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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이원화 올바른 개혁의 전제조건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26.10.12 09:40

총론-국제 표준 부합하는 전문가 주도 K-의학 통합
1. 국제 기준 맞춘 의학 교육수련체계 확립해야
2. 한방 ICD 분리 적용과 합리적 건강보험체계 구축
3. 불법비윤리적 의료행위 엄정한 법 집행 필요

오늘날 세계 각국의 국제 표준은 의료체계의 일원화·이원화 여부를 떠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현대의학(Modern Medicine)의 일반의·전문의가 정규 교육제도를 마치고 의료를 주도하는 구조다. 그 외의 대체의료 및 전통의료는 아직 과학화되지 않은 분야로 분류한다.  ⓒ의협신문
오늘날 세계 각국의 국제 표준은 의료체계의 일원화이원화 여부를 떠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현대의학(Modern Medicine)의 일반의전문의가 정규 교육제도를 마치고 의료를 주도하는 구조다. 그 외의 대체의료 및 전통의료는 아직 과학화되지 않은 분야로 분류한다. ⓒ의협신문

한국 의료 이원화의 역사적 배경과 국제 표준의 현실
우리나라에서 의사한의사 이원적 면허체계는 처음부터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과학적 검증과 역할 분담에 기초해 설계한 제도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조선의료령에서는 기존 한의사를 의사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의생(醫生)이라는 별도 의료직종으로 규율하면서 신규 양성 기반을 사실상 없애려 했다. 하지만 한국전쟁으로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에 1951년 국민의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의계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적극적인 입법 운동과 막후교섭을 벌인 끝에 제2종 의료업자로 한의사(漢醫師)와 한의원(漢醫院)을 법률에 포함하면서 국가면허체계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각국의 국제 표준은 의료체계의 일원화이원화 여부를 떠나,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현대의학(Modern Medicine)의 일반의전문의가 정규 교육제도를 마치고 의료를 주도하는 구조다. 그 외의 대체의료 및 전통의료는 아직 과학화되지 않은 분야로 분류한다. 중의학(TCM)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족부의학(Podiatry) 등은 각 국가가 관장하는 기관에서 자격을 부여하더라도 의사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으며, 현대 의료기기 사용주사 치료수술 등의 의료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 전통의학을 살펴보더라도 한국의 한의사처럼 고유 영역을 유지하면서 현대의학과 의료 영역을 침범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의사를 비롯해 의사치과의사간호사 등 각 의료 직역을 고유 명칭으로 부르는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존중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합리적인 구분이다. 한의사는 의료법상 의료인이지만 결코 현대의학을 수행하는 의사일 수 없다.

현행 의료법 제2조 제1항은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법에 따른 간호사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동조 제2항은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하여 국민 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을 가진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법은 의사의 의료와 한의사의 한방 의료를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의료와 한방 의료의 구체적인 행위 목록을 법률에 열거하고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의료기술과 기기가 등장할 때 개별 행위가 어느 면허범위에 속하는지를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법 규정은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첫째, 의료법은 의료인을 규율 대상으로 삼으며 의사와 한의사의 이중적 면허제도를 전제로 한다.

둘째, 각 의료인의 임무가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인 일반 규정으로 되어 있어, 의학과 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영역 구분의 혼란을 일으키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 임무 규정은 변화하는 의학 지식을 고려할 때, 각 직역이 서로의 업무를 존중하고 진료 영역을 엄격히 지킨다면 오히려 유연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항이 한의약을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 및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규정하면서 발생한다. 한국의 한의사는 한의학적 진단처방시술에 관해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며, 진단서 발급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의사를 마치 현대의학을 전공하고 수련한 의사로 착각하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해외 주요국의 전통의학 제도 및 교육체계 비교
해외 주요국의 면허 및 교육 제도를 살펴보면 역할과 경계가 분명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은 서양의학 중심의 임상의사(서의), 중의학을 중심의 중의사, 양자를 결합한 중서의 결합의사로 구분한다. 학부 과정은 일반적으로 5년제이며, 졸업 후에는 별도의 임상수련이 이어진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중의학과 서양의학의 병존과 상호 보완, 중서의 결합을 강조하며, 일정한 교육훈련을 거친 중의사에 한해서만 관련 서양의학적 기술을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대만 역시 중의사와 서양의사를 구분하되, 중의학 교육에 서양의학 교육을 포함하며, 중의사서양의사 이중 면허 제도를 통해 두 의학의 통합협진을 제도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전통 한방의학을 행하는 한의사가 존재했으나, 1875년 메이지 정부가 의술 개업 시험에서 서양의학을 필수화함에 따라 전통 한의사는 자연 소멸했다. 현재 일본에는 별도의 한의사 제도가 없으며, 정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가 한방전문의 수련을 거치거나 선택적으로 한약 처방을 시행하는 일원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통중의학실무자법(TCM Practitioners Act 2000)과 보건부 산하 TCM 협의회에서 등록 절차와 진료기준을 통해 전통의학을 관리한다. 이 법에 따라 싱가포르 중의약실무자위원회(TCMPB)에 정식 등록을 거쳐 유효한 면허(Practicing Certificate)를 보유한 자만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싱가포르 Statutes Online 법령 제2조에 따른 전통중의학(TCM) 업무 범위(Scope of Practice)는 크게 침구술, 진단 및 치료, 중약 취급으로 분류하며, 의사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전문성을 인정하더라도, 상호 간 업무 범위를 엄격히 준수한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은 국제적 흐름과 달리 의사가 한방 과학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한의계에 의한 과학 흉내 내기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제사회 역시 전통의학을 그 자체로 과학적으로 입증된 의학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WHO는 전통의학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상당한 근거 공백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과학적 검증과 적절한 규제를 거쳐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된 전통의학만을 보건의료 체계에 통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한의학 교육과정 국제표준 미달정부도 의료 일원화 주저
한국은 광복 이후 여러 차례 두 면허를 통합하는 의료 일원화를 시도했으나, 무산되었다. 현재 한국 의료는 표면적으로 이원화 체계이지만, 비의료인의 불법 의료행위까지 성행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다원화 체계인지조차 애매한 혼란에 직면해 있다.

세계의학교육협회(WFME)는 중의학과 한의학 등 전통의학 교육과정이 현대의학 의사를 양성하는 정규 의과대학의 정의 및 등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세계의과대학명부(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s, WDOMS)에서 제외했다. 해외 의대 졸업자가 미국의사면허시험(USMLE)에 응시하려면 외국 의대 졸업자 의사자격위원회(ECFMG)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ECFMG는 WDOMS에 등재되어 있고, 응시 자격을 보증하는 스폰서 노트(Sponsor Note)가 명시된 의과대학 졸업자만 인증 대상으로 인정한다. 한국 의과대학 졸업자와 달리 한의과대학 졸업자에게 USMLE 응시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WFME의 기본의학 수준을 바탕으로 개발한 의학교육 인증기준(ASK 2019)과 한의학교육 인증기준(KAS 2022)의 교육과정을 비교하면, 평가 부문 및 기준 수가 현저히 적고, 목표하는 교육의 범위가 좁으며, 급변하는 의료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도가 낮게 평가된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 국제표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의학교육으로의 일원화와 한의대 및 한의사 제도 폐지를 의료 일원화의 전제로 제시했다. 기존 면허자는 면허를 유지하되 타 영역 침해를 금지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반면 한의계는 한의대를 유지한 채 한의과 학생이 일부 의학교육을 이수하거나 기존 한의사는 보수교육을 통해 의사면허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적극적인 조율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의료 일원화 논의를 주저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년 12월 22일 선고 2016도21314)은 면허의 형식적 기준 대신 행위의 위험성과 요구되는 전문 지식 수준만을 따지는 '기능적 접근법'을 취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제의 구조적 현실'을 완전히 오독한 판결이다. ⓒ의협신문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년 12월 22일 선고 2016도21314)은 면허의 형식적 기준 대신 행위의 위험성과 요구되는 전문 지식 수준만을 따지는 기능적 접근법을 취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제의 구조적 현실을 완전히 오독한 판결이다. ⓒ의협신문

사법부의 기능적 접근법에 대한 비판과 법적윤리적 본질
대한민국 이원화된 의료체계 개혁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전제조건은 의료법 위반에 대한 사법부의 올바른 해석과 엄정한 판단이다. 최근 자생한방병원의 자동차보험 사기 의혹이나 원외탕전실 조제과정에서의 의료법약사법 위반 행위에 대해 준엄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치과의사 보톡스 판결과 한의사 초음파 판결은 현행 이원적 보건의료체계를 흔들고, 국민 보건위생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지 않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년 12월 22일 선고 2016도21314)은 면허의 형식적 기준 대신 행위의 위험성과 요구되는 전문 지식 수준만을 따지는 기능적 접근법을 취했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제의 구조적 현실을 완전히 오독한 판결이다.

특정 의료행위의 적법성을 기능적 측면만으로 판단하는 방식은 의료 면허가 단일화된 국가에서나 유효하다. 대한민국처럼 의사와 한의사라는 두 가지 학문적법적 체계가 엄격히 분리공존하는 상황에서 기능적 확대 해석은 직역 간 경계를 무너뜨려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학문이 독자성을 갖추려면 고유한 인식론과 방법론이 존재해야 한다. 서양의학적 인식론과 과학적 방법론에 기반하여 개발된 초음파 진단 원리를 학문적 근거 없이 단순히 보조적 수단이라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은 한의학 고유의 독자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에 빠지는 일이다. 법조계 내부에서도 사법부의 이러한 기능적 영역 확대가 의료 현장에서 불법적 과잉 진료와 진단 수단의 오남용을 유발하고, 국민 보건위생의 심각한 위해와 법적 책임의 형해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합리적 비판이 제기된다.

의료행위의 모든 과정(진찰검안진단 등)은 궁극적으로 질병의 예방과 치료라는 목적에 필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치료 방법과 인식론적 체계가 완전히 다른 직역이 진단 수단만을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는 것은 환자에게 신체적 위험은 물론 경제적 과잉 진료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사법부가 법을 해석할 때 가장 먼저 제시해야 할 최상위 규범은 의료법 제1조(국민의 건강 보호와 증진)이다. 또한 의료윤리의 제1원칙은 예로부터 무엇보다도 (환자에게) 해를 가하지 말 것(Primum non nocere, 해악 금지의 원칙)이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며 보건위생상 위해를 수반하는 의료행위의 허용 범위는 환자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좁고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의료법의 본질에 부합한다.

단편적인 지식이나 기기 조작법을 안다고 해서 인간의 질병을 예방진단치료할 전문적 능력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사법부가 기능적 편의주의에 치우쳐 면허의 장벽을 낮춘다면, 의학 서적 몇 권을 읽고 전문가를 자처하는 무면허 행위자들을 통제할 법적 명분마저 잃게 될 것이다.

플라톤의 정의론이 강조하듯, 각자의 전문 영역을 충실히 수행하고 타인의 영역을 간섭하지 않는 엄격한 법질서의 확립만이 환자의 생명권과 대한민국 국민 보건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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