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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한의사 정맥 약침, 면허 외 의료행위" 유죄
한의사가 환자의 정맥에 약물을 주입하는 행위(혈맥약침술)는 의료법을 포함한 법 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할 수 없는 면허 외 의료행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최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의사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구시 수성구 B빌딩에 있는 C한방병원 봉직의사로 근무한 A한의사는 2023년 11월 27일경 환자 D씨에게 정맥혈관에 주사를 넣기 위해 미리 설치되어 있던 해파린캡에 주사기를 사용해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의 정맥주사를 총 2회에 걸쳐 시술했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제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A씨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나 정맥주사를 시행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A한의사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혈맥약침술을 시술한 것으로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대한한의사협회가 한방 의료행위로 공식 인정하는 약침 시술을 시행한 것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의 고의가 없었고, 시술 경위에 비추어 정당한 사유가 있는 법률의 착오에 해당해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면허를 받아 각자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입법 목적을 강조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정맥에 약물을 주입하는 정맥주사를 의사가 시술하여야 하는 전형적인 의료행위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사실조회 답변 결과를 인용하며 약침요법은 한의학 고유의 침구이론인 경락학설을 근거로 하여 한약에서 추출한 약침액을 압통점, 경락, 경혈점 등에 주입하여 침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방 의료행위인데, 한방 원리에 의하지 않고 정맥에 주사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정맥혈관 내 주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주사용 바늘을 정맥에 꽂아 통로를 확보하여 약물을 주입하는 정맥주사는 의사가 시술하여야 하는 전형적인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번 사건에서 피고인 A씨가 환자에게 시술한 행위는 다량의 약침액을 정맥에 주사로 주입한 시술로서, 이는 한의학적 침술이 아닌 오로지 약물에 의한 효과만을 시도한 것이므로 한의학의 기본 원리에서 명백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행한 치료는 그 방법 자체가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을 포함한 법 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면서 피고인도 시술 과정에서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므로 법률의 착오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나아가 이 사건 약침액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았다거나 별도로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됐다는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앞서 선고한 행정 사건 판결(대법원 2019년 6월 27일 선고 2016두34585)과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 판결(2020년 2월 6일 선고 2019누48747)에서 혈맥약침술이 기존 약침술과 시술 목적부위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별도의 의료기술이라고 판단한 법리를 배경으로, 정맥에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의 혈맥약침술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났는지를 형사법적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시 대법원(2016두34585 판결)은 전통 약침술은 혈관을 피해서 경혈에 0.1수ml의 소량을 주입하는 침구치료인 반면, 혈맥약침술은 상박을 압박해 정맥에 2060ml의 다량을 주입하는 시술로서 양자는 시술 부위와 방법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다며 혈맥약침이 기존 약침술과 동일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기존 의료기술에서 벗어나며 아직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에 대하여는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어야 한다면서 혈맥약침술은 기존에 허용된 의료기술인 약침술과 비교할 때 시술의 목적, 부위, 방법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 변경의 정도가 경미하지 않으므로 서로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가 수진자들로부터 비급여 항목으로 혈맥약침술 비용을 지급받으려면 신의료기술평가 절차를 통해 안전성유효성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고등법원(2019누48747 판결)은 약물인 혈맥약침액을 혈맥에 주입하는 시술인 혈맥약침술에 관한 신의료기술평가 절차가 선행하지 않은 이상 혈맥약침술에 의해 인체에 주입되어 작용하는 혈맥약침액의 안전성유효성 또한 인정받았다고 할 수 없다. 결국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되는 것은 혈맥약침액과 분리된 혈맥약침술 시술 행위만이 아니라, 혈맥약침술 시술 행위에 의해 인체 내로 주입되는 혈맥약침액의 안전성유효성까지 포함되는 것이라며 혈맥약침술에 대한 신의료기수평가가 선행되지 않았다면, 혈맥약침액의 안전성유효성 역시 인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여기에 더해 한의사의 정맥주사 행위 자체가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약침술이 아니며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동일한 성분이라도 피하근육경혈 등에 주입하는 경우와 혈액순환계로 직접 들어가는 정맥 내 투여는 약동학적 특성과 안전성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정맥에 직접 투여하는 새로운 의료기술이라면 해당 약침액의 성분뿐 아니라 정맥 투여의 용량농도속도무균성 및 임상적 안전성유효성에 관한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상시험이나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은 약침술과 약침액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약침술은 2007년 4월 28일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시행 당시 의료법 부칙 제14조에 따라 기존에 널리 적용시행된 의료기술로 인정됐다. 기존 의료기술은 이미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것으로 보아 새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도록 했다.
이재만 정책이사는 약침술이 기존 기술로 인정돼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지 않았고, 약침술에 사용하는 약침액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지 않은 채 사용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권건강권보건에 관한 보호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주사기를 통해 체내에 약물을 주사하는 약침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만 정책이사는 약침용 약물의 사전 조제대량 생산과 한약재 안전성품질 문제, 무자격자 불법 조제 등 각종 문제가 복합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원외탕전실 한약 조제 및 관리 체계 부실 문제 역시 심각하다면서 정부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못한 약물이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며, 위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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