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응급실 포화, 대기해야" 안내 "진료 거부 아냐"
응급실이 꽉찬데다 10명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상황에서 45시간 가량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을응급의료 거부나 기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스스로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동한 소아 환자는 진료를 받은 뒤 귀가했지만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대기하라고 안내한 A 대학병원과 이동해 진료를 받은 B 대학병원을 상대로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진료 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전부 기각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사망한 소아 환자(당시 5세)의 부모가 A대학병원과 B대학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 2023년 5월에 발생했다. 망아는 5월 6일 발열과 기침 증상으로 동네의원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밤 10시 16분경 119에 연락해 밤 10시 38분경 A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A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병상이 부족해 약 5시간 동안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보호자들은 내원 14분 만에 A대학병원을 떠나 밤 11시 9분경 인근 B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B 대학병원 의료진은 엑스레이 검사와 발열기침목쉼흡기 시 협착음 등의 증상을 종합해 급성 폐쇄성 후두염(Croup)으로 진단했다. 의료진은 해열제 투여스테로이드 근육주사에피네프린 네뷸라이저(흡입치료) 등의 처치를 시행한 뒤 임상 상태가 호전되자 이튿날인 5월 7일 새벽 1시 42분경 귀가 조치했다. 그러나 망아는 5월 7일 오후 4시경부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오후 8시 32분경 집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같은 날 밤 9시 45분경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급성 후두덮개염급성 인후두염급성 기관염급성 세기관지염국소적 기관지폐렴 소견을 토대로 사인을 급성 폐쇄성 후두염급성 후두기관기관지염으로 추정했다.
유족 측은 A 대학병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환자의 진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해 응급의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B 대학병원 의료진이 급성 후두개염을 크룹으로 오진했고, 에피네프린 치료 후 충분한 경과관찰 없이 조기 퇴원시켰으며, 질환의 위험성 및 재내원 필요성에 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법정 상속분 및 위자료 등 각 2억 268만원(총 4억 537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A 대학병원은 내원 당시 응급실이 만실 상태였고, 대기환자가 약 10명 가량 있어 진료대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환아가 즉시 심폐소생술이나 긴급 처치가 필요한 상태가 아니었고, 원고들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다른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떠난 것이므로 응급의료를 거부했거나 기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항변했다.
B 대학병원 역시 응급실 내원 당시 급성 후두개염의 일반적인 증상은 보이지 않았고, 망아의 임상 상태를 토대로 크루프로 진단한 뒤 표준적인 치료를 진행했으므로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들에게 망아의 상태, 치료방법, 귀가 후 약 복용방법 등에 관하여 설명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당시 응급실이 만실이어서 대기환자가 10여 명에 달했고, 망아가 소생술이나 즉각적인 긴급 처치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다면서 의료진이 응급실 상황을 전달하며 대기 시간을 안내하자 보호자 스스로 다른 병원 이동을 결정한 것을 응급의료 거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B 대학병원 의료진의 과실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망아가 내원할 당시 보인 개 짖는 듯한 기침과 협착음은 급성 후두개염에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지적했다. B 대학병원 의료진이 Westley Croup Score 평가 후 스테로이드 및 에피네프린 흡입치료 등 표준 치료를 진행했고, 투약 후 약 2시간 동안 경과를 관찰하며 상태 호전을 확인한 뒤 귀가를 결정한 것은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검에서 급성 후두개염의 조직학적 소견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 당시 의료진이 이를 의심하고 진단했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크루프의 기도폐색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0.0000075%에 불과한 점 등을 들어 당시 의료진이 희박한 사망 가능성까지 예견해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진료기록에 설명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봤다.
A 대학병원 측 소송을 대리한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응급의료법에서 말하는 정당한 사유란 응급의료기관 인력, 시설, 장비 등 응급의료자원의 가용 현황에 비추어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는 때를 의미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환자를 전원하거나 즉각적인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이를 두고 과실이나 응급의료법 위반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비록 응급실에 내원한 소아 환자가 사망한 것은 매우 비통한 일이지만, 악화된 진료환경 속에서도 의료현장의 최일선을 담당하던 선량한 응급의학과 및 소아청소년과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이번 소송으로 인해 피해를 볼 수 있었던 상황을 막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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