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코로나19 손실보상 '허가병상' 아닌 '확보병상'이 기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병상을 확보하고 환자 치료에 나섰던 거점전담병원의 손실보상금을 사후 정산하면서, 보건복지부가 기존 확보병상이 아닌 허가병상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7부는 최근 인천광역시 OO구에 있는 A 병원을 운영하는 B 의료법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코로나19 대응 의료기관 손실보상 정산 결정 통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손실보상 정산 결정 통지 처분을 전부 취소하고, 소송비용 역시 전액 부담하라고 주문했다.
사건은 202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A 병원은 2021년 11월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지정된 후, 확진자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해 12월 거점전담병원으로 변경 지정됐다. 당시 정부는 병상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병상 간 이격거리 한시적 완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병상을 비워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은 미사용병상 손실보상금으로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A 병원은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로부터 승인을 받아 총 378개(중증 54개, 준중증 210개, 중등도 114개) 병상을 운영했다.
보건복지부는 팬데믹 기간 중 개산급(어림셈으로 지급하는 보상금) 형태로 A 병원에 총 807억 5286만원을 지급했으며, 2024년 12월 31일 최종 정산을 거쳐 1억 611만원을 추가 지급한다는 정산결정(총 손실보상 확정액 808억 5897만 원)을 통지했다.
그러나 A 병원이 정산결정 내역을 세부 검토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2022년 7월분 미사용병상 손실보상금을 확보병상이 아닌 허가병상을 기준으로 변경산정, 약 32억 7227만원을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 B 의료법인은 2025년 1월 누락한 손실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며 이의신청을 했으나 거부하자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고시도 없이 확보병상이 아닌 허가병상 일방적 기준 변경
재판부는 감염병예방법 시행령에 손실보상 세부사항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도록 위임했음에도 고시를 제정공포하지 않은 채 내부 업무지침(코로나19 손실보상 업무안내)만을 마련해 운용한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감염병 대응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입은 특별한 희생을 보상하는 제도는 객관적이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보건복지부가 손실보상 산정기준을 변경하여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려면 변경 기준과 적용 시기가 객관적으로 명확해야 하고, 합리적인 절차와 근거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21년 11월 25일과 2022년 4월 6일 발송한 공문으로 코로나19 전담치료병상 운영기준 한시 완화 조치 종료와 병상 조정 필요성을 사전에 안내했으므로 2022년 7월부터 허가병상을 초과하는 병상은 원칙적으로 보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재판부는 11월 25일자 공문은 코로나19 치료를 위하여 한시적으로 추가 확보한 병상을 계속 유지하려는 경우에는 의료법상 시설기준 등을 갖추고 병상증설신고 등 필요한 절차를 이행하여야 한다는 점을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위 공문에는 한시적 조치가 언제 종료되는지, 종료와 동시에 허가병상을 초과하는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금이 당연히 배제되는지, 나아가 미사용병상 손실보상 산정기준이 확보병상에서 허가병상으로 변경된다는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4월 6일자 공문 역시 제목과 내용에 비추어 병상 간 이격거리 완화 운영기준의 종료를 안내한 것일 뿐, 거점전담병원 운영에 관한 한시적 조치 전체의 종료를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허가병상을 초과하는 병상에 대한 미사용병상 손실보상금의 기준을 변경한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지도 않다면서 오히려 위 공문에서는 병상조정 변경신청 등 후속절차의 필요성을 안내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보건복지부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2022년 7월 6일 보건복지부와 거점전담병원 관계자 간 회의 당시 보건복지부 내부(보상지원팀병상팀)에서도 적용 시기와 인정 범위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고, 개별 병원과의 조정 절차가 진행 중이었다면서 보건복지부 스스로도 개별 조정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인식했고, 2022년 7월부터 허가병상 기준으로 변경해 적용할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2022년 7월분 미사용병상 손실보상금을 허가병상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은 위법하므로, 피고가 원고에게 한 이 사건 처분 중 미사용병상 손실보상금에 관한 부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면서 다만 제출된 자료들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 중 적법한 부분과 위법한 부분의 금액을 정확히 특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결했다.
산정기준 일방적 변경해 손실보상금 삭감 토사구팽 비판
의료계는 국가적 위기 상황인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민간 의료기관은 정부의 긴급한 요청을 믿고, 일반 환자 진료 차질과 경영상 손실 감수하며 병상을 제공했다. 의료진은 누적된 피로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방역과 환자 진료에 매진했다면서 덕분에 챌린지라며 존경과 감사를 전하던 보건복지부가 손실보상 사후 정산 시점에 이르러 삭감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은 토사구팽이라고 비판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시에는 의료기관의 희생을 강요하고, 정산할 때는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산정기준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손실보상금을 삭감한 위법한 행정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법리적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1심 판결에 불복,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계는 국가 방역에 앞장섰던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법적 소모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일방적이고 위법한 정산 거부와 감액 처분을 전면 재검토하고, 정당하게 피해보상을 재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비대면진료' 시행령 입법예고…비상상황·집단 휴폐업 때 기준 완화
- 의료인 면허취소·자격정지 행정소송 6건 중 1건 정부 패소
- 법원, "부당청구액 특정 못했다면 환수처분할 수 없어"
- 의대 국비 장학생 4명 중 1명 중도 포기...지역의사제는?
- 펙수클루, 인도네시아 출시…해외 영토 확장 가속
- 의협 한특위 "한의협의 대량 사전조제 합법 주장 강력 규탄"
- "시장에 맡겨진 의사 공급, 필요한 곳보다 선택받는 곳으로"
- 대웅제약-서울시 맞손, '혈당캐치 9988' 시민 건강증진 지원
- 응급실 수용곤란 '인력 부족' 응답 건수 지난해 전체 건수 추월
- ‘자큐보’ 주사제 中서 3상 첫 환자 투여…100만달러 마일스톤 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