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부당청구액 특정 못했다면 환수처분할 수 없어"
항소심 법원이 부당청구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특정하지 않은 채 내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환수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1심 법원은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은 부정확한 수납대장만을 근거로 부당청구액을 산정했고, 부당청구와 정당청구를 구별해 특정하지 못했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수원시 OO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2019년 4월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합동 현지조사를 받았다. 합동 조사팀은 2015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36개월간의 진료분을 조사한 뒤, A씨가 실제 내원하지 않은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꾸며 총 5685만원(2115건)의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보건복지부는 2022년 5월 A씨에게 96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건보공단도 같은 해 7월 5685만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을 통보했다.
A씨는 실제 진료를 제공했으나 바쁜 업무로 전자차트 입력이 지연되거나 직원의 실수로 수납내역 기재를 누락오기했다며 건보공단을 상대로 환수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1심 재판부는 건보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현지확인 및 현지조사 과정에서 A씨가 법령 위반을 자인하는 확인서에 서명날인했고, 전자차트 및 수납대장 기록과 건보공단 청구 내역 사이에 불일치가 상당하며, 일부 전산자료가 수정삭제된 정황이 있다는 점을 들어 건보공단의 환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A씨가 제출한 카드 매출전표나 진료비 납입 확인서 등은 조사 종료 후 상당 시일이 지나 제출했거나 객관적 입증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척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 부당청구 명단(237건)을 토대로 카드 매출전표계좌이체현금영수증 발행 내역 등을 면밀히 재검토한 결과, 실제 진료가 이루어진 사실을 다수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A씨가 확인서에 B의 경우에는 추후 소명하겠다고 기재한 점을 볼 때 최초 청구내역 명단은 정확히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건보공단은 △수납대장에 접수내역이 없으나 청구된 건 △접수내역은 있으나 수납내역이 없는 건 △수납일과 진료일이 다른 건 △미수금 기재 건 등 2115건의 최종 부당청구 명단을 작성했다면서 환수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수납대장은 기재 누락이나 수납 처리 지연 등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건보공단이 개별 수진자를 대상으로 진료 여부나 세부 내역을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수납대장만을 기준으로 부당청구액을 일률 산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진료비 수납 시점(진료 후 1년 뒤 수납 기재 등)이나 현금영수증 일괄 발행 정황 등을 비추어 볼 때 일부 청구 내역에 부당청구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증명책임은 행정청에 있으므로, 정당한 청구와 부당한 청구를 구별하여 부당청구 금액을 명확히 특정해야 한다면서 건보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처분사유가 인정되는 부분과 인정되지 않는 부분을 구별해 특정할 수 없으므로, 결국 처분 전체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행정청이 제재적 처분을 내릴 때 대상자의 자백 성격인 확인서나 단순 서류상 불일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부 위법행위가 의심된다 하더라도 정당한 영역과 부당한 영역을 구분해 특정하지 못할 경우, 처분 일부만을 남겨둘 수 없고 전부를 취소해야 한다고 행정법상 특정의 원칙 법리를 제시했다.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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