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후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해보세요

닥플 플러스

"시장에 맡겨진 의사 공급, 필요한 곳보다 선택받는 곳으로"

이영재 기자2026.09.23 10:51
2024년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한국 의료인력 시장에 일종의 ‘공급 충격’을 일으킨 가운데,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비수련기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해야 할 농촌 지역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정책 논리와 달리, 별도의 유인책과 구조개혁 없이 공급만 확대할 경우 의사 인력은 수요와 수익성이 높은 지역·분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2024년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한국 의료인력 시장에 일종의 공급 충격을 일으킨 가운데,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비수련기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해야 할 농촌 지역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정책 논리와 달리, 별도의 유인책과 구조개혁 없이 공급만 확대할 경우 의사 인력은 수요와 수익성이 높은 지역분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의료인력 정책의 성패는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늘어난 의사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관에서, 어떤 진료를 하도록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2024년 2월 시작된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가 한국 의료인력 시장에 일종의 공급 충격을 일으킨 가운데, 이탈한 전공의 상당수가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비수련기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료인력 부족을 해소해야 할 농촌 지역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의사 수를 늘리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정책 논리와 달리, 별도의 유인책과 구조개혁 없이 공급만 확대할 경우 의사 인력은 수요와 수익성이 높은 지역분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상규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바이오헬스산업학과), 박준영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이사(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최근 2024~2025년 의료위기 기간 한국 일반의 분포 변화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하는 의료기관 정보 자료를 활용해 2022년 12월2026년 3월 총 8개 시점의 의료인력 변화를 분석했다. 연구 대상은 수련병원과 비수련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공의 및 일반의였으며, 지역별도시, 농촌별의원 대표 진료과목별 분포도 함께 살폈다.

이번 연구에서 일반의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았고, 현재 전문의 수련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는 의사로 정의했다. 전공의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합산했다. 수련병원은 2023년 12월 기준 전공의가 1명 이상 근무하는, 전문의 수련이 가능한 병원으로 정했다.

분석 결과, 2023년 12월 1만 3001명이던 수련병원 전공의는 2024년 12월 1208명으로 급감했다. 1년 사이 1만 1793명이 줄어든 것으로, 감소율은 90.7%에 달했다.

전공의 수는 이후 조금씩 회복됐다. 2025년 6월에는 2274명으로 늘었고, 2026년 3월에는 1만1520명까지 증가해 기준 시점의 88.6%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연구 기간 마지막 시점까지도 사태 이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전공의가 빠져나간 시기 비수련기관에 근무하는 일반의 수는 크게 늘었다.

2023년 12월 5557명이던 비수련기관 일반의는 2024년 12월 9157명으로 증가했다. 증가 인원은 3600명, 증가율은 64.8%였다.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난 곳은 의원이었다. 의원 근무 일반의는 같은 기간 3915명에서 6436명으로 2521명 늘었다. 증가율은 64.4%였다. 2025년 6월에는 7098명까지 증가해 위기 기간 중 정점을 기록했다.

비수련 종합병원, 병원, 장기요양병원에서도 일반의가 늘었다. 이들 기관에서 기준 시점 대비 일반의 수가 24배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수련병원 자체에서도 일반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수련병원 근무 일반의는 2023년 12월 215명에서 2024년 12월 497명으로 늘었다. 일부 사직 전공의가 기존 수련병원에 일반의 자격으로 재고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 분석에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수도권 수련병원 전공의는 2023년 12월 8372명에서 2024년 12월 788명으로 감소했다. 감소 인원은 7584명으로, 전국 전공의 감소분의 64.3%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비수련기관에서 근무하는 일반의는 2577명에서 4720명으로 증가했다. 2143명이 늘어 전국 비수련기관 일반의 증가분의 59.5%가 수도권에 집중됐다.

비수도권에서도 같은 방향의 변화는 관찰됐다. 충청호남영남강원제주 지역 모두 수련병원 전공의는 감소하고 비수련기관 일반의는 증가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규모는 수도권과 비교해 훨씬 작았다.

인구 규모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2023년 12월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일반의 증가 폭을 인구 10만 명당으로 환산한 결과에서도 수도권이 가장 높았다.

수도권은 인구 10만 명당 8.24명 증가했다. 제주가 6.27명으로 뒤를 이었고, 영남 5.89명, 호남 5.84명, 충청 5.78명, 강원 3.25명 순이었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더욱 극명했다.

연구팀은 행정구역 명칭이 시 또는 구로 끝나는 지역을 도시, 군으로 끝나는 지역을 농촌으로 분류했다.

농촌 수련병원 전공의는 2023년 12월 96명에서 2024년 12월 17명으로 줄었다. 절대 인원이 적은 만큼 감소 규모도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농촌 비수련기관의 일반의는 842명에서 887명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 폭은 45명에 불과했다. 전공의가 대거 빠져나간 동시에 일반의가 비수련기관으로 이동한 도시 지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인구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이번 인력 재배치는 거의 전적으로 도시와 수도권에서 발생했다는 평가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는 사직 전공의 또는 일반의가 의미 있게 유입되지 않았다.

이는 의사 공급 확대만으로는 지역별 의료인력 불균형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사가 실제로 근무할 지역을 결정하는 데에는 인구 수 외에도 의료기관의 규모와 수익성, 생활 여건, 교육주거 환경, 전문의 진료 수요, 당직과 응급의료 부담 등이 영향을 미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대표 진료과목별 분석에서는 특정 분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2023년 12월과 2024년 12월을 비교했을 때 일반의 증가 폭이 가장 큰 분야는 피부과였다. 피부과를 진료하는 일반의는 480명 늘었다. 비전문의 다과목 의원은 432명, 내과 의원 393명, 정형외과 228명, 가정의학과 140명, 성형외과 122명, 이비인후과 111명 순이었다.

이 밖에도 마취통증의학과, 안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일반의가 증가했다.

2025년 6월 위기 정점에서는 피부과 일반의 증가 폭이 기준 시점 대비 714명까지 확대됐다. 정형외과는 279명, 비전문의 다과목 의원은 673명, 내과 343명, 가정의학과 236명, 성형외과 155명 증가했다.

일차의료 영역뿐 아니라 미용비급여 진료와 연관된 분야에도 상당한 인력이 유입됐다.

내과와 가정의학과처럼 비교적 폭넓은 외래 진료를 담당하는 분야가 일정 부분 사직 전공의를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동시에 피부과와 성형외과 등 미용미적 수요와 연관된 분야에서도 증가 폭이 컸다.

다만 의원의 대표 진료과목이 실제 의사의 전문적 진료 범위와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번 결과를 피부과 전문의나 성형외과 전문의의 증가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연구 대상은 전문의가 아니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이며, 해당 의원의 기관 신고 과목을 기준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줄어든 전공의 수와 늘어난 일반의 수 사이에 나타난 큰 격차의 함의다.

2023년 12월2024년 12월 수련병원 전공의는 1만1793명 감소했다. 반면 비수련기관 일반의는 3600명 증가했다.

비수련기관에서 확인된 일반의 증가분은 전공의 감소분의 약 31%에 해당한다. 약 8200명, 전체 감소분의 69%는 심평원 자료에 포함된 의료시장 내 기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는 이번 연구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가능한 경로로는 수련병원에서의 장기 무급 휴직, 임상 진료 중단, 공중보건의사 또는 대체 복무, 연구비임상 직무 전환, 해외 체류, 수련 복귀를 앞둔 일시적인 노동시장 이탈 등이 제시됐다.

사직 전공의가 모두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반의로 근무했을 것이라는 전제는 성립하지 않는다. 의료기관에 등록된 의사 수가 줄었다고 해서 면허를 가진 의사가 의료 현장을 완전히 떠났다고 볼 수도 없다.

반대로 비수련기관에서 증가한 일반의가 모두 사직 전공의였다고 확정하기도 어렵다. 다른 경로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의사나 기존 일반의의 기관 이동, 의료기관별 인력 재편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

개별 의사의 면허고용수련 자료를 연결한 후속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인력 이동의 실제 규모와 목적지를 파악하려면 기관 단위 집계자료를 넘어 개인 단위 자료가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의료위기 기간 전공의 이탈이 의료기관과 지역, 진료과목별 의사 분포에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기술적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인과관계를 검증한 연구는 아니라고 분명히 짚었다. 사직 전공의가 일반의 증가를 직접 초래했다고 통계적으로 입증한 게 아니라, 시기와 규모가 맞물린 변화를 관찰해 관련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의미다.

자료의 한계도 적지 않다. 심평원 자료는 건강보험 청구가 가능한 의료기관 중심으로 구성돼 군교정시설 등 일부 의료기관은 포함하지 않는다. 기관별 전문과목 신고 정보가 실제 진료 내용이나 의사의 업무 범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2023년 12월이라는 단일 시점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에 계절적 변동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비수련 종합병원이나 병원에서 확인된 일반의 증가가 사직 전공의의 이동이 아니라 상급종합병원에서 유입된 환자 수요에 대응한 별도의 인력 충원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 결과가 주는 정책적 메시지는 분명하다.

의사 인력의 총량을 늘리는 정책만으로는 지역과 전문과목의 불균형을 자동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실제로 공급이 확대됐던 시점에 의사 인력은 농촌이나 필수의료 분야보다 수도권 도시의 의원, 피부과성형외과 등 상대적으로 진입과 수익성이 높은 영역에 더 많이 유입됐다.

지역의료를 강화하려면 의사 수 자체의 확대와 함께 지역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보상체계, 의료기관의 고용 여력, 주거교육 등 생활 기반, 응급당직 부담에 대한 지원, 전문의와 일반의 간 역할 분담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의원급 비급여 시장으로의 쏠림을 막고 필수의료 분야에 인력을 배치하려면 진료과목별 수가와 보상, 의료사고 부담, 근무시간과 수련환경, 지역의료기관의 재정 기반을 동시에 손봐야 한다.

연구팀은 2024~2025년 의료위기를 의사 노동시장에 관한 드문 자연실험으로 평가했다.

짧은 기간에 대규모 젊은 의사가 기존 수련체계에서 이탈하면서, 의료기관 유형과 지역, 진료 분야별로 인력 공급이 비균등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자료를 환자 진료자료, 지역주민 건강조사, 의료기관 재무자료와 연계하면 의사 공급 변화가 의료 이용과 환자 결과에 미친 영향을 분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충족 의료와 진료 연속성, 취약지역 의료 접근성, 병원 수익과 진료 구성, 일반의와 전문의의 업무 대체 가능성, 의원 개설과 진료과목 선택, 비급여 서비스 가격 등이 후속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의사 인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의사 인력이 이동할 수 있는 시장이 열렸을 때 어디로 향했는지, 그리고 그 이동이 어떤 지역과 분야를 비켜갔는지를 보여줬다.

전공의 1만여 명이 수련병원에서 빠져나간 뒤 확인된 일반의 증가는 3600명에 그쳤다. 확인된 인력의 상당수는 수도권과 도시 지역의 의원으로 이동했고, 피부과와 비전문의 다과목 의원, 내과 등에 집중됐다. 농촌 지역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의료인력 정책의 성패는 의사 수를 얼마나 늘리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늘어난 의사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관에서, 어떤 진료를 하도록 만들 것인지가 핵심이다.

이번 분석은 단순하지만 무거운 숙제를 품고 있다.

시장에 맡겨진 의사 공급은 필요한 곳보다 선택받는 곳으로 먼저 움직였다.

댓글 0

    많이 본 뉴스

    • (주)이노케어플러스대표자: 진현준
    • 서울특별시 마포구 백범로31길 21, 서울창업허브 본관 415호사업자 등록번호: 748-87-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