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부족한 의사로 모든 밤을 메울 수는 없다
시간연령증상 제한 없이 24시간 아이를 받는 응급의료기관은 전국 431곳 가운데 58곳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5일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다. 강원충북세종에는 이런 기관이 한 곳도 없다. 24시간 소아 응급진료를 하지 못한다고 답한 기관은 지난해 158곳에서 올해 170곳으로 늘었다. 정부는 2023년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이후 지원과 보상을 늘렸지만 공백은 오히려 커졌다. 전 의원은 시간과 연령, 증상별로 실제 진료가 가능한지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라고 했다.
이 요구는 옳다. 그러나 모든 응급실이 모든 아이를 24시간 받아야 한다는 목표는 마을마다 경찰서를 세워 범죄를 없애자는 발상과 같다. 의사가 없는 곳에 문을 열라고 압박하면 남은 의사마저 떠난다.
아이들이 앓는 감염병의 모습은 지난 25년 동안 달라졌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7월 발표한 통계에서 2025년 1세 예방접종 완전접종률은 93.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비교 가능한 미국영국호주보다 1~18%포인트 높다. 1996년부터 2020년까지 29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감시 연구에서 아이들에게 침습성 세균 감염을 일으킨 균 가운데 폐렴구균과 b형 헤모필루스균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2019년 소아청소년과 진료의 약 70%는 호흡기 질환이었다.
예외는 분명하다. 창원에서 생후 1~3개월 발열 영아 336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11.3%가 중증 세균 감염이었다.
나는 30년 동안 진료실에서 아이들을 봤다. 코가 막히거나 콧물만 나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오는 일은 과하다. 내 진료실 경험이 그렇다. 돌 지난 아이가 열이 있어도 잘 먹고 잘 논다면 밤에는 지켜보고 아침에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찾아도 된다. 3개월 미만 영아가 열이 나면 시간과 관계없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공급은 무너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59곳이 문을 열고 89곳이 문을 닫았다.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전체 의원 진료과목 가운데 가장 높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지난해 처음 줄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소아청소년과의 호흡기 질환 진료는 52% 줄었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21년 593명에서 올해 9월 113명으로 줄었다.
소아청소년과는 환자 수의 변동이 심하다. 동네 소아청소년과의 살림은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에 달려 있다. 유행이 잦아들면 병원 유지조차 어렵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두고 야간까지 문을 열라고 하면 버틸 병원은 없다.
내가 근무하는 병원은 낮 진료를 줄이고 휴일을 포함해 밤 10시까지 응급실을 연다. 병원이 떠안는 손실은 크다. 정부 기관의 지원은 한 푼도 없다. 환자가 한 명도 오지 않는 날도 있다. 이것이 지금 소아응급실의 현실이다.
시골에서 소아청소년과 병원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있다. 장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장중첩증은 얼마 전까지 가까운 병원에서 쉽게 치료하던 질환이었다. 이제는 운이 나쁘면 몇 시간을 달려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달빛어린이병원은 야간과 휴일에 경증 소아를 응급실 밖에서 진료하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정하고 지원하는 제도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 설문에서 참여하지 않은 병원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운영비 미보전(42%)이었다. 협회장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나와 지금도 손해를 보며 운영한다고 말했다.
달빛어린이병원의 취지는 맞다. 문제는 의사 수가 그대로인데 지정 수만 늘리는 데 있다. 낮에 진료하던 의사를 밤으로 옮기면 낮에 공백이 생긴다. 적자를 감수하고 문을 열라는 요구는 의사를 공공 인력처럼 부리는 일이다. 의료에는 공공성이 있다. 그 공공성이 의사 개인의 선택을 지워도 된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약 두 달 전 청색증으로 이송된 뒤 숨진 아이 사건에 대한 수사였다. 경찰은 진료가 없을 때 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고 병원은 이를 부인했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진료 중인 응급실 압수수색이 다른 아이들의 진료권을 해친다는 성명을 냈다.
진상은 밝혀야 한다. 그러나 진료가 이어지는 응급실에 영장을 들고 들어가는 수사를 보면 소아 응급을 택하려던 젊은 의사도 마음을 접는다. 자료 제출로 충분한 수사는 자료 제출로 해야 한다.
보호자는 경증과 중증을 가릴 수 없다는 반론이 있다. 이 반론은 옳다. 답은 모든 응급실을 여는 데 있지 않고 보호자의 판단을 돕는 데 있다. 전화와 온라인 상담, 119 구급대의 중증도 분류를 키워 아이를 맞는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오늘 밤 나는 온콜 당직이다. 병원 밖에서 대기하다가 호출이 오면 병원으로 달려가는 당직이다. 이 당직에는 어떤 수당도 없다. 보상 없는 당직이 이어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시행할수록 상황을 나쁘게 만든 정책이라면 먼저 멈춰야 한다. 정부는 지정 기관 수를 늘리는 경쟁을 멈추고 중증 소아를 받는 거점 병원에 인력과 보상을 모아야 한다. 시골에도 소아청소년과 병원과 의사가 남을 수 있도록 야간 진료의 손실과 온콜 당직을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에게 더는 병원 문을 닫지 않아도 될 미래를 보여 줘야 한다.
국회는 현장 검증 없이 질의하고 입법하는 관행을 버려야 한다. 의과대학 정원을 늘려도 오늘 밤 응급실을 지킬 의사는 생기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진료 중인 응급실에서 강제수사보다 자료 제출 요구를 먼저 써야 한다. 국민은 콧물만으로 밤에 병원을 찾지 않아야 한다. 이 실패 앞에서 침묵하는 것도 실패를 거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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