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응급실 생지옥 될 수도" 미수용 방지법 속도전에 의료계 우려
민생법안으로 분류돼 급물살을 타고 있는 응급의료법 개정안, 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 통과 속도감에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 조항은 반길 일이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보다 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119구급대가 응급환자 이송 과정에서 병원에 환자 수용 가능을 확인토록 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단 3개월만 시행한 시범사업의 결과가 법안에 반영됐다는 점이다.
응급의료법은 지난 15일 후반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대상에 올라 17일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통과했다. 여야가 해당 법안을 민생법안으로 분류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8명의 의원이 응급의료체계를 개편하고, 의료진 형사처벌을 완화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법을 대표발의했고,보건복지부는 지난 8개의 법안과 3~5월 광주전북전남에서 실시한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 대안을 만들었다.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논의한 결과 보건복지위원장 대안으로 상임위까지 통과했다. 이제 해당 법안 심사의 남은 단계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다.
상임위를 통과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지자체가 사정에 맞게 지역이송체계를 수립해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중증응급환자 이송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으면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환자 수용병원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할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광역응급의료상활실을 설치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중증응급환자 이송 의료기관 선정 및 응급환자의 다른 의료기관 이송 등을 총괄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도 응급의료 종사자가 제공한 응급의료 때문에 환자가 사상에 이르렀을 때 형사처벌 감면을 할 수 있다에서 한다로 바꾸고, 이송병원이 정해지지 않은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된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적 면제 규정을 신설했다.
의료계는 법안 처리의 속도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48조의2 수용등력 확인 등 조항의 삭제다. 현재 응급의료법 48조의2 에 따르면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119구급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송하려는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고 응급환자 상태와 이송 중 응급처치 내용 등을 미리 통보해야 한다.
그 자리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인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조항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지자체는 지역이송체계를 만들 때, 응급환자 중증도별 의료기관 지정 방식을 적용케 해서 119구급대119구급상황관리센터나 광역응급의료상활실이 이송 병원을 선정할 수 있게 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보건복지부 소관, 119구급상황센터는 소방청 소관인데 지역마다 소통이 원활한 조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컨트롤 타워를 이원화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응급의학회 제도 안정화 전 법제화, 현장 혼란 야기할 것
대한응급의학회는 119구급대의 수용능력 확인 조항을 삭제한 채로 이송체계를 구축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데 반대입장을 표시하며 지난 16일 국회에 긴급 의견서를 제출했다. 응급의학회는 119구급대의 수용능력을 확인하는 조항을 일단 남기고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신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응급의학회는 특정 지역에서 비교적 단기간 시행한 시범사업 결과만 갖고 전국적으로 안정화되기 전에 이를 법제화하면 현장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며 응급의료 현장의 혼란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응급환자 이송이 현실에서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 정보 현행화, 신뢰성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 공유 중인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종합상황판 정보만으로는 응급환자 이송 및 병원 간 전원을 하기에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119구급대의 수용능력 확인 조항 삭제의 현실적 대안이 확실하게 구축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용능력 확인 조항이 없어지면 119구급대를 포함한 구급차 운용자는 사전 연락 없이 응급의료기관을 선정하고, 응급환자를 이송하게 돼 환자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이며 숙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법안 개정 방향을 접하고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병원 이송 과정에서 성숙해져야 하는 일이 많다. 구급대가 수용 확인 조항 삭제됐다며 밀고 들어오면 할 말이 없어진다. 그러면 응급실은 생지옥이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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