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플 플러스
법원 "리도카인, 한의사 면허 범위 해당 안돼"
한의사가 환자의 시술 과정에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사용하는 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의료법을 위반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며 벌금형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판결은 리도카인 성분의 마취 크림을 도포하고 고주파레이저 기기로 피부미용 시술을 한 한의사들에게 혐의없음(불송치) 처분을 내린 일선 경찰의 수사 결과와 정면으로 상충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안면 시술을 하면서 통증 완화 및 염증 예방 목적으로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주사액 2cc와 스테로이드제 덱사메타손 주사액 1cc를 완통약침염증예방약침 명목으로 내원 환자 10명에게 주사한 한의사 A씨에 대해 의료법 위반죄를 적용,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한의사는 재판 과정에서 △202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도21314)의 새로운 판단 기준에 따라야 하며 △전문의약품 사용 행위를 곧바로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고 △매선 시술 등의 통증 감소를 위한 부수적 목적으로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것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약품의 사용량과 방법이 매우 안전한 수준이며, 피고인도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보유해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의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료소비자의 선택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두고,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적용해 명확하고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문(2013년 12월 26일 선고 2012헌마 551, 561 병합)과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하여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년 12월 22일 선고 2016도21314)에 입각해 이번 사건을 심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에 서양 의술로 인식 규제되어 오던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하여 한의사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판결을 선고하면서,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 관련하여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고는 하나 이는 진단용 의료기기를 한정하여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다른 의료행위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먼저 리도카인(Lidocaine)은 나트륨 이온에 대한 신경막 투과성을 저하시켜 신경자극의 발생 및 전도를 억제하고, 이로 인해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못하고 마취 효과가 나타나고,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은 호중구 이동의 억제, 염증매개자 생산의 감소 및 증가된 모세혈관 투과도의 역전현상에 의해 염증을 감소시키고, 정상적인 면역반응을 억제시킨다면서 이 사건 의약품은 오로지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따라 개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리도카인은 국소마취 및 부정맥치료에 사용되고, 부작용으로 고열, 떨림, 경련, 졸음, 불안, 흥분, 구역, 구토, 어지러움, 두드러기, 부종 등이 있으며, 사용 후 혈압저하, 안면창백, 맥박이상, 호흡억제,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하는 등의 주의사항이 있는 의약품이고, 덱사메타손 주사액은 내분비 장애, 피부 질환, 기관지 천식, 피부염, 두드러기, 아나필락시스성 쇼크 완화 등에 사용되며, 부작용으로 감염증, 소화성 궤양, 출혈, 췌장염, 설사, 정신장애, 우울증, 두통, 어지러움, 경련, 알레르기성 피부염, 발진 등이 있는 의약품이라면서 이 사건 의약품의 효능과 용법, 사용시 주의사항, 환자의 부작용 발생 여부를 관찰하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의학적 조치, 복약정보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의약품은 그 사용에 있어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이 사건 의료행위는 한의사의 면허 범위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한방의료행위에 수반하는 부작용을 감소예방하기 위한 부수적 목적으로 보조적인 사용은 한방의료행위의 범위에 포섭할 수 있다는 A한의사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주된 사용인지 또는 보조적 사용인지에 따라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의 범위가 달라진다고 볼 근거가 없고, 사용 목적이나 의도한 효과가 부수적이라는 주관적 요소에 따라 면허된 것 이외의 외료행위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 역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한방의료행위에 수반하는 부작용 예방 등을 위한 보조적 행위라는 이유만으로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의 행위로 인정할 경우 자칫 이원화된 현행 의료체계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도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전한 방법으로 소량을 사용했으므로 보건위생상 위해 발생가능성이 없다는 A한의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의약품의 사용량에 따라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해당 여부를 달리 판단함이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가능성이 낮다 하더라도, 전후 이어지는 전체 의료행위의 과정에서 해당 의약품의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발생 등 추가적인 보건위생상의 위해 발생 우려가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 관련 법령이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적 의료체계를 기본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면허를 넘어선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까지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단지 보조수단이라거나 그 사용량이 소량이어서 안전하다는 이유 등으로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사회적 혼란을 야기함은 물론 한의사의 의료 허용범위가 일정한 기준이 아닌 사건 별로 법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마취제 사용을 한의사의 면허 범위 내에 포섭할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대문경찰서, 리도카인 사용 한의사 불송치 면죄부법원 판결 무색
법원은 리도카인 사용한 한의사에게 확고한 유죄를 선고한 반면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최근 국소마취제인 엠마오플러스 크림(리도카인 성분)을 도포하도록 지시하고, 오퍼스듀얼(고주파초음파) 및 루트로닉 스펙트라(레이저) 기기로 피부 리프팅 시술을 한 한의사 2명에 대해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불송치 이유로 ▲엠마오플러스 크림은 처방전 없이도 손쉽게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라는 점 ▲법령상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 금지 규정이 없는 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동대문구청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한의사의 레이저고주파초음파 및 단순 자동진단 의료기기 사용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한 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레이저수술기를 한방행위 관련 장비로 분류하여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점 ▲한의대 및 학회에서 레이저 이론교육 및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점 ▲시중에서 고주파레이저 미용기제모기 등을 구입해 스스로 홈케어를 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출시되어 판매되고 있는 사정 등을 들었다.
경찰은 의료법 제24조의 2 제4항과 의료법 시행령 제10조의 8 제2항을 들면서 의료법상 한의사도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의 침습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침습적이거나 기구를 사용한 인체 자극 행위가 한의사들에게 금지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법부가 리도카인 마취제 사용을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로 단죄함에 따라, 일반의약품 마취제와 피부 치료기기 사용에 면죄부를 준 동대문경찰서의 불송치 결정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3일 동대문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면허체계를 흔드는 결정이라고 규탄하고, 엄중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의협 한특위는 수사기관이 잘못된 판단으로 한의사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사건에 대해 불송치 결정을 반복한다면, 이는 한의계가 처벌받지 않았으니 허용되는 의료행위라는 논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면서 결국 이는 면허체계의 근간을 훼손하고, 면허범위 외 의료행위의 확산으로 이어져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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