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순이익 600만원인데 과징금 5억9천만원 "재량권 남용" 판결
한해 순이익이 600만원에 불과한 요양병원에 5억 9천만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법 시행령상 과징금 산정기준에 따라 병원의 연간 총수입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하더라도, 행정청은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불법이익, 형사처벌 여부, 의료기관의 재정 상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과징금 액수를 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최근 A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B 의료법인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OO구청장을 상대로 낸 5억 9322만원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2022년 6월 6일 A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C 환자가 사망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재중인 당직 의사 D씨는 간호사 E 씨에게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은 뒤 자신의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작성해 유족에게 발급하도록 했다.
이 사건으로 D씨는 간호사에게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A 의료법인은 소속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상 행위에 대한 양벌규정에 따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형사재판에서 D씨와 A 의료법인에 각각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D씨의 항소를 기각했으나, B 의료법인은 당직 수칙 등을 비치한 점을 참작해 벌금 100만원을 파기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관할 OO구청은 형사판결을 근거로 2024년 11월 15일 B 의료법인에 업무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B 의료법인은 행정처분이 과하다며 전라남도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위는 형사재판에서 선고유예 판결이 나왔고, 요양병원 업무 정지 시 입원 환자에게 미칠 악영향과 폐업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업무정지 2개월에 갈음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으로 변경했다.
OO구청은 2025년 4월 29일, 의료법 시행령 제43조 과징금 산정기준(별표 1의2)에 따라 A 요양병원의 연간 총수입액(90억 원 초과 100억 원 이하 구간)을 기준으로 1일당 과징금을 988만 7000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업무정지 기간인 60일(2개월)을 곱해 총 5억 9322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의료법 시행령은 과징금 산정 기준을 의료기관의 순이익이 아니라 연간 총수입액으로 하고 있다.
B 의료법인은 행정소송에서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했으므로 의료법 처분사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법률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최고한도액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기계적으로 부과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지법은 B 의료법인이 당직의가 무단으로 자리를 이탈해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한 업무처리 방법이나 대직 제도 등을 마련하지 않았고, 주의 및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의료법 위반 사실 자체는 명백하다며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과징금 부과처분에 관해서는 B 의료법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1년 3월 9일 선고 99두5207)를 들어 의료법 시행령 별표의 과징금 부과 기준은 법규명령이기는 하나,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의 원칙 등에 비추어 볼 때 같은 유형의 위반행위라 하더라도 규모나 기간, 사회적 비난 정도, 위반으로 얻은 이익, 행위자의 개인적 사정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정한 금액을 정해야 한다면서 시행령 별표가 정한 금액은 고정된 정액이 아니라 최고한도액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OO구청은 법리를 오해하여 과징금 부과 기준을 최고한도액이 아닌 정액으로 해석해 과징금을 결정했다면서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해 공익과 처분 상대방이 입게 될 불이익을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한 것은 그 자체로 재량권 불행사로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 위반의 구체적인 내용도 과징금 산정에서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의 의료법 위반은 사망진단 의료행위와 직접 진찰 또는 검안한 의사 등에게 제한된 진단서 작성 행위로, 질병이나 상해의 진단치료에 관한 일반적인 의료행위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환자는 혈압 측정이 불가능했고, 동공반사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가 이뤄진 경위와 그 행위로 초래될 위험성, 오류 발생 여부 등도 과징금 결정에서 고려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요양병원의 열악한 재정 상태도 과징금 산정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징금 산정 기준이 연간 총수입액을 바탕으로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A 요양병원의 실제 순이익은 2023년 약 350만원, 2024년 약 610만원에 불과하다면서 5억 9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폐업으로 직결될 수 있는 치명적인 처분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OO구청은 이와 같은 여러 구체적 사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아니하고 과징금액 산정에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재량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않았다면서 과징금 부과처분 전체를 취소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OO구청은 항소를 제기, 다시 한 번 광주고등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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