평창읍보다 원주강릉영월 등 인접 지역으로 이동하는 편이 빠른 곳이 있고, 경북 문경에서도 지형에 따라 충북 지역 의료기관에 접근하는 것이 더 유리한 지역이 있다. 행정구역만으로 의료생활권을 구분하면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진료권을 고정된 숫자나 경계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은 진료권 분리나 의료기관 확충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반면,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은 기존 의료기관의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지역별 여건에 맞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구 감소가 지역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했다. 지역 인구가 줄면 학교와 생활 기반이 약화되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의료기관이 먼저 줄어들 수 있다.

이후 내과와 가정의학과 등 지역 주민의 일상적인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마저 버티기 어려워지면 지역 의료생활권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인구 규모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병원과 의원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료권을 재편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지역 의료기반의 약화 문제를 함께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의료이용 행태가 질환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암 환자는 의료기관의 전문성과 치료 역량을 고려해 다른 지역의 대형병원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중증 외상 등 신속한 처치가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지역에서 적시에 치료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역 의료체계의 성과를 평가할 때는 단순히 환자가 어느 병원으로 이동하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응급중증질환을 지역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지역 의료기반의 약화가 환자 안전을 위협할 뿐 아니라 지방소멸을 가속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공중보건의사 감소 등으로 의료취약지의 공공의료 인력 공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중진료권 재편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규모 지역의 의료공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권 재편보다 역할책임부터 엇갈린 해법도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의협신문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 ⓒ의협신문

패널토의에서는 실제 의료이용 생활권과 진료권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두고는 서로 다른 시각이 제시됐다.

진료권을 유연하게 재편해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진료권을 단순한 의료이용 지도가 아닌 자원 배분과 책임을 부여하는 정책 단위로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중증응급의료와 일상적인 의료서비스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진료권이라는 개념은 환자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며 굳이 법으로 정해 환자의 의료이용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거점병원이 모든 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도록 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 환자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고난도 진료 역량을 모두 갖추려 하기보다, 지역 거점병원이 응급환자의 초기 처치와 중환자 관리를 담당하고 수술 등 전문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상급병원으로 이송한 뒤 회송받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차 거점병원의 역할은 최종 치료가 아니라 최종 치료 관리라며 지역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환자를 선별해 상급병원으로 보내고, 치료 이후 다시 지역에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역 거점병원이 경증중등증 환자와 중환자 관리 등을 맡아 상급병원의 과밀화를 완화하고, 지역 의료체계의 연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며 진료권을 고정된 경계로 설정하기보다 지역별 의료 여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적인 의료와 중증응급의료를 동일한 기준으로 묶기보다 질환의 특성과 필요한 의료 수준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한수 국립중앙의료원 데이터기반정책연구팀 주임연구원 ⓒ의협신문
신한수 국립중앙의료원 데이터기반정책연구팀 주임연구원 ⓒ의협신문

신한수 국립중앙의료원 데이터기반정책연구팀 주임연구원은 진료권을 실제 의료이용 행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지도가 아니라 의료자원 배분과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정책 단위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신한수 연구원은 진료권 재편 모형이 시도 경계를 넘어 여러 지역을 통합할 경우, 해당 권역의 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성과를 책임질 주체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활권에 맞춰 경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진료권의 운영과 관리에 필요한 책임 구조까지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연구원은 진료권은 필수의료 시행계획이나 기관 지정, 재정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는 기본 단위라며 시도 경계를 넘는 의료이용은 현실이지만, 진료권 경계를 바꾸기보다는 진료권 간 의뢰회송 등 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료권의 위계를 세분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소중대진료권 등 단계별 체계를 마련하고, 희귀난치성 질환이나 희귀암처럼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진료는 더 넓은 권역에서 담당하는 한편, 분만과 소아 진료, 만성질환 관리 등은 지역 여건에 맞춰 적절한 수준에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 연구원은 진료권별 인구 규모와 면적, 접근성 측정 방식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며 진료권을 통합할 경우 수도권 인접 지역은 지나치게 큰 인구 규모로 묶이는 반면, 일부 지방 권역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를 담당하게 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경계 조정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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