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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협, 응급의료법 통과에 "생명 살리는 길 포기하게 만드나"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실 미수용을막기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의대생들이 환자 수용 의무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응급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제도 보완을 요구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2일 성명을 통해 응급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치료 기회를 놓치는 현실을 개선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환자 수용 의무가 실제 치료 능력을 앞서고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개정안이 통과된 데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를 수용할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응급의료기관은 환자 수용이 어려운 상황을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고지해야 하며, 응급의료를 거부기피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도 구체화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개편하고 향후 2인 1조 24시간 근무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내용과 함께,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형사처벌 감면 및 일부 우선수용 상황에서의 형사책임 면제 규정도 포함됐다.
의대협은 의료기관의 실제 진료 역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선수용병원이 지정될 경우, 제도적 보호장치가 있더라도 부담이 현장 의료진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손연우 의대협회장은 중증응급환자의 치료에는 응급실 병상뿐 아니라 해당 질환의 배후 전문의, 수술시술 가능 여부, 중환자실 등 여러 조건이 동시에 필요하고, 이러한 조건은 짧은 시간에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 역시 지역 이송체계에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 확인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정보가 실제 현장의 급변하는 진료 여건을 어느 정도까지 적시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시행 과정에서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의대협은 특히 이번 개정안으로 인한 부담이 마지막까지 환자를 받으려 했던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집중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배후진료 인력이 충분하지 않거나 전원할 대형병원이 멀리 떨어진 지역 응급실에서도 의료진은 제한된 자원 안에서 가능한 치료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실제 역량을 넘어서는 수용 의무와 책임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응급진료를 유지하려는 노력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 응급진료 기능이 축소될 경우 피해가 지역 주민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의대협은 끝까지 남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정책의 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료체계가 단순히 환자를 응급실에 도착시키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응급실 수용 이후에도 수술시술과 중환자 관리 등 최종치료가 가능해야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데, 필요한 전문인력이나 시설이 없는 의료기관으로 이송될 경우 재전원 과정에서 오히려 최종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송 전 실제 치료 역량을 확인하고 의료기관과 협의하는 절차가 실질적인 안전장치로 보장돼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병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적 판단과 이송 판단을 어떻게 조정할지, 우선수용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최종치료가 어려운 경우 후속 전원을 누가 어떤 절차로 조정할지 등을 시행 과정에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손 회장은 환자를 받아야 할 의무를 부과하려면 그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하거나 신속하게 연결할 수 있는 수단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진 보호 규정이 실제 응급의료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응급실 병상과 수술실 가동 상황, 당직 전문의의 진료 가능 여부 등은 짧은 시간에도 달라질 수 있지만, 정보시스템에 급변하는 현장의 모든 상황을 즉시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대협은 향후 수용 여부나 의료진의 책임을 판단할 때 정보시스템에 입력된 내용만이 아니라 당시 의료기관의 실제 인력시설 상황과 의료진의 합리적인 의학적 판단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선수용병원으로 지정돼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한 의료진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규정이 현장에서 예측 가능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요건과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내린 판단을 제도가 보호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있어야 학생들도 고위험 응급진료를 자신의 미래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의대협의 설명이다.
중증응급의료센터의 2인 1조 24시간 근무체계 역시 인력 기준을 법에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해당 인력 기준을 공포 후 3년 뒤 시행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기간 동안 실제 전문인력 확보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의료진의 근무 부담이 오히려 커지거나 응급진료체계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의대협은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이 단순한 제도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채용과 장기 근속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하며, 배후진료 인력과 지역 간 전원망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논란이 단순히 현재 응급의료 현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미래 의료인력의 진로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의대협은 학생들이 교육과 수련 과정에서 접하는 선배 의료진의 근무환경과 현장의 지속가능성을 전공과 근무지 선택의 요소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명감을 가지고 응급의료 현장에 들어선 의료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현장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되면 해당 분야를 희망하는 학생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신규 진입 감소가 다시 기존 의료진의 부담 증가와 추가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의대생에게 생명을 살리는 진료와 지역의료에 기여하는 삶은 충분히 선택하고 싶은 미래가 될 수 있다며 그 의향이 실제 선택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애물부터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의대협은 향후 학생들이 어떤 조건에서 필수지역의료 분야를 진로로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 수렴에도 나설 계획이다.
그러면서 현장의 고충을 개인의 의무와 부담으로 돌리는 정책이 이어질 경우 필수지역의료로의 인력 유입을 바라는 정부의 목표와도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대협은 국회와 정부에 ▲이송 전 실제 치료 역량 확인과 의료기관 협의 보장 ▲수용 곤란 사유의 이송 결정 반영 ▲중앙광역응급의료상황실 중심의 의료적 조정과 119 간 협력 강화 ▲지정이송전원의 권한과 책임 명확화 ▲급변하는 진료 여건을 반영한 의료진 보호 기준 마련 ▲지역 당직배후진료 인력 및 안정적인 근무환경 확보를 위한 재정운영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개정안 시행 전 현장 전문가와 미래 의료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법률 자체의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추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 회장은 의대협은 학생들이 생명을 살리는 진료와 지역의료에 기여하는 삶을 자신의 미래로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헌신이 지속되고,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이 같은 길을 꿈꿀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그 선택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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