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사 몇 명 더 필요?" 미국은 '근무시간·지역 이동'부터 봤다
의사인력 수급추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의사의 실제 근무시간과 지역 간 이동, 연령성별전문분야는 물론 의료전달체계와 인력 활용 방식의 변화까지 반영해 미래 의사인력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사례분석 정책현안분석을 발간하고, 미국 보건자원서비스청(HRSA)과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의 의사인력 수급추계 모델과 방법론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의사인력 수급추계가 지역별전문과목별 의료인력 분포와 실제 의료현장의 근무 형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2025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과학적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근거해 결정하기 위해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자료의 한계와 제한적인 시나리오 구성 등으로 실제 의사의 근무시간이나 지역별전문과목별 수급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의사인력 추계 모델인 HRSA와 AAMC의 사례를 살펴보고, 지역별전문과목별 수급 전망을 위해 어떤 데이터와 추계 방법론을 활용하는지 분석했다.
먼저 HRSA는 의사인력 공급을 단순히 의사 수로 계산하지 않고 전일제환산(FTEFull-Time Equivalent) 개념을 활용한다.
2023년을 기준으로 한 HRSA 추계에서 FTE 활동의사는 전문활동에 필요한 총 주당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정의했다. 이후 의사인력의 특성에 대한 회귀분석을 실시해 실제 활동 의사 수를 FTE로 환산했다.
특히 지역별 공급 전망 과정에서는 의사 개인의 지역 간 이동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의사인력 공급모델에서 의사 개개인의 주간 이동확률을 추정하고, 지역을 이동한 의사를 재배정하는 계산 과정을 거쳐 지역별 의사인력 공급을 추계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현재 지역에 근무하는 의사 수를 기준으로 미래 인력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근무시간과 지역 이동이라는 현실적인 변수를 공급 전망에 반영한 셈이다.
AAMC 역시 FTE를 활용하지만 환자진료 시간을 중심으로 의사인력의 활동량을 산정한다.
2021년을 기준으로 한 AAMC 추계에서는 주당 근무시간 가운데 환자진료 시간을 FTE의 기준으로 설정하고, 의사의 연령과 성별, 전문분야에 따라 이를 보정했다. 전문분야도 일차의료, 내과계, 외과계, 기타 분야, 호스피탈리스트 등으로 구분했다.
AAMC 추계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를 설정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향후에도 이어진다는 현상 유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지만, 여기에 의료환경과 정책 변화에 따른 여러 확장 시나리오를 적용한다.
책임진료기구 및 가치 기반 지불모델 등 관리형 의료가 확대되는 상황을 비롯해 소매진료소 이용 증가, 전문간호사와 의사보조인력 활용 확대, 인구집단의 건강목표 달성 등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미래 의사인력 수요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는 의사인력 수급을 단순히 인구가 늘고 줄어드는 만큼 의사가 얼마나 필요한가라는 방식으로 계산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의료 이용 행태가 변하거나 의사의 업무를 다른 보건의료인력이 일부 담당하게 되는 경우, 같은 인구 규모에서도 필요한 의사인력 규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 같은 미국 사례를 토대로 국내 의사인력 수급추계에서도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현재 필수의료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력 부족 규모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추계의 출발점으로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어느 지역, 어느 전문과목에서 어느 정도의 인력이 부족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 없이 미래의 필요 인력만 산출할 경우, 추계 결과가 실제 의료현장의 문제와 괴리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일제환산(FTE) 의사인력의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의사의 주당 근무시간을 어느 범위까지 전일제 근무로 인정할 것인지 등 FTE 산정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지역별전문과목별 특성을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 의사 수가 증가하더라도 특정 지역이나 특정 전문과목의 인력 부족이 해소된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미래 의료환경의 변화 역시 추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구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개편, 의료 이용 행태 변화, 인공지능(AI) 도입 등 정책적기술적 변화가 의사의 업무량과 의료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번 분석을 통해 미국의 의사인력 추계가 단순한 의사 수 증감 전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의사의 활동량과 지역 이동, 인구구조, 전문분야별 특성, 의료체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도 이러한 요소를 반영한 보다 정교한 의사인력 수급추계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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