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지역의사제, 반대 이후에도 남는 과제
2027학년도 대입에서 처음 도입된 지역의사제 의과대학 수시모집에 50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려 평균 11.08: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인권 4개 의과대학은 22명 모집에 192명이 지원해 8.73:1, 지방권 27개 의과대학은 436명 모집에 4884명이 지원해 11.20: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의무복무 조건이 없는 지역인재 전형보다 높은 경쟁률이다. 의대 입시의 치열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수치이지만,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정책 목표가 이 경쟁률만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에서 성장한 학생을 별도 전형으로 선발하고, 국가가 학비 등을 지원하는 대신 의사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10년간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의무복무를 전제로 의사를 양성하고 배치하는 방식이 지역의료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치열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의사제는 시행 초기부터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헌법 정신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복무 의무를 위반했을 때의 제재 역시 비례성과 합리성을 갖추었는지 논란이 크다.
대한의사협회와 다수 회원이 이 제도에 반대해 온 것은 단순히 의사 수 증원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이 아니다. 지역의료 문제를 인력의 강제 배치로 해결하려는 접근이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의대에 입학한 필자에게도 유사한 기억이 있다. 당시 동기들 가운데 군 위탁장학생 또는 공중보건 장학금으로 학비를 지원받으며 의학교육을 마친 이들이 있었다.
재학 중에는 그 제도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았을 뿐, 누가 지원했는지와 그 선택이 이후 진로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졸업 후 각자의 진로를 정하는 과정에서야, 지원과 의무가 결합된 선택이 개인에게 남기는 고민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필자 역시 의대 정원 증원과 그 결과물로서의 지역의사제에 대해 의협과 다수 동료들의 반대 입장에 공감한다. 다만 제도에 대한 반대와 별개로, 이미 입학하게 될 학생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향후 5년간 특별한 변동 없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이들은 의과대학 교육과 전공의 수련을 거쳐 지역의료 현장으로 진입하게 된다. 이들이 의무복무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질 역량 있는 의사로 성장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역에 정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이제 의료계와 정부, 대학, 지자체 모두의 과제가 됐다.
최근 필자가 소속된 의사회와 의과대학, 지역의사제 전라남도 권역의 병원장과 관계자, 지자체 공무원들이 모여 지역의사제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의사제 입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논의의 핵심은 분명했다. 학생들이 재학 중부터 자신이 근무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의료기관 및 의료진과 연결되고, 지역의료의 현실과 보람을 직접 경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견학이나 일회성 실습이 아니라, 지역 의료기관과 연계한 지속적 임상실습, 선배 의사와의 멘토링, 진로 설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대학은 지역의료 교육과정을 충실히 마련하고, 의사회와 지자체는 학생과 지역을 연결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지원해야 한다.
수련 환경도 빠뜨릴 수 없다.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의사를 양성하려면 지역 수련병원의 교육 역량, 지도전문의 확보, 필수의료 분야의 근무 여건과 보상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수도권이나 대형병원에서 수련한 다음 의무복무를 위해 지역으로 돌아오는 구조만으로는, 지역에 뿌리내릴 기반을 만들기 어렵다. 지역에서도 전문성을 높이고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수련과 진료 환경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정주를 위해서는 의료기관 내부의 여건뿐 아니라 생활 기반도 중요하다. 과도한 당직과 업무 부담, 불안정한 고용, 제한적인 진료 및 경력 개발 기회가 지속된다면 장기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다. 주거와 교통, 자녀 교육, 배우자 일자리 등 가족 단위의 삶을 고려한 지원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지역의료는 의사 한 사람의 배치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의사제 지원센터 설립 등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원센터가 단순히 의무복무 이행 여부를 관리하는 행정기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과 의료기관, 의과대학, 지자체를 연결하고 지역별 의료 수요를 분석하며, 교육수련배치정주 지원을 조정하는 실질적인 지원체계가 되어야 한다. 또한 운영 과정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의사제 학생과 지역 의료계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일본에도 유사한 지역의사 양성 제도가 있었으나, 장기 정착 측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일정한 성과를 보인 지역에서는 장학금과 의무복무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생 시절부터 지역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했으며, 지역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지역의사제의 타당성과 법적제도적 문제에 대한 검토는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신입생 선발이 시작된 지금, 이미 제도 안으로 들어오게 될 학생들의 미래를 논의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가까이는 내년 시작될 교육과정부터, 멀게는 이들이 수련을 마치고 지역의료 현장에 자리 잡을 때까지 일관된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책의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듣고 반영해야 한다.
지역의사제의 성패는 몇 명을 선발하고 얼마 동안 복무하게 하느냐로 판가름 나지 않는다. 의사가 지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환자를 진료하며, 가족과 함께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의료생활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제도에 대한 원칙적 비판과 별개로, 이미 시작된 정책이 또 다른 상처와 실패로 남지 않도록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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