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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 낙태약 '급여 적용' 검토…도입 근거 두고 여야 충돌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의 내년 1분기 국내 도입을 목표로 허가 절차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 급여화 여부에 대한 질의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절차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임신중지 의약품 도입과 관련한 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여야 의원들은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과 접근성, 건강보험 적용 여부, 의료진의 법적 보호 등을 놓고 질의를 이어갔는데, 법 개정에 앞선 의약품 허가 추진의 적법성을 두고는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날 현안보고에서 현대약품이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의 허가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 1분기까지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프지미소정은 미페프리스톤 투여 후 24~48시간 뒤 미소프로스톨을 순차 투여하는 패키지 제품이다.
식약처는 안전성유효성, 품질, 위해성관리계획, 제조품질관리기준 등을 심사하고 있으며, 현재 일부 자료에 대해 추가 심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유경 처장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안전성유효성품질위해성관리계획 등을 꼼꼼히 심사해 허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가 이후에도 시판 초기 부작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담은 안내자료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급여는 신청부터 직권등재 가능성에는 원론적 답변
이날 질의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는 건강보험 적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은 미프진이 해외에서 오랫동안 사용됐고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권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걸 비급여로 시작해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급여는 제약사가 먼저 급여 신청을 해야 급여 검토가 시작된다며 아직 제약사의 의향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허가 이후에는 우선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김 의원이 필수적인 의약품인 경우 보건복지부가 직권 등재를 하기도 한다며 제약사의 급여 신청을 유도하고 필요하면 직권등재도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정 장관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기준을 가지고 세부적인 검토와 의결 과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도 약제비뿐 아니라 임신 확인을 위한 검사와 복용 후 진료검사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임신 진단과 임신으로 생긴 문제에 대한 치료나 관리는 건강보험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될지는 살펴보고 급여 적용 부분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비급여로 도입될 경우 약값뿐 아니라 검사비와 사후 진료비까지 이용자가 부담하게 될 수 있다며 비용 부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전종덕 의원은 가격은 의료기관이 정하도록 돼 있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검사비까지 비급여가 되면 부담은 이용자가 가져가고 이용률이 떨어져 제도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급여 적용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임신중지 의약품의 처방 주체와 의료기관 접근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허가 이후 일정 기간 의료기관 내 투약을 원칙으로 하고, 약사법 고시를 통해 임신중지 의약품을 의약품 조제판매 제한의 예외 항목으로 두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남인순 의원은 산부인과 전문의로 처방자를 제한할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에서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전문과목보다는 역량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며 산부인과 전문의라고 해도 역량이 없다면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현행법상 처방을 제한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만큼 일본처럼 별도의 지정의사제를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현행법 안에서 수행 가능한 안전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법적 보호와 종교적윤리적 신념에 따른 처방 거부 문제도 질의됐다.
김윤 의원이 부작용 발생이나 보호자 동의가 없는 처방 등과 관련해 의료진의 법적 책임을 우려하자 정 장관은 허가된 의약품을 처방하는 행위 자체가 형법상 낙태죄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등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동일한 의료법상 책임 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또 산부인과 의사가 개인의 신념에 따라 처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응급의료 같은 경우가 아니라고 하면 본인의 판단에 따라 약을 처방할지 말지를 충분히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내용을 지침에도 담도록 하겠다고 했다.
법 개정 먼저 vs 법 테두리 안 허가 여야 정면충돌
여야 간 시각차가 가장 선명했던 부분은 미프진 도입 절차 자체였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형법상 낙태죄 관련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약품 허가를 먼저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의원은 국민의 기본권과 태아의 생명에 관한 사항은 반드시 법률로 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허가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도 국회입법조사처의 최근 검토 내용을 거론하며 낙태 관련 형법모자보건법 개정과 의약품 허가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희 의원은 절차가 있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느냐며 법을 먼저 고치고 모자보건법과 형법을 개정한 뒤 식약처와 복지부가 정책을 실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역시 오 처장이 2023년 식약처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프진 심사가 중단됐던 점을 언급하며 같은 법 체계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무엇이 달라진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의원은 과학적인 기준, 법의 기준, 전문성 기준으로 가야 하는 대표적인 곳이 식약처라며 절대로 정치적으로 흔들리면 안 된다. 미프진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약물 허가에 대해서는 모자보건법상 약물이 규정돼 있지 않더라도 약품을 허가할 수 있다는 약사법상 법률 해석을 한 것이라며 법을 초월한 결정은 아니고 법률 테두리 안에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 처장 역시 임신중지 의약품의 사용 주수와 관련해 업체가 제출한 임상자료를 근거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법적 공백을 조속히 해소하면서도 우선 의약품 도입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임신중지 의약품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입법 부작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신속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장관도 동의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미프진의 국내 허가를 둘러싼 임상시험 필요성도 공방 대상이 됐다.
조배숙 의원이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교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자 오 처장은 전문가 자문 결과를 근거로 필요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1988년부터 세계적으로 100개국 정도 사용됐고 일본아시아유럽미국 등 다양한 인종에서 사용됐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을 받았다며 특별히 한국에서 가교임상시험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그동안 사용 사례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가교임상시험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허가 시점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오 처장은 허가 일정은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면서도 최대한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허가가 이뤄지더라도 해외 제조소의 원료 확보, 한글 표시사항 마련, 출하검사 및 수입자 품질검사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해 실제 도입까지 시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미프진 도입 논란과 함께 최근 김승원 법무부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인해 불거진 제넨셀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자료 제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오 처장은 제넨셀 관련 자료 누락 문제에 대해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며 향후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와 관련한 정책적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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