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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플 플러스

국가암검진에 남성암은 없다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2026.09.16 09:23
ⓒ의협신문
조원영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국가암검진 항목을 하나씩 짚어보면 묘한 사실 하나가 드러난다.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그리고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여섯 개 항목 가운데 여성에게만 생기는 암이 둘이다. 남성에게만 생기는 암은 하나도 없다. 유방암과 자궁경부암 검진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두 검진은 수많은 여성의 생명을 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문제는 그 반대편이 비어 있다는 데 있다.

그 빈자리에 들어가야 할 암이 무엇인지는 이미 통계가 답하고 있다. 전립선암이다.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올해 발표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립선암 신규 환자는 2만 4000명에 육박한다. 10년 전의 두 배가 넘는다. 전체 남성암의 15%를 차지해 폐암과 위암을 제치고 남성암 발생 1위에 올랐다. 발생 1위 암이 국가검진 체계 바깥에 있는 경우는 전립선암이 유일하다.

더 뼈아픈 것은 진단 시점이다.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전립선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진행된 고위험 단계에서 진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SA 선별검사가 정착한 서구에서는 저위험 단계 진단 비율이 늘어나는데, 우리는 거꾸로 간다. 농어촌 환자의 고위험 진단 비율은 도시보다 뚜렷이 높다. 검진이 개인의 선택과 지갑에 맡겨진 결과, 정보와 접근성을 가진 사람만 조기에 발견하고 나머지는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구조가 굳어진 것이다.

국가검진은 바로 이런 격차를 메우라고 존재하는 제도다. 물론 반론이 있다는 것을 안다. PSA 검사는 과잉진단 논란 때문에 국가암검진 심의 문턱을 여러 차례 넘지 못했다. 진행이 느린 잠재암까지 찾아내 불필요한 조직검사와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었고, 한때는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이 논쟁의 지형은 이미 달라졌다. 유럽의 대규모 장기추적 연구에서 PSA 기반 검진이 전이성 전립선암과 사망률을 유의하게 줄인다는 결과가 축적됐고, 미국도 권고 등급을 되돌렸다. 무엇보다 과잉진단은 서구처럼 검진이 포화한 사회의 고민이다. 환자 절반이 고위험 단계에서 발견되는 나라가 과잉진단을 걱정하는 것은, 물에 빠진 사람 앞에서 과음을 염려하는 격이다.

생존율이 높으니 검진이 급하지 않다는 논리도 성립하지 않는다. 전립선암의 5년 생존율은 96.4%로 유방암(94.3%)보다 높지만, 그렇다고 유방암 검진 무용론을 말하는 사람은 없다. 위암과 대장암을 국가 검진에 넣을 때의 논리를 떠올려 보면 답은 더 분명해진다. 조기위암과 조기대장암은 내시경으로 잘라내면 사실상 완치되지만, 전이된 뒤에는 생존율이 급락한다. 병기를 앞당겨 완치 가능한 단계에서 잡아내는 것, 그것이 검진의 존재 이유다.

전립선암이라고 다를 게 없다. 국한 단계에서 발견하면 생존율이 100%에 가깝고, 전이되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다. 96%라는 평균 생존율은 검진이 불필요하다는 근거가 아니라, 일찍 잡으면 거의 다 살릴 수 있다는 근거다. 문제는 우리 환자 절반이 그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늦은 진단의 대가는 생존율 숫자만으로 다 담기지 않는다. 전이된 뒤 발견된 환자는 호르몬 박탈요법으로 치료를 시작해, 약이 듣지 않는 거세저항성 단계로 넘어가고, 골전이 통증과 병적 골절을 견디며 회당 수천만원 에 이르는 치료로 내몰린다. 삶의 질이라는 말이 무색한 경로다. 반면 조기에 발견된 저위험 전립선암은 이제 곧바로 수술대에 오르지 않는다. 적극적 감시라는 이름으로 치료를 미루고 지켜보는 것이 국제 표준이 됐다. 일찍 발견할수록 오히려 칼을 덜 대는 역설이 성립하는 것이다.

혹자는 갑상선암 과잉진단 사태를 떠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그 교훈을 몰라서 하는 주장이 아니라, 그 교훈 위에서 하는 주장이다. 갑상선 초음파 검진은 사망률 감소 근거가 없었고 발견 즉시 수술이 관행이던 시절의 일이다. PSA는 사망률 감소 근거를 갖춘 검사이고, MRI 선별과 적극적 감시라는 안전장치가 이미 갖춰져 있다.

도입 방식도 얼마든지 정교하게 설계할 수 있다. 전 연령 전면 도입이 아니라 발생률이 급증하는 50대 중반 이후로 대상을 한정하고, 검진 주기를 두고, PSA 수치 상승 시 곧바로 조직검사로 가는 대신 MRI로 한번 거르는 알고리즘을 넣으면 과잉진단 우려는 상당 부분 통제된다. PSA는 몇천원짜리 혈액검사다. 동네 의원에서 채혈 한 번이면 된다. 초음파 장비도, 내시경도 필요 없다. 재정 부담과 인프라 문제로 도입을 미룰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초고령사회에서 전립선암 부담은 앞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없다. 늦게 발견된 전이암 환자 한 명의 치료비와 삶의 붕괴를 생각하면, 조기검진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남성암 1위가 된 암을 국가검진 밖에 계속 세워두는 것은 제도의 태만이다. 이제 국가암검진의 일곱 번째 자리에 전립선암을 앉힐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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