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골밀도 정상이어도 골절 발생한다면?
정기 건강검진에서 기본으로 확인하는 피검사 수치만으로도 향후 뼈 건강과 골절 위험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정훈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이 우(Joy Y. Wu) 미국 스탠퍼드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여자 41만 8959명을 13.2년(중앙값 )간 추적 분석한 결과, 적혈구분포폭(Red Cell Distribution Width)과 평균적혈구용적(Mean Corpuscular Volume)이 높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에는 골밀도와 무관하게 골절 위험이 독립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골다공증성 골절은 고령층의 삶의 질을 무너뜨리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국내 고관절 골절 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남성 약 21%, 여성 약 14%에 이를 만큼 치명적이다. 무엇보다 대부분 전조 증상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첫 골절이 일어나기 전 고위험군을 미리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흔히 골밀도 검사 수치가 정상이면 안심하기 쉽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골밀도가 양호한데도 가벼운 충격에 뼈가 부러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이는 뼈의 단단한 양만 측정하는 기존 검사 방식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뼈의 질적 저하까지 포괄적으로 잡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피를 만드는 조혈 세포와 뼈를 형성하는 골조직이 골수라는 하나의 미세환경을 공유하며 긴밀히 소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혈액의 상태가 곧 뼈의 컨디션을 반영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접근이다.
연구팀이 이전 골절 병력이 없는 41만 8959명을 중앙값 13.2년간 장기 추적 분석한 결과, 추적 기간 동안 총 1만 6466건의 골절이 발생했다. 분석 결과 적혈구분포 폭과 평균적혈구 용적이 높거나 빈혈이 있는 경우 골절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골밀도 자료가 있는 3만 6549명을 별도로 분리해 정밀 분석한 결과에서도 혈액학적 이상과 골절 위험의 연관성은 골밀도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았다. 즉, 골밀도가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혈액 지표에 이상이 있으면 골절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빅데이터로 뒷받침했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장비나 복잡한 추가 검사 없이도, 접근성이 좋은 기본 혈액검사 결과를 골절 위험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빈혈만성 염증혈소판 이상이 뼈의 형성과 흡수 균형에 관여한다는 생리학적 기전 역시 이러한 임상적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하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미국골대사학회(ASBMR) 2026 연례학술대회 구연 발표자로 선정됐으며, 우수 중견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Mid-Career Faculty Travel Grant 수혜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구집단을 장기간 추적해 혈액 지표와 골절 위험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이러한 위험이 골밀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독립적인 요인임을 입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며 정기 검진에서 지속적인 빈혈이나 적혈구분포폭평균적혈구용적 이상이 관찰된다면 골밀도가 정상이더라도 뼈 건강과 낙상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혈액학적 지표와 골대사 간 상호작용의 생리학적 기전을 별도의 종설을 통해서도 이미 정리했다. 하정훈 교수와 조이 우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Complete Blood Count Parameters and Bone Health: Clinical and Experimental Evidence는 대한내분비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Endocrinology and Metabolism(EnM)에 지난 2025년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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