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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외과의사 절규 "제도 바꾸지 않으면 소아수술 사라질 것"

송성철 기자2026.09.11 17:35
남 교수는 소아진료체계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응급 상황에 24시간 대응하기 위한 '권역별 거점병원 내 최소 5명 이상의 소아외과계 전문의 전담팀' 집중 구축 및 전원 네트워크 형성 △실제 투입 인력과 자원을 반영한 수가 원가 현실화 △당직비 및 온콜 대기수당 지급의 법제화 △소아외과 진료의 필수 공중보건 서비스 공식 지정 등을 제안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남 교수는 소아진료체계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응급 상황에 24시간 대응하기 위한 권역별 거점병원 내 최소 5명 이상의 소아외과계 전문의 전담팀 집중 구축 및 전원 네트워크 형성 △실제 투입 인력과 자원을 반영한 수가 원가 현실화 △당직비 및 온콜 대기수당 지급의 법제화 △소아외과 진료의 필수 공중보건 서비스 공식 지정 등을 제안했다. [사진=freepik] ⓒ의협신문

진료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쌓이는 낮은 수가 체계와 10억원대에 달하는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 처벌을 비롯한 사법적 위험으로 소아외과 수술체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현장의 처절한 절규가 나왔다.

남소현 인제의대 교수(부산백병원 소아외과)는 대한의사협회 학술지(JKMA) 최근호에 실린 소아외과 의사로서의 삶: 필수 소아 진료의 현실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성찰을 통해 커피 한 잔 값 수준에 불과한 소아진료 수가의 실태와 의료사고 위험 속에 기피과로 전락한 소아외과계의 참혹한 현실을 전했다.

1시간 동안 손으로 변 파내도 수가 1만 5000원왜곡된 수가 체계
남 교수는 진료 현장의 기형적인 수가 구조부터 꼬집었다. 대변이 돌처럼 굳어 1시간 가까이 의료진이 손으로 직접 제거해야 하는 직장분변제거술의 총 수가는 1만 5951원(본인 부담금 1595원)에 불과하다.

성인보다 훨씬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소아 진료의 특성도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미숙아 망막 검사의 경우 간호사 3명 이상이 붙어 2시간 가량 고정 및 산동,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만 상급종합병원 기준 총 진료비는 3만 9956원(환자 본인 부담금 1997원) 정도다.

남 교수는 의정 갈등 기간 동안 소아 환자가 줄어 어린이병원의 적자 폭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소아외과가 직면한 가혹하고 역설적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수술 후 후유증과 합병증 발생 시 민형사 소송 위험은 소아외과 기피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심장 기형을 수술하는 소아흉부외과 의사들은 밤낮없이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면서도 의료사고의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고 언급한 남 교수는 수술 후 합병증이 발생한 소아 환자에게 10억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지면서, 소아외과 수술에 대한 기피 진료와 방어 진료의 악순환은 더욱 깊어졌다고 토로했다.

24시간 365일 병동과 응급실의 전화를 기다리며 언제든 달려갈 준비를 하지만 대기 시간 보상 체계는 전무하다. 단 한 번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사법 위험 속에서 온콜 대기 부담을 오로지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젊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와 외과계에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회가 실시한 설문조사(2023년 기준) 결과, 전국에 소아 비뇨의학 전문의는 29명, 소아 흉부외과 전문의는 33명, 소아 정형외과 전문의는 41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 소아 마취과 전문의는 92명, 소아 안과 전문의는 10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진료 수익으로 인력과 인센티브를 평가하는 병원 구조 속에서 산과소아청소년과소아외과는 밥값도 못 하는 과로 취급받았고, 그 여파는 소아 환자들의 응급실 뺑뺑이라는 비극으로 되돌아왔다.

병원에 적자 떠넘기는 시스템한계개인 희생사명감 만으론버티지 못해
정부는 2024년 5월부터 1500g 미만 미숙아 수술에 1000% 수가를 가산하는 등 일부 개선에 나섰지만, 수술 건수 자체가 적고, 건강보험심사평가의 삭감이 발목을 잡고 있다. 소아 심장수술에 반드시 필요한 수입산 치료재료 수가도 원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공급 중단으로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남 교수는 필수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적자를 떠안으라고 요구하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 안에서, 과연 후속 세대를 양성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며 개인의 희생과 사명감만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은 오래 버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숙아 살아나는 기적으로 버텨다음 세대 희생 안 되게 제도 바꿔야
그럼에도 남 교수가 소아외과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죽음의 문턱을 넘은 미숙아들이 보여주는 기적 때문이다. 남 교수는 지치고 무너져 여기까지인가 싶다가도, 회복해 방긋 웃는 아이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부모를 마주할 때 우리가 왜 이 일을 계속해 왔는지 깨닫게 된다며 그 기적 같은 순간들이 우리의 자부심이자 존재 이유라고 전했다.

남소현 인제의대 교수(부산백병원 소아외과) ⓒ의협신문
남소현 인제의대 교수(부산백병원 소아외과) ⓒ의협신문

남 교수는 소아진료체계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응급 상황에 24시간 대응하기 위한 권역별 거점병원 내 최소 5명 이상의 소아외과계 전문의 전담팀 집중 구축 및 전원 네트워크 형성 △실제 투입 인력과 자원을 반영한 수가 원가 현실화 △당직비 및 온콜 대기수당 지급의 법제화 △소아외과 진료의 필수 공중보건 서비스 공식 지정 등을 제안했다.

특혜나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투입되는 인력시간위험과 상시 대기 비용이 적정하게 보상되기를 바랄뿐이라는 남 교수는 작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이 필요하다. 그 가치가 하찮게 취급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동료와 경영진이 소아 관련 의사들을 수익성 낮은 잉여 인력이 아니라, 뜻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 온 의사로 존중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 교수는 필수의료와 건강보험에 의존하는 진료 현장을 떠난 소아청소년과와 소아외과계 의사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떠나지 않게 만드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소아 진료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우리가 버티는 시간이 다음 세대의 희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금의 경험을 구체적인 제도 변화로 남길 수 있는 선배 외과 의사로 살아남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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