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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중인 응급실 압수수색 초유의 사태, 다시는 없어야"

이정환 기자2026.10.02 13:37
ⓒ의협신문
ⓒ의협신문

지난 9월 30일 경찰이 경기 남부의 한 대학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 의료계의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도 경찰의 강제수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의협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진료 중인 응급실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여름 이 센터에서 치료받던 환아가 숨진 사건을 수사해 왔으며, 압수수색은 다른 환아들의 진료가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의 명복을 빌며, 큰 슬픔 속에 계신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아이가 숨진 경위를 알고 싶은 유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의료계도 사실관계를 밝히는 데 성실히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진료가 한창인 응급실을 강제수사 대상으로 삼은 일은 사실관계 규명과 별개로 따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의협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응급실 압수수색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진료 현장을 강제수사 현장으로 만든 전대미문의 사태를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압수수색이 응급의료 현장과 환자 안전에 미칠 파장을 엄중히 보며, 깊은 우려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몇 분 차이로 생사 갈리는 곳 집행 짧았다고 정당화 안 돼

의협은 소아응급센터의 특수성을 짚었다. 의협은 소아응급센터는 몇 분만 늦어도 환아의 생사가 갈릴 수 있는 곳이라며 처방도, 검사 지시도 응급실 컴퓨터로 이뤄지고, 중증 환아는 예고 없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센터에는 경련으로 실려 온 생후 6개월 영아를 비롯해 치료 중인 환아들이 있었고, 경찰이 진료용 컴퓨터로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의료진은 자리를 옮겨 업무를 해야 했다며 집행 시간이 짧고 빈 공간을 이용했다고 해서 진료 현장에 대한 강제수사의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임의제출로 충분했다 왜 하필 진료 중인 응급실이었나

의협은 압수수색 자체의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은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형사소송법상 임의제출 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에 진료기록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전자의무기록은 추가 기재나 수정이 있으면 접속 기록을 별도로 보관하도록 돼 있어 수정 이력이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했다.

또 당직표 같은 근무 기록도 병원에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설령 영장이 필요했더라도 진료기록은 의무기록 부서와 전산 서버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며 진료 공간의 구조와 장비는 병원과 일정을 맞춰 현장을 확인하면 충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은 강제처분을 필요한 최소한도에서만 하도록 정하고 있고, 영장을 언제 어떻게 집행할지는 수사기관이 정한다며 경찰은 왜 하필 진료 중인 응급실이었는지, 압수수색이 꼭 필요했는지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망만으로 과실 단정 못 해 의학적 검토가 우선

의협은 중증 환아가 숨졌다는 사실만으로 의료진의 과실을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의협은 소아 중증 질환은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도 병의 진행 속도와 중증도에 따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과실 여부는 당시 환아의 상태와 진료 여건, 실제 처치를 의학적으로 검토해야 가릴 수 있다. 압수수색으로 밝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4월 국회는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 의료사고의 중대한 과실 여부를 전문가가 심의하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며 의료사고 판단에는 전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청과 기피 되풀이될 것

의협은 이번 압수수색이 가뜩이나 무너지고 있는 소아응급의료 현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협은 중증 환아를 많이 보는 병원일수록 안타까운 사망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며 그때마다 수사 인력이 진료 중인 응급실에 들이닥친다면, 중증 환아를 끝까지 책임지려는 의사들이 먼저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2017년 이대목동병원 사건 뒤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깊어졌던 일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그 피해는 위급한 아이를 안고 응급실로 달려오는 부모와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협은 이런 압수수색이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며 진료 중인 의료기관에서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강제수사가 집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제라도 의료기관에 대한 수사 절차를 제도로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수사기관의 정당한 수사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며 수사가 다른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진료를 막아서는 안 되며, 의학적 판단이 적절했는지는 의학적 검토로 가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3대 요구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은 침해 불가 공간

의협은▲경기남부경찰청은 진료 중인 소아응급센터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 이유와, 임의제출 등 협조를 통한 자료 입수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이러한 시도 없이 영장을 바로 집행한 이유를 소상히 밝힐 것▲촌각을 다투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돼서는 안 될 진료 공간인 만큼, 경찰은 이들 공간에서 임의제출 등 진료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만 자료를 확보하도록 수사 집행 기준을 마련할 것▲정부는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기다리지 말고, 의료사고 수사에서 강제수사보다 의학적 감정과 전문적 검토가 우선되도록 수사기관과 협의해 이를 하위법령에 분명히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의협은 대한소아응급의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등 관련 학회 및 의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의료진이 위축되지 않고 중증 환아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실은 환자를 살리는 곳이자 어떤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공간이라며 진료 중인 응급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다해 막아낼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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