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의료계 우려 속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국회 통과
응급의료 체계를 개편하고 응급의료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 면책 조항이 담긴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의료계의 반대 목소리에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1일 본회의를 열고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포함한 64건의 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여야가 합의한 민생법안으로 분류돼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보름여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본회의에서도 대세는 바뀌지 않았다. 재석 219명 중 찬성 172명, 반대 13명, 기권 34명으로 법안은 가결됐다.
의료계는 응급환자 이송 전 응급의료기관 수용능력 확인 조항 삭제 등에 대해 반대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도 본회의에서 반대 토론을 신청해 법안의 우려점을 짚었다.
이 의원은 119의 응급환자 수용능력 확인 조항 삭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전달될 수밖에 없다라며 발의만으로도 현장 의료진이 대단히 동요하고 있다. 이탈이 가속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실시간 응급환자 수용곤란 상황 고지 의무화, 당직전문의 24시간 최소 2인 1조로 근무토록 하는 조항의 문제점도 이야기했다. 그는 응급실 상황은 분 단위, 초 단위로 바뀐다라며 당직의사의 모든 동선이나 일정을 시스템에 다 넣을 수 없다. 당직전문의 근무 조항도 실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과 소아 의료현장은 훨씬 더 많이 망가져 있다. 이상적인 구성을 강제한다고 작동할 수 있는 인프라가 아니다라며 이번 개정안은 환자를 받지 않는 병원이 아니라 환자를 받으려는 의료진을 먼저 공격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자신을 임상의사는 아니지만 응급의료 관련 의료정책을 30년 넘게 연구한 응급의료 전문가라고 소개하며 구급대원에게 무조건 환자를 이송하라는 법도 아니고, 의료진에게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는 법도 아니라 국가가 이송부터 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찬반 토론에도 국회 문턱을 넘은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이송체계를 수립해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의료진의 형사처벌을 면제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환자 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할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광역응급의료상활실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중증응급환자 이송 의료기관 선정 및 응급환자의 다른 의료기관 이송 등을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 종사자가 제공한 응급의료 때문에 환자가 사상에 이르렀을 때 형사처벌 감면을 할 수 있다에서 한다로 바꾸고, 이송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적 면제 규정을 신설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 등이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토록하고 응급환자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사라졌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자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19구급대 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광역응급상황실이 환자 이송 병원을 선정할 수 있게 했다.
의협 법안 먼저 통과시키고 현장 혼선 반복 유감
법안 통과 소식에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응급환자가 필요한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있도록 이송 수용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라면서도 법안에 대한 현장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송 전 수용능력 확인 규정을 유지하고 수용기관 지정 창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성근 대변인은 수용능력 확인 의무를 지역별 이송지침으로 넘기는 것은 현장 진료 여건과 맞지 않다라며 지역마다 다르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지침으로는 법률로 의무화했을 때만큼 확인 절차가 일관되게 지켜지도록 보장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안 통과가 곧 제도 개선의 완성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며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고 정작 시행에 필요한 세부 기준과 인력재정 등 후속 조치가 따라가지 못해 현장이 혼선을 감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최근 국민 건강에 관련한 법안들에서 이런 모습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의 판단이 다르거나 지정된 병원에서 필요한 치료가 어려운 경우, 누가 이를 조정하고 후속 대응을 책임질 것인지도 명확히 해야 한다라며 현장의 목소리가 법률과 하위법령, 실제 운영 과정에 충실히 반영되어 국민이 안심하고 응급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또 다른 보건의료 법안은?
한편, 국회 본회의에서는 예방접종 전 과정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정법 예방접종관리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내용을 통합 조정해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을 마련했다. 총 8개 장, 49개 조문 및 부칙으로 구성돼 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일 때, 의료업을 폐업하거나 1개월 이상 휴업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토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있다. 대표발의한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공공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폐업 또는 휴업하면 해당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 및 가족에게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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