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하지정맥류 치료, 판결 하나가 의학적 판단을 대신할 수는 없다
최근 하지정맥류 치료를 둘러싼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계기는 2026년 6월 11일 선고한 대법원 판결(2026다202566)이다. 이후 여러 보험회사가 이 판결을 근거로 카테터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치료의 입원보험금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하나의 판결을 모든 하지정맥류 환자와 모든 정맥 내 시술에 일반화하여 사실상 새로운 의료 기준처럼 적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판결은 하지정맥류는 통원치료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환자는 대복재정맥에 대한 경피적 기계화학 정맥폐쇄술과 정맥절제술을 받았다. 대법원은 해당 환자의 상태와 실제로 이루어진 처치 내용을 검토한 결과, 그 환자에게 입원치료가 필요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것이 특정 환자의 특정 치료 과정에 관한 판단이라는 사실이다.
이 판결을 카테터를 이용한 하지정맥류 치료는 원칙적으로 통원치료이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고주파 정맥폐쇄술, 레이저 정맥폐쇄술, 기계화학적 정맥폐쇄술, 접착제를 이용한 폐쇄술 등 서로 다른 시술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동일한 입원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각 치료는 마취 방법, 치료 범위, 양측 시행 여부, 동반 정맥절제술의 범위, 출혈과 통증의 정도, 환자의 기저질환과 회복 속도가 모두 다르다.
판결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핵심은 입원이 필요 없다가 아니다.입원의 적정성은 형식적 입원 수속이나 단순한 체류시간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치료 내용, 시술 후 필요한 관찰과 처치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이 원칙 자체는 오히려 의학적으로도 타당하다.
그런데 보험사의 기준은 다시 획일화되고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과거에는 이른바 6시간 이상 체류 여부가 입원을 판단하는 사실상의 기준처럼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판결 이후에는 반대로 하지정맥류 카테터 시술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원이라는 새로운 획일적 기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기준의 방향만 반대로 바뀌었을 뿐, 환자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한 오류를 반복할 수 있다.
실제 보험회사가 제시하는 기준을 살펴보면 수술 고위험 환자, 지속 출혈, 호흡곤란, 발작, 심부정맥혈전증 등의 합병증과 같이 이미 상당한 위험이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 입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방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임상의학에서 입원의 목적은 발생한 합병증을 치료하는 데만 있지 않다.예측되는 위험을 관찰하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역시 의료행위이다.마취 직후의 혈압과 의식 상태를 관찰하는 것, 출혈과 혈종을 확인하는 것, 조기 보행 과정에서 어지럼이나 미주신경 반응을 관찰하는 것, 통증을 조절하고 시술 부위의 이상 여부를 반복 확인하는 것 모두 치료의 일부이다.
아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만 가지고 사후적으로 따라서 관찰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면 예방적 의료와 관찰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이는 마치 수술 후 출혈이 없었으므로 출혈 관찰이 불필요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정맥류 환자는 모두 같지 않다. 하지정맥류 치료는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임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한쪽 대복재정맥의 짧은 구간만 치료하는 젊고 건강한 환자와, 양측 복재정맥을 동시에 치료하면서 광범위한 정맥절제술을 시행 받는 고령 환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비만, 고령, 항응고제 또는 항혈소판제 사용, 심혈관질환, 과거 혈전증, 보행장애, 자율신경계 이상, 광범위한 정맥류, 양측 수술 등은 시술 후 관리계획에 영향을 미친다.
마취방법도 중요하다. 국소마취만 시행한 환자와 진정요법을 병행한 환자의 회복 과정은 같지 않다.
따라서 입원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수술명이 무엇인가를 볼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 상태, 치료한 정맥의 수와 범위, 양측 여부, 동반 정맥절제술의 범위, 마취 방법, 출혈 및 통증의 정도, 시술 직후 보행 가능 여부, 혈역학적 안정성, 혈전색전증 위험,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이 의학이다.
치료 적정성과 입원 적정성도 구별해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치료의 적정성과 입원의 적정성이 혼동되는 것이다.하지정맥류에 대한 치료 자체가 의학적으로 필요했는가 하는 문제와, 그 치료를 입원 상태에서 시행할 필요가 있었는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다.정맥초음파에서 병적 역류가 확인되고 증상과 해부학적 병변이 일치하여 치료 적응증이 명백한 환자라도 통원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반대로 동일한 시술이라 하더라도 환자의 전신 상태나 수술 범위에 따라 입원 관찰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따라서 이 시술은 통상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개별 환자의 입원 필요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현대의 많은 수술은 당일 수술이 가능하다. 복강경수술, 관절경수술, 각종 혈관중재술도 환자와 시술 조건에 따라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수술을 받는 모든 환자에게 입원이 불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보험사가 의학적 기준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의 적정성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불필요한 입원이나 보험제도의 악용 역시 의료계가 경계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이 보험회사가 몇 가지 항목을 정하여 임상의의 의학적 판단을 대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특히 사후적으로 진료기록을 검토하면서 실제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원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판단하는 방식은 의학적 의사결정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의료진은 시술이 끝난 뒤 결과를 알고 환자를 보는 사람이 아니다.시술 직후의 시점에서 환자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회복할지, 출혈혈종실신통증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할지를 예측하면서 판단한다. 따라서 입원의 필요성 역시 그 당시 의료진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를 기준으로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결과가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당시의 관찰과 관리가 불필요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필요한 것은 보험사의 기준이 아니라 의료계와의 합의된 기준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하지정맥류 치료의 입원 적정성을 다시 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보험회사의 비용관리 논리만으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
정맥질환을 실제로 치료하는 전문가, 관련 전문학회, 보험업계와 관계기관이 함께 참여하여 객관적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그리고 그 기준은 입원 또는 통원이라는 이분법적인 규칙이 아니라 환자의 위험도와 치료의 복잡성을 평가할 수 있는 임상적 기준이어야 한다.무엇보다 기준에는 반드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 의학에는 평균적인 환자는 존재하지만 평균과 동일한 환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 역시 입원을 일률적으로 부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실제 내용을 살펴 판단하라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이다.판결 하나를 또 다른 획일적 보험심사 기준으로 만드는 것은 판결의 취지에도, 현대 의학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보험제도는 의료를 합리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보험의 기준이 의학을 정의해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입원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최종 기준은 시술의 명칭이나 보험회사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복잡성, 그리고 그 순간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료진의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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