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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12대 중과실, 법조계도 우려 "유례 찾기 어렵다"
정부가 내년 5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만들기에 한창이다. 의료계는 산적한 독소조항 중에서도 중대한 과실 의료행위를 12가지로 정하고 있는 데 대해 특히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법조계 역시 이례적인 입법례라며 고개를 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 국민의힘 이달희 의원과 16일 국회도서관에서 의료분쟁조정법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는 대한의사협회와 법무부,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공청회 현장에는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박균택 의원조인철 의원,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조배숙 의원이 직접 찾아 축사를 전했다.
정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의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다. ▲의료사고 설명의무 등에 관한 사항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책임보험 가입 의무 등에 관한 사항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하위법령에서 정해야 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내년 5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2대 중과실은 의료사고 판례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①, ② 의료행위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거나 설명과 다른 의료행위를 한 경우 ③ 사망이나 중대손상 등 예측 가능한 위험에 대한 필수 진단처치모니터링전원을 소홀히 한 경우 ④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⑤ 수술이나 시술 과정에 의료기구나 이물질이 체내에 잔존한 경우 ⑥ 의료행위를 지시한 후 감독하지 않는 경우 ⑦ 의학적 진료 지침을 현저히 벗어난 경우 ⑧ 1회용 의료기구를 재사용하거나 유통기간이 경과하거나 변질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⑨ 다른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하거나 약품의 종류, 용량, 경로 또는 시기를 잘못 사용한 경우 ⑩ 약제 투여 전 과민반응검사를 하지 아니한 경우 ⑪ 잘못 혈액을 수혈한 경우 ⑫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를 수술한 경우다.
12대 중과실 조항은 의료계뿐만 아니라 법조계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발제를 맡은 서종희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중과실을 법률로 정의하는 입법례는 이례적이고 12개에 열거되지 않은 행위 유형은 아무리 비난 가능성이 커도 중대한 과실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라며 중과실 범위가 넓고 예측하기 어려울수록 형사특례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지고 그 위험은 결국 개인 의사가 가입한 책임보험으로 떠넘겨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과실 판단은 법원의 동적, 개별적 판단에 맡겨야 하고 입법자가 정적 목록으로 선점해서는 안 된다라며 합리적 기준이 없고 행위불법과 결과불법이 혼재하고 있다고도 했다.
같은 열거 목록 안에서도 7~9호에만 사망 또는 중대한 신체 손상이라는 결과 요건을 부가한 이유가 조문에서 드러나지 않고 행위불법 중심의 개념과 결과불법 중심 요건이 호별로 뒤섞여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중대한 위험에 대해 설명동의를 받지 않으면 설명의무 범위와 충분성은 본질적으로 해석의 영역인데 이를 곧바로 중과실로 법정화하면 민사 손해배상 감경까지 어려워지는 파급효과를 낳는다라며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행위에서 현저히의 정도 판단은 결국 사후 감정 심의에 다시 맡겨진다고 비판했다.
형사특례 조항도 새로운 위험을 만들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형사특례를 위해서는 설명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을 이행해야 하는 전제가 있다. 그 판단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한다.
서 교수는 결국 형사특례는 혜택처럼 보이지만 조건을 달아 실질적으로는 줄인 것에 가깝다. 이 조건을 채우는 핵심 수단으로 법이 지목하는 게 바로 책임보험이라며 책임보험을 의무화한다는 것은 의사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전제를 법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과 같다. 개인 책임 프레임은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처리 방식만 개인의 배상책임에서 보험사의 지급으로 이전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황용남 수원고등법원 판사도 12대 중과실을 직접 정의하고 형사특례의 예외사유로 사용하고 있는데 국내외를 통틀어 유례를 찾기 어려운 형식으로 볼 수 있다라며 비교할 선례가 없어 해당 조항이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한 예측 기준이 따로 없다. 이런 불확실성은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서로 다른 방향에서 불만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에따라 개정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직후부터 12개 유형을 규정하는 문구 하나하나가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형사특례 조항 자체의 위헌성 논란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의료계도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 김택우 의협 회장은 12대 중과실 부분이 너무 모호하기 때문에 사법리스크를 줄여서 의료진이 안전한 환경에서 진료할 수 있는 법인가에 대한 마찰이 생기고 있다라며 12대 중과실 부분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출발했다면 이 제도가 정확하게 안착되려면 수용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은경 교수(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도 시스템이 적절히 작동했는지 살피지 않고 마지막에 환자를 진료한 의료인의 행위만 평가한다면 시스템의 실패가 개인의 중과실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배장환 좋은삼성병원 심혈관중재시술 연구소장은 개정안을 발의한 몇 명의 국회의원이 중대한 과실안을 전혀 조정하지 못하고 과실안을 모두 합해 놓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렇다면,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서 교수는 전체사회가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범위의 시행령을 열거와 포괄조항을 병행하고, 정기 재검토 조항을 신설해야 하며, 진료과목 간 형평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료과목, 행위 단위로 구체적으로 열거하되 이에 준하는 것으로서 심의위원회가 인정하는 행위와 같은 포괄조항을 병행해 경직성을 완화하는 식이다. 또 의료기술과 질병구조 변화를 반영하도록 최소 3년 주기 정기 재검토 개정 절차를 시행령에 명문화하는 제안도 더했다.
그는 심의위가 중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 예견가능성, 회피가능성, 긴박성, 의료환경, 환자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절차 규정에 명시해 빌부르크의 동적 시스템 관점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로 인한 손해가 책임보험 보장한도를 초과하면 국가가 재보험 또는 보충기금을 통해 그 초과분을 흡수하도록 설계하고, 보험자의 지급 거부 지연이 발생하는 경우 조정중재원이 우선 임시 지급 후 구상하는 절차를 시행령에 마련해 대불제 폐지로 생긴 공백을 부분 복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20명으로 구성될 심의위원회 내 의학전문가 비중을 상향하고, 최소 진료과목별 전문위원회 단위에서는 50% 이상을 상향하도록 분야별 전문위원회 운영 규정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이미 법이 만들어진 상황에서 시행령으로 조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는 비관도 있었다. 배장환 연구소장은 대한내과학회 기획이사로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을 만드는 데 관여하고 있다.
배 소장은 이번 법안처럼 악법이고 진료 의지를 꺾는 법안은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내과 전공의 지원자를 카운팅하고 있는데 내년 2월, 특히 지방병원 내과는 어마한 고통을 당할 위험이 높아졌다. 기피의 가장 큰 이유는 의료분쟁조정법이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무지성 입법에 가까운 조정법을 이미 만들어 두고 시행령으로 조정을 해보자는 것은 많고 복잡한 의료사건의 큰 바람을 현실적으로 잠재적 피의자나 피고가 되는 의료진에게 그물을 짜서 막아보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토로했다.
의료사건에서 환자에 대한 법적 안전망과 의료진에 대한 안전망 구축은 정부가 세밀한 계획을 세워야 할 사안이라며 제외국 의료사건에 대한 수사 원칙과 재판 원칙의 흐름을 행안부와 법무부에서 중점 사안으로 연구해 아예 새로운 원칙을 설립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위법령 주도 보건복지부 방향성은?
이형훈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공청회 현장을 찾아 이미 법은 만들어졌고, 하위법령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충분히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이 차관은 중과실 규정을 두고 여러 해석이 많지만 지금은 하위법령을 이야기해야 한다라며 개별사안을 어떻게 포섭하고 일반화 시키느냐를 고민하고 의견을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이 불가피한 의료사고에서 보호받을 수 있고 필수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관계 정부 부처를 비롯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만들어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법 시행에 따른 피해와 불합리한 적용을 줄이기 위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목록과 12대 중대한 과실 판단 지침 마련을 위한 정부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전문성, 책임보험 만능 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7일자로 발령받은 한영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도 법의 틀 아래서 제도를 운영해 가야하는 행정부 입장에서 법이 취지했던 목적들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법 시행까지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협의체 등에서 최대한 현장의 이견과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분의 하위 법령을 만들고자 준비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단지 책임보험 가입만으로 모든 걸 커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으며 공적인 보상 체계 안에서 여러 가지를 포함해서 가져갈 수 있도록 복지부 지필공실과 보조를 맞춰가고 있다. 국가의 책임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의사의 소신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환자와 의사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들을 규정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방향은?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법무부는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을 보다 자세하게 설명했다. 김병채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는 논의 과정에서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의 범위와 지정 기준 ▲중대한 과실의 판단 기준과 의료사고 심의위원회 심의 규정 ▲형사특례 심의체계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꼽았다.
김 검사는 환자 안전과 진료의 긴급성, 의료 행위의 위험성과 전문성, 필수 의료의 공익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특례 적용 대상이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에 따라 정해질 수 있도록 논의하고 있다라며 법률은 12대 중대 과실을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상태나 진료 긴급성, 당시에 확보 가능한 의료 자원이나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과 진료 재량 등 여러 사정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률상 개념을 실제 사건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환자 보호와 의료의 특수성 사이에 균형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각 유형별 전형적 사례와 예외적 상황을 함께 검토하고 사후 결과만을 기준으로 과실을 판단하지 않도록 당시의 구체적 진료 사항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는 심의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산하의 전문위원회 구성과 역할, 심의위원회와 수사 기관 간의 협조 절차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도 전문성과 공정성을 함께 확보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그는 하위 법령과 가이드라인 마련 과정에서 형사 특례의 적용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해서 국민과 의료 현장 모두가 예측할 수 있도록 하도록 하는 한편 의료 사고의 개별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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