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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미수용 방지법? "응급의료 20년 후퇴한다" 전문의 93% 반대

홍완기 기자2026.09.29 14:58
응급의료 현장의 전문의 93%가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의협신문
응급의료 현장의 전문의 93%가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의협신문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둔 가운데 응급의료 현장의 전문의 93%가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2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5일부터 28일까지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는 299명으로 인적사항 6개, 척도 문항 10개, 자유의견 1개 등 총 17개 문항에 응답했다.

설문 결과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93%에 달했다. 법안 시행 이후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92%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 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12%에 그쳤으며, 의료기관이 수용 곤란 사유를 물리적으로 직접 통보할 수 있다고 본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119 사전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절차 폐지에는 95%가 반대했다.

정부가 제시한 이송체계 개편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93%,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나 구급상황센터의 우선 수용 병원 지정에는 91%가 부정적이었다. 형사면책 조항이 마련되더라도 실제 법적 비용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도 86%에 달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이 법을 우리가 119가 미워서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환자를 보기 싫어서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119의 사전 수용 확인을 없앴을 때 현장에서 발생할 일이 너무나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당한 사유? 누가 판단하나결국 거절하지 말라는 법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내용의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내용의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이 회장은 이번 법안이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둘러싼 정책이 누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2013년 119 구급대가 환자를 이송하기 전 의료기관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이 응급의료법에 반영됐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응급실 수용 거부를 제한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추진됐다.그러나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환자 수용을 거부할 수 없다는 규정은 현장에서 사실상 강제 수용 의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게 응급의학의사회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환자 수용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말 자체는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그 말이 법에 들어가는 순간 현장에서는 환자를 거부하면 처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시설인력장비 부족이나 최종 치료를 담당할 전문의 부재 등이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로 제시돼 있지만, 실제 응급실의 상황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이 회장은 시설인력장비가 얼마나, 어떻게 부족한지를 누가 결정하느냐며 최종 치료 인력이 있는지 여부도 그 의사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지, 수술 중인지, 식사 중인지까지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이어 결국 객관적인 지표가 아니라 고무줄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서는 결국 거절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119의 사전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절차를 없애는 것도 핵심 문제로 지목됐다.

개정안은 중증중등증경증 환자를 각각 적절한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제시하고 있지만, 이 회장은 중증 환자는 상급병원, 경증 환자는 작은 병원으로 보내겠다는 구상은 지난 20년간 응급의료 발전계획에서 반복됐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증 환자의 구급차 이용까지 응급의료체계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회장은 현재도 연간 약 300만 건의 구급차 이송 가운데 상당수가 경증 환자라며 중증 환자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증 환자 이송 대책까지 응급의료체계 안에서 해결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단순 감기나 통증, 타박상, 열상 등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더라도 적절한 치료가 바로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눈이 아픈 환자를 응급실로 데려다 놓는다고 해도 응급실에 24시간 안과 전문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두 큰 병원에 데려다 놓는 것 말고는 119로서도 해결책이 없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의료기관이 수용 곤란 상황을 지체 없이 보고하도록 한 조항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내가 수술할 외과 의사가 밥을 먹으러 갔는지, 화장실에 갔는지, 지금 수술하고 있는지를 응급실에서 알 수 없다며 이것을 지체 없이라는 말로 법안에 넣으면 결국 지체하면 처벌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할 경우 우선 수용 병원을 지정하도록 한 내용도 비판했다.

이 회장은 원래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의 역할은 다른 곳에서 받아주지 못하는 중증 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을 연결하는 것이라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법률에 우선 수용 병원이라는 개념을 넣는다고 실제 의료기관의 수용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시간 진료 능력 정보를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행정적 부담과 재정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지역별 이송지침을 강화하는 방안도 문제로 봤다.

이 회장은 지역의 지침이라는 것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 만들어 왔지만, 일산에서 근무하는 나도 일산의 지침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일산 지침과 의정부 지침이 다르면 누구의 지침을 따라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도시와 생활권이 연결된 지역에서는 지역별 지침만으로 응급환자 이송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형사면책도 충분하지 않아법적 위험 줄어들지 않는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내용의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29일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히는 내용의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의협신문

개정안에 담긴 형사책임 면책 조항 역시 현장의 법적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응급의학의사회의 판단이다. 형사책임 일부를 면제하더라도 민사책임이나 의료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면책 부분은 조심스럽고 복잡한 문제이지만 현재 개정안의 면책 조항만으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고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형사책임 일부를 면제하는 것만으로는 의료진이 체감하는 법적 위험을 낮추기 어렵고, 민사상 책임을 비롯한 의료분쟁 과정의 부담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추진한 지역 이송체계 시범사업 과정에서도 현장의 우려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26년 3월부터 6월까지 진행된 호남권 지역 시범사업에 대해 이 회장은 준비도, 계획도, 예산도, 조직도 없었고 실제 시범사업 내용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역의 지침에 따라 운영한다는 방식에 대해 20년 전부터 응급의료 현장에서 운영해 온 제도를 놓고 너희가 하던 대로 하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시범사업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시범사업이 본사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입법 과정에서 현장 전문가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지난 5년 동안 보건복지부 사무관에게 전화 한 번 받은 적이 없다며 단 한 번도 저희에게 물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현장에 물어보면 된다. 저희는 도와드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환자를 얼마나 빨리 응급실에 도착시키느냐만을 기준으로 응급의료 정책을 설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살리려고 있는 것이지, 응급환자를 집에서 병원까지 빨리 데려다 놓으려고 있는 곳이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치료와 양질의 치료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가 5분 먼저 도착한다고 해서 무조건 먼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가 무엇인지, 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응급실 과밀화와 법적 위험, 취약지역 인프라 부족 등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기관의 수용 의무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법안 및 후속 시행규칙 개정 과정에 현장 전문가 참여 △응급의료 발전계획 수립 시 응급의학 전문의 의견 반영 △현장 전문의에 의한 수용 여부 결정 △민형사상 책임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 △119 이송에 따른 응급실 과밀화 대책 △취약지역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결국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수용할 수 있는데 수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있다. 법적 위험성 감소, 과밀화 해소, 인프라 확충이라는 선결 과제 없이는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면책 없는 강제 의무 입법을 중단하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이 법안은 합의된 적도, 찬성한 적도 없으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방지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와 현장이 서로 신뢰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정책도 제대로 구현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자회견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강제로 환자를 수용시키면 환자가 살아나는가, 이 법이 환자와 의료진의 권익을 보호하는가, 이것이 정부와 복지부가 말하는 응급의료 개혁인가를 다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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