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고령임신 느는데…임신성고혈압 1차 약제 한국엔 없다
고령 임신이 늘면서 임신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임신중독증) 환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임신부에게 처방할 수 있는 경구 항고혈압제는 니페디핀과 암로디핀 계열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진료지침이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라베탈롤은 국내 공급이 끊긴 지 오래고, 재도입을 추진하는 해외 제약사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조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 고령 산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6.4%에서 2024년 35.9%로 늘어 산모 10명 중 약 4명꼴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평균 출산연령도 32.4세에서 33.7세로 높아졌다. 고령 임신은 임신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의 대표적 위험인자로 꼽히며, 임신중독증 환자 수도 최근 5년 새 큰 폭으로 늘었다.
문제는 치료제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임신부에게 쓸 수 있는 경구 항고혈압제는 사실상 니페디핀(서방정)과 암로디핀 두 계열에 그친다. 그러나 2022년 국제학술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에 발표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연구인 CHAP(Chronic Hypertension and Pregnancy) 연구와 이를 반영한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의 2025년 가이드라인은 서방형 니페디핀과 함께 라베탈롤을 임신부 경증 만성고혈압의 우선 권고 약제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1차 선택지 중 하나가 국내 임상 현장에서만 빠져 있는 셈이다.
라베탈롤 경구제는 과거 한국GSK가 국내에 공급했으나 이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현재는 사실상 유통되지 않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뒤늦게 생산을 재개하려 해도 비교 대조약으로 삼을 오리지널 제품이 국내에 없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안으로 일본에서 라베탈롤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관련 승인이 식약처 심사 단계에서 지연되며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산모에게 필요한 필수약제가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식약처가 임신부 필수의약품에 한해 별도의 신속심사 트랙을 마련하거나 심사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라베탈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2026년 2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중단 사례는 총 307건(부족 158건, 중단 149건)에 달했고, 이 중 대체 의약품이 아예 없는 경우도 45건이었다. 필수의약품 488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51.8%(253개)는 제조수입업체가 2곳 이하에 불과해 공급망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임신부, 소아 등 상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취약계층 필수약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식약처가 임신부 고혈압처럼 대체 약제가 마땅치 않고 공중보건상 시급성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승인과 품목허가 심사를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라면서 늘어나는 고령 임신과 임신성 고혈압 환자 수를 감안하면, 치료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규제당국의 속도감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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