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비만수술 '치료목적'이라면 보험금 지급해야
보험사가 약관상 비만 면책 조항 및 비치료 목적을 이유로 병적 비만 환자가 받은 위소매절제술(비만대사수술)에 대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뒤집은 이번 항소심 판결은 최근 전국 하급심 법원에서 잇따라 확정된 비만대사수술 보험금을 인정한 선행 판결은 물론 금융감독원 및 한국소비자원의 보험금 분쟁조정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험사의 일방적인 부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1-1민사부는 최근 원고 A씨가 B 손해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항소심(2025나12317)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2025가소297060)을 취소하고, 보험금 123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체질량지수(BMI) 35 상태에서 제2형 당뇨고혈압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고 2024년 12월 위소매절제술을 받았다. 이후 B 손해보험에 질병수술비(30만원)신질병 15종 수술비(200만원)112대 질병수술비I(1000만원) 등 총 1230만원을 청구했다.
B 손해보험은 약관상 비만(E66)은 면책 대상이고, 위소매절제술은 비만 치료만을 목적으로 할뿐 고혈압이나 간질환의 직접적인 치료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수술의 주된 목적이 비만 치료라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포괄적 수술비 특약의 비만 면책규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례(2025년 3월 13일 선고 2023다250746)를 인용해 2019년부터 BMI 35 이상이거나 합병증을 동반한 BMI 30 이상 환자의 비만대사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고 의료계에서도 대사질환 치료법으로 확립된 상황에서, 하나의 수술이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를 겸하는 비만대사수술까지 면책되는지는 계약 체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명시설명 의무 위반과 관련해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2001년 7월 27일 선고 99다55533)를 들어 보험자가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대해 설명의무를 다했다는 사실은 보험자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B사가 원고에게 이 사건 면책규정에 관한 설명의무를 이행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 해당 면책규정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12대 질병수술비 특약과 관련해 대법원의 암 치료 관련 판례(2010년 9월 30일 선고 2010다40543) 법리를 들면서 질병의 직접 치료를 위한 수술은 질병의 제거뿐만 아니라 중대한 병적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한 수술을 포함한다면서 비만대사수술은 영양분 흡수를 제한해 고혈압간질환 등 대사질환을 개선하는 수술이므로 대사질환 치료의 직접적인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약관상 보장 대상 수술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등으로부터 안전성과 치료효과를 인정받은 최신 수술기법이 포함된다는 점, 질병관리청 및 학회의 임상진료지침에서 비만대사수술을 고혈압지방간의 치료법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또한 비만으로 발생한 합병증 치료 목적 수술을 배제하려 했다면 약관에 명시했어야 하며, 불분명한 약관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에 따라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해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행 판결 특정 대사질환 호전 목적이라면 보험금 전액 지급해야
이번 항소심 판단은 앞서 확정된 하급심 판결과 맥을 같이한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2024가단62330)은 C 보험이 D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C 보험은 D씨에게 특정질병 담보에 따른 보험금 36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C 보험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026년 4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2024가단5161808) 역시 2026년 1월, 가입자 4명이 E 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보험 가입자 F씨에게 3300만원, G씨에게 1600만원, H씨에게 1020만원, I씨에게 750만원 등 총 6620만원의 특정질병 수술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E 보험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2026년 2월 확정됐다.
이들 선행 판결의 공통점은 보험 약관을 포괄적 질병 담보 특약과 특정질병 담보 특약으로 구분해 접근했다는 점이다. 법원은 포괄적 질병 담보 특약(일반 질병수술비, 15종 수술비 등)은 약관에 비만(E66) 면책이 명시되어 있다면 해당 특약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당뇨고혈압간질환 등 담보 대상 질병을 명확히 규정한 특정질병 담보 특약(120대/123대/71대 질병수술비, 당뇨고혈압수술비 등)은 판단을 달리했다. 특정질병 특약에는 대부분 비만 면책 조항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들어 비만대사수술이 당뇨고혈압간질환 등 특정 대사질환의 호전을 목적으로 시행했다면 이는 직접 치료 목적의 수술에 해당하므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보험사들은 1회의 수술로 여러 특정질병 보험금을 중복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약관에 1회 수술시 1개 질병수술비만 지급한다는 제한 조항이 없다면 불명확한 약관을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며 보험 가입자가 청구한 각 특정질병 수술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금감원한국소비자원 비만대사수술, 대사질환 치료 목적 인정
사법부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및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기구에서도 비만대사수술의 대사질환 치료 목적을 인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상반기 보험분쟁조정 동향을 통해 당뇨병 진단 후 BMI 39kg/㎡ 상태에서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신청인이 질병후유장애 및 질병수술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를 소개했다.
보험회사는 질병후유장애만을 인정해 보험금 900만원을 지급했으나, 질병수술 보험금 1050만원은 당뇨병 치료가 아닌 비만 치료 목적의 수술로 판단된다며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분쟁조정기구는 수술 전후로 당화혈색소가 6.9%에서 5.3%, BMI수치가 39kg/㎡에서 32.2kg/㎡로 개선된 사실이 확인돼 당뇨 치료의 효과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며,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에 비만수술의 경우라도 일정 조건을 모두 만족한 경우(BMI가 35kg/㎡ 이상이거나 BMI 30kg/㎡ 이상이면서 고혈압제2형 당뇨 등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 등) 급여로 인정받을 수 있으므로, 신청인의 수술이 단순 미용 목적의 치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술기록지상에 수술 전후 진단명이 모두 병적 비만으로만 기재돼 있고, 의료진 간에 직접적 작용과 간접적 효과에 관한 견해차가 있는 점을 고려해 보험사가 질병수술보험금의 50%인 525만원을 지급하도록 조정결정했다.
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보험사가 약관의 비만 면책조항만을 내세워 대사질환 치료 목적의 수술비 지급을 일방적으로 거절해 온 관행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며 향후 유사한 보험금 부지급 분쟁에서 가입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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